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사건에 ‘조선일보 수사외압·술접대·부실수사 확인했지만 처벌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의 전사적 외압 행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향신문은 이를 21일자 3면에 ‘조현호에 방 사장 조사말라… 조선일보, 전사적 외압 행사’란 제목으로, 중앙일보도 이날 10면에 ‘장자연 리스트 진상규명 불가능, 조선일보 수사 외압 확인’이란 제목으로, 한겨레는 이날 1면 머리기사에 ‘조선일보 전사적 대책반 꾸려 장자연 수사 막았다’는 제목으로 각각 보도했다.

▲ 21일자 한겨레신문1면.
▲ 21일자 한겨레신문1면.

한국일보는 21일 1면에 ‘장자연 문건은 진실하지만 성접대 리스트 확인 실패’란 제목으로 보도한데 이어 4면 머리기사엔 ‘13개월 파헤쳤어도 결정적 증거 못찾아… 장자연 결국 묻혔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4면에 또 다른 기사에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의지 부족보다는 강제수사권이 없는 과거사위원회의 태생적 한계에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의 신문은 10년 전 초기 수사를 부실하게 만든 검찰과 경찰의 책임을 질책했다. 한국일보는 21일 ‘부실수사로 진상 못 밝힌 장자연 사건, 검경 어떻게 책임질텐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의혹 규명에 실패한 원인이 검경의 초기 부실수사라는 점에서 수사기관으로서의 명예를 회복할 기회마저 스스로 저버린 셈”이라고 지적하며 “검경 수사 책임자의 사과 등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비판했다.

▲ 21일자 중앙일보 10면.
▲ 21일자 중앙일보 10면.

한겨레신문도 21일 ‘끝내 못 밝힌 장자연 죽음 진실, 검경 책임 크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잠자리 요구 등은 애초의 부실수사 등으로 인해 확인할 수 없었다”며 “초기 부실수사에 대해선 과거사위 발표와 별개로 검경 스스로 자체조사를 통해서라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언론권력 앞에 무릎 꿇는 검찰과 경찰을 누가 신뢰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1일 30면에 ‘장자연 사건 문질러 버렸다’는 제목의 권석천 논설위원 칼럼으로 검경의 어이없는 부실수사에 통화내역·포렌식 ‘무더기 증발’ 배후에 무엇이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 21일자 중앙일보 30면 권석천 칼럼(왼쪽)과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사설들(오른쪽 위에서부터).
▲ 21일자 중앙일보 30면 권석천 칼럼(왼쪽)과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사설들(오른쪽 위에서부터).

중앙일보 권석천 칼럼은 “26쪽 분량 보도자료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숨을 멈춰야 했다”며 어제 검찰 과거사위의 발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권석천 논설위원은 현장에서 “이게 경찰이냐, 이게 검찰이냐를 중얼거려야 했다”며 10년 전 부실수사에 분노하는 국민들 목소리를 대신 전했다. 권 위원은 “거듭 확인되는 건 단 하나의 사실이었다.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수사를 비켜가려 했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은 “수사 부실을 넘어 수사 농단에 가깝다. 진실 규명이란 공적 가치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무더기 증거 증발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장씨의 삶까지 문질러버리려 한 ‘보이지 않는 손’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이 사회는 사법정의를 말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한겨레·경향신문, 조선일보 책임지고 자성해야

경향신문은 21일 사설에서 부실수사를 한 검찰과 경찰을 넘어 ‘조선일보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경향신문 사설은 “조선일보도 책임있는 언론사라면 자성해야 옳다”고 끝맺었다.

▲ 21일자 한겨레 26면 김이택 칼럼.
▲ 21일자 한겨레 26면 김이택 칼럼.

한겨레도 21일 26면에 ‘방 사장 사건 조선일보사 책임은 누가 지나’는 제목의 김이택 논설위원 칼럼에서 “언론이 수사시관을 협박해 결국 부실·왜곡 수사로 이어졌다는 별일 아닌 듯이 넘길 일인가”라고 되묻고는 조선일보를 향해 “언론 자유의 방패 뒤에 숨어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면 비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이택 칼럼은 이 사건을 ‘장자연 사건’으로 호명하지 않고 ‘방 사장 사건’이라고 제목 달았다.

조선일보, 명백한 허위, 과거사위에 법적 대응 밝혀

그러나 조선일보는 경향신문 사설이나 한겨레 김이택 칼럼의 지적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에 조선일보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과거사위 발표는 명백한 허위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엔 ‘사건과 무관한 방 사장이 왜 외압을 행사하겠나’며 해명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외압을 주장한 과거사위 발표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 21일자 조선일보 11면.
▲ 21일자 조선일보 11면.

이어 조선일보 10면과 11면 두 면을 털어 관련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10면에선 ‘장자연은 왜 죽음 선택했나… 이 물음엔 시종 침묵한 과거사위’라는 제목으로 과거사위를 비판했다. 조선일보 10면 관련기사는 ‘검·경·법원, 방상훈 사장은 관련없어’라는 제목으로 방 사장과 이 사건의 무관함을 역설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장씨 소속사 대표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조선일보사 사장으로 표기했다고 주장했다. 과거사위가 검·경의 초기 부실수사를 지적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또 조선일보는 11면에서도 ‘본질 외면한 채… 조선일보 흠집내기 올인하다 13개월 허송’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사위를 비판하면서 정작 접대받은 전 관료·골프여행 간 기업인 등 16명 조사내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