이제 미디어비평은 미디어 전문지의 전유물이 아니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J'를 필두로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와 같이 미디어비평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부활했다. 

YTN라디오 ‘미디어비평’, tbs 교통방송 ‘칼럼 대 칼럼’ 등 프로그램 속 미디어비평 코너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보도 비평에서부터 신문사 사주의 전횡, 언론과 권력 유착 문제 등도 다뤘다. 

매체가 서로의 보도를 반박하고 팩트체크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지난 1월 SBS가 첫 보도한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여러 언론의 추가 보도가 이어졌고 서로의 보도를 반박하는 공방이 오갔다. 목포 MBC가 SBS 보도를 비판하고 다시 SBS가 자사 보도에 설명을 내놓는 식이었다.

2월에는 조선일보가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를 내놓으며 지상파 방송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칼럼 등에서 저널리즘 토크쇼J를 직접 비판했다. KBS도 저널리즘 토크쇼J 등을 통해 조선일보를 수차례 비판해왔다. 한겨레도 칼럼에서 ‘장자연 리스트’에 연루된 조선일보의 부도덕성을 비판했다. 

타사 보도나 사주 문제를 비판하는 것이 마치 ‘상도덕을 어기는 일’처럼 여겨졌던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 지난해 12월30일 저널리즘 토크쇼J 공개방송에서 자신을 ‘대구시민’이라고 밝힌 정창윤씨는 조선일보의 친일 행각을 다뤄달라며 일제강점기 조선일보 기사를 펼쳤다. 사진=저널리즘 토크쇼J 화면
▲ 지난해 12월30일 저널리즘 토크쇼J 공개방송에서 자신을 ‘대구시민’이라고 밝힌 정창윤씨는 조선일보의 친일 행각을 다뤄달라며 일제강점기 조선일보 기사를 펼쳤다. 사진=저널리즘 토크쇼J 화면

 

이런 현상을 ‘미디어비평의 유행’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전보다 미디어비평이 활발해지는 현상의 이유로 정치권의 변화와 그에 따른 언론의 압박감, 언론 불신에서 비롯한 미디어비평에 대한 갈증 등을 꼽았다. 다만 늘어난 미디어비평이 단순 반론 기사 혹은 정치적 공격을 위한 보도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가 바뀌자 비평이 늘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미디어비평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정권이 교체되고 방송의 제작 자율성이 보장되자 미디어비평이 활발해졌다. 지난 2003년 첫 선을 보인 KBS ‘미디어포커스’는 자사는 물론 타사 보도도 날카롭게 지적했으나 박근혜 정부 시절 ‘미디어 인사이드’로 명맥만 유지하다 폐지됐다. 정치권력의 교체와 함께 언론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

 

▲ 2008년 11월5일 KBS 기자와 PD 50여 명이 KBS 본관 로비에서 미디어포커스 폐지 등 개편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2008년 11월5일 KBS 기자와 PD 50여 명이 KBS 본관 로비에서 미디어포커스 폐지 등 개편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민하 저술가는 미디어비평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과거의 방송장악이나 권언유착과 같은 문제로부터 방송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면서 자연스럽게 타사 보도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할 수 있게 됐고, 방송이나 언론에서 미디어비평이 필요하다는 적극적 문제의식이 반영됐으며 다른 정파의 의견을 대변하는 언론 보도를 비판해야 한다는 정치적 이유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정권의 성격은 배경일 뿐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정준희 중앙대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명박 정부로 들어오면서 지상파 방송이 정권 편향적 모습으로 강력히 관리되기 시작했고, 보수언론 비평이 중심이었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은 부담을 지게 됐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지상파 방송에 대한 간섭이 줄어들었고 방송은 자신의 독립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그러나 결정적 요인은 한국 언론 지형이 왜곡돼 있다고 생각하는 대중의 기대와 자양분이 있기에 미디어비평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며 “언론사 필요에 의해서든 새로움을 모방하기 위해서든 미디어비평에 대한 수요는 다시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권일 평론가 역시 “미디어비평이라는 분야에는 한국의 특수성이 스며들어있다”며 “오랜 군사 독재 기간 언론 검열이 일상적이었고 민주화운동이 언론운동과 같이 진행되었다는 점 때문에 언론 불신과 대안언론에 대한 열망이 지속해서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안티조선운동처럼 특정 신문에 대한 저항 운동이 일어났고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한국사회에 언론비평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역사적 정당성을 획득했다”고 전했다.

 

▲ 2007년 11월 대한불교청년회가 종교 편향적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낙선운동을 한 후 청년 불자들이 광화문에서 조계사까지 ‘조선일보 반대 3보 1배’를 진행하며 안티조선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2007년 11월 대한불교청년회가 종교 편향적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낙선운동을 한 후 청년 불자들이 광화문에서 조계사까지 ‘조선일보 반대 3보 1배’를 하며 안티조선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미디어비평’과 ‘포장된 반론’은 구분해야”

‘미디어비평’과 ‘미디어비평적 기사’를 구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준희 교수는 “KBS ‘저널리즘 토크쇼J’나 tbs의 칼럼 비평 코너처럼 명확히 보도·저널리즘 비평을 염두에 둔 전문적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는 것과 함께, 타사의 보도 비평에 대한 대응을 위해 ‘미디어비평적인’ 기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다르다”며 “후자를 미디어비평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도 “꾸준히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편성한 KBS와 달리, 나머지 방송사의 경우 사실상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의 ‘반론’을 ‘미디어 비평’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며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미디어 비평 대다수는 이해관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조선일보가 서울대 연구소를 통해 자사의 연구 발주를 숨기고 발표했던 뉴스·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편향성에 대한 리포트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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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따라 폐지되거나 위축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미디어비평을 위해서는 타사 보도를 ‘보도 비평’하는 수준을 넘어 취재와 자료를 확보한 미디어비평을 시행하고, 자사 보도 비평 역시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매체 비평에서 자료 조사는 굉장히 중요하다. 저널리즘 토크쇼J의 경우도 대담 위주로 방송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며 풍부한 자료 조사와 취재를 통해 기본적 팩트체크와 프레임 분석이 이뤄지고 대화가 더해져야 한다”며 “미디어비평의 기본은 해당 언론의 보도가 공정하며 객관적인지, 인권 친화적이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준희 교수는 “미디어비평에서 중요한 건 자사비평을 포함하고 있는가 여부”라며 “자사비평이 중요한 이유는 최소한의 객관성뿐 아니라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타사 비평에 치우치거나 자사 비평을 구색 갖추기로 끼워 넣는 것은 외적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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