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두고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은 ‘분열을 조장하는 반쪽 행사’였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중앙·동아일보 등에선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기념식에 참여했다가 광주시민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아 고전하는 모습을 자세히 전했다.

반면 서울신문은 극우성향의 보수단체가 집회를 열었지만 광주시민들이 성숙하게 대응해 별다른 충돌 없이 기념식을 끝냈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황 대표가 5·18 망언을 한 이종명 의원 제명,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특별법에 따른 진상조사규명위 설치 등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며 관심을 모았고, 한겨레는 특별법을 통과해 역사왜곡과 폄훼를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일자 경향신문 만평
▲ 20일자 경향신문 만평
다음은 20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황교안 ‘진정한 검증대’ 다시 서다”
국민일보 “20대 국회는 팽개치고 총선에 정신팔린 여야”
동아일보 “한국에 속성 박사유학 ‘중국의 학위공장 될판’”
서울신문 “도장 하나에 운명 달린 ‘위기의 아동’”
세계일보 “단기 성과만 내려다…효과 못 내는 국정과제”
조선일보 “美전투기 위해 섬까지 사주는 일본”
중앙일보 “굳어지는 ‘확장재정’ 내년 예산 500조 돌파”
한겨레 “‘바보 노무현’의 도전, 지역주의 허문 씨앗 되다”
한국일보 “전쟁 임박한 듯 민간인 철수…美-이란 ‘초긴장’”

조선일보는 정치면에서 여당이 한국당에 “총공세”를 펼쳤고, 시민사회단체 시위에도 가야할 곳을 다녀왔다는 황 대표의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말한 것을 전하며 조선일보는 “여권은 이에 발맞춰 한국당의 역사관을 규탄하는 등 대야 총공세를 펼쳤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교수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런 모습을 불필요한 정쟁으로 규정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조선일보에 “정치권이 역사적 상처인 5·18을 정쟁의 장으로 활용해 서로 지지층 결집만을 꾀한다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고, 홍득표 인하대 명예교수는 이 신문에 “내년 40주기 기념식은 광주 영령의 넋을 진심으로 기리는 사회 통합의 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황교안 ‘환영받으러 오지 않았다, 꼭 와야할 곳이기에 왔다’”는 기사에서 민주노총·민중당 등 일부시위대가 황 대표에게 의자와 물병을 던졌다며 황 대표 앞에 의자가 날아든 사진을 실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김정숙 영부인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악수를 청하지 않은 채 황 대표 얼굴을 뻔히 쳐다본 뒤 좌측으로 넘어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악수했다”며 비판했다. 청와대 쪽은 “고의가 아니라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라고 해명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사실상 우리 당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며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 듯해 씁쓸하다”고 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만물상’이란 칼럼에서 “5·18 단체 회원들의 육탄항의와 ‘물러가라’는 구호”, “김정숙 여사가 황 대표와 고의로 악수를 하지 않았다” 등을 언급하며 “과거 기념식도 시끄럽긴 했지만 이 정도로 살풍경은 아니었다”며 “화합이란 말이 사라진 채 반쪽이나 다름없는 행사가 됐다”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 20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기사
▲ 20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기사
▲ 20일자 중앙일보 1면 사진기사
▲ 20일자 중앙일보 1면 사진기사
▲ 20일자 동아일보 정치면 사진기사
▲ 20일자 동아일보 정치면 사진기사

동아일보도 정치면에서 “황교안에 의자-물병 날아들어…격렬 항의 속 비상문으로 퇴장”이란 기사에서 황 대표가 항의 받는 모습을 자세히 전했다. 이 신문은 황 대표가 “호남시민들, 광주시민에게 한국당이 사랑과 신뢰를 회복할 길을 찾아보겠다”고 한 말을 전했다. 또한 같은 면에 황 대표가 넥타이를 붙잡히는 장면을 담은 사진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 역시 1면에 “의자 날아든 황교안 5·18기념식 가는 길”이란 사진기사를 실었고, 8면에선 “황교안 200m 행사장 가는데 15분, 나올 땐 정문 아닌 옆길로”란 기사에서 황 대표가 항의받는 모습을 부각했다.

반면 서울신문은 이번 기념식에서 큰 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사회면 “극우의 욕설·폄훼에 무대응으로 맞서…5월의 광주는 성숙했다”는 기사에서 “기념식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부터 자유연대·턴라이트 등 보수단체가 전남대 정문에서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으나 시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이런 단체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도 오월열사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들이 더 이상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할 수 없도록 진상규명조사위원회를 조속히 꾸리고, 왜곡처벌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시민들의 주장도 전했다.

이어 “(보수단체 집회에서) 발언자로 나선 일부 인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일삼았다”며 “하지만 지나가는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맞대응을 자제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5·18을 폄훼하는 모습에 단호하게 나서지 않는 황 대표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른 황교안, 입으로만 외친 화합”이란 기사에서 “(황 대표가) ‘광주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진정성 있는 조치로서는 아직 미흡하다”며 “야권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영남·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해 광주에 ‘맞으러 간다’는 말까지 나오는 등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고 분석했다.

▲ 20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 20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경향신문도 이번 황 대표의 행보가 진정성이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신문은 “‘5·18=폭동’이라고 망언한 이종명 의원에 대한 제명, 5·18민주화운동 진상조사규명위원회 설치 등 관련 현안이 있어 황 대표의 5·18 진정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하지만 황 대표가 머뭇거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한국당의 반응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반쪽 5·18기념식’이라는 한국당,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에서 “한국당은 전두환 신군부가 쿠데타로 만든 민주정의당의 후신”이라며 “반성없는 가해자의 모습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광주시민은 대한민국 국군이 아닌 ‘괴물’과 맞닥뜨렸다”며 “아마 지금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가 5·18 특별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과거 보수 정권조차 부정하지 못한 5·18의 가치를 시대착오적 망언과 왜곡·거짓 선동으로 색칠하는 걸 막기 위해 이젠 정치권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여야 모두 ‘5·18 역사왜곡 처벌 특별법’ 처리에 힘을 모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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