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즉시 정지해야 하는 원자력발전소를 12시간 동안 가동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원자로가 폭발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1978년 국내 원전의 상업 운전이 시작된 이래로 한빛 원전에 사상 첫 특별사법경찰 투입을 결정했다. 원안위 소속 특별사법경찰은 원자력 관련 위법 행위자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원안위는 20일 “지난 10일 영광 한빛 1호기에서 발생한 원자로 수동정지 사건에 대해 16일부터 실시한 특별점검 과정에서 한수원의 안전조처 부족과 원자력안전법 위반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안위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10시30분께 한빛 1호기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 과정에서 열출력에 이상이 생겨 원자로 냉각재 온도가 급상승했다. 한수원은 열출력이 제한치(5%)를 초과하면 즉시 원자로를 수동정지해야 한다는 운영기술지침서를 어기고 12시간 가까이 원자로를 가동시켰다. 이는 원자력안전법 26조 위반이다. 면허가 없는 사람이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 영광 한빛 원전. 사진=영광군
▲ 영광 한빛 원전. 사진=영광군

이번 사건에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김영희 변호사는 “즉시 정지해야 했던 영광 핵박전소를 12시간 가까이 가동했고, 심지어 면허도 없는 사람이 제어봉을 조작했다. 위험천만, 일촉즉발 핵발전소다. 왜 이런 위험을 떠안고 살아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는 “우리는 체르노빌이 될 뻔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사고도 핵 반응로의 출력을 제어하지 못해서 일어났다. 체르노빌 사고가 오롯이 인재에 의한 것이었듯 이번 사건도 사업자인 한수원의 안전불감증에 의한 관리 감독 소홀과 무책임에 의한 것”이라고 우려한 뒤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수원은 21일 설명자료를 내고 “원자로 출력이 18%까지 상승했지만, 발전팀이 이를 감지하고 오전 10시32분에 제어봉을 삽입하면서 출력은 오전 10시33분부터 1% 이하로 감소, 오전 11시02분부터는 계속 0% 수준을 유지했다”고 해명했다. 

한수원은 “한빛 1호기는 원자로 출력 25%에서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계돼 있어 제어봉 인출이 계속됐더라도 더 이상의 출력증가는 일어나지 않는다”며 “체르노빌 원전과 같은 출력 폭주는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수원 해명이 나왔지만 핵발전사고의 위험성을 감안해 정부는 한빛1호기 사고에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빛1호기가 위치한 전남 영광군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전국 지역 평균보다 3배 이상 높다는 전남대 의대 연구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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