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라온 한 영상이 논란이다. 영상 속 현장 출동 여성 경찰관이 술에 취한 피의자(공무집행방해)를 체포하려고 했지만 제압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내용이다. 여성 경찰 무용론으로까지 확산되자 지상파 3사 모두 관련 보도를 내놨지만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꼴이 되고 있다.

지난 1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경찰이 술에 취한 남성들을 제압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15초짜리 분량의 영상에 따르면 술 취한 남성이 남성 경찰의 빰을 때린다. 그러자 남성 경찰이 주취자 팔을 꺾어 제압한다. 하지만 다른 술 취한 남성이 체포 과정을 방해하고 여성 경찰이 제지하지만 한쪽으로 밀려난다. 여성 경찰은 다급히 무전 요청을 한다.

영상이 공개되자 여성 경찰이 주취자를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여경 무용론이 확산됐다. 그러자 서울 구로경찰서는 17일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 동영상 관련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원본 동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원본 동영상을 놓고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영상 속 여성 경찰이 일반시민에게 수갑을 채우도록 요청하는 내용이 담기면서다.

이에 더해 관련 뉴스를 다룬 지상파3사가 2분짜리 원본 영상을 편집하면서 사실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KBS는 “앞서 공개된 짧은 영상에선 여경이 밀려나는 장면에서 끝나지만, 실제 영상에서는 밀려난 여경이 경찰관의 뺨을 때린 남성을 다시 제압한다. 그리고 남성 경찰관은 체포를 방해한 남성을 쫓는다. 여경은 침착하게 미란다 원칙까지 고지한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출동 여성 경찰관이 “경찰 방해죄로 현행범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변명의 기회 있고 체포적부심을…”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도했다.

KBS는 “일부 영상만 퍼지면서 여성을 바라보는 왜곡된 인식이 고스란이 드러난 셈”이라며 여경 무용론을 일축했다. 전체 영상을 보면 메뉴얼대로 대응을 했고 잘못이 없기 때문에 ‘여성’을 특정해 ‘여경은 무능하다’라는 비난은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원본 영상에 따르면 주취자A를 남성 경찰이 팔을 꺾어 제압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주취자B가 남성 경찰을 덮치고 이에 여성 경찰이 제지하지만 막지 못하고 결국 남성 경찰은 자신을 덮친 또 다른 주취자B를 쫓게 된다. 여성 경찰은 바닥에 누워있던 주취자A를 제압하려고 했지만 실패한다. 그러면서 여성 경찰은 주변에 있던 시민에게 “남자분 빨리 나오시라구요, 잡아잡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원본 영상이 검게 처리되고 한 남성이 “채워요?”라고 묻는 육성이 들린다. 그러자 한 여성이 “네 빨리 채우세요”라고 말한다.

▲ KBS 대림동 여경 논란 보도에 문제를 제기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게시물.
▲ KBS 대림동 여경 논란 보도에 문제를 제기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게시물.

누리꾼들은 일반 시민에게 수갑을 채우라고 하는 것은 경찰 메뉴얼에 어긋나는데도 KBS가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KBS 보도를 두고 왜곡보도라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1만6천 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을 올린 이는 원본 영상 속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KBS뉴스에선 여경이 취객을 단숨에 제압하고 미란다원칙을 말한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 그 화면 속에서 여경이 실제로 한 말은 ‘남자분 빨리 나오시라고요 빨리 빨리!’ 이었다. 취객을 제압하고 메뉴얼대로 잘 했다고요? 이미 제압당해서 바닥에 엎드려있는 취객도 마저 제압 후 수갑도 채우지 못해 ‘남자분 빨리 나오시라고요’ 라는 명령조로 일반 시민을 찾고 있는 게 경찰 메뉴얼입니까”라고 비판했다.

SBS 보도도 도마에 올랐다. SBS는 “여경이 취한 남성을 무릎으로 눌러 제압했고 매뉴얼에 따라 무전기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영상 원본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면서 원본 영상 속 녹취를 풀었다.

SBS가 녹취록을 푼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성 경찰관 “남자분 한 명 나와주세요, 빨리빨리, 빨리빨리, 남자분 나오시라고요, 빨리”

시민 남성 “(수갑) 채워요?”

여성 경찰관 “네”

시민 여성 “채우세요, 빨리 채우세요”

하지만 누리꾼들은 녹취록 마지막 여성시민이 “채우세요, 빨리 채우세요”라고 말한 대목도 여성 경찰관이 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원본 영상에는 관련 대화가 오가갈 때 화면이 검게 처리되면서 발언 주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SBS 보도 내용.
▲ SBS 보도 내용.
이에 구로경찰서는 “여성 경찰관이 혼자서 수갑을 채우기 버거워서 남성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순간 건너편에 있던 남성 교통경찰관 두 명이 왔고 최종적으로 여성 경찰관과 교통경찰 한 명이 합세해 함께 수갑을 채웠다”고 해명했다.

▲ MBC 보도 내용.
▲ MBC 보도 내용.
MBC도 영상 속 발언 내용을 편집했는데 SBS 보도와 180도 달라 혼란을 가중시켰다. 앞서 SBS는 “(수갑을)채워요?”라고 묻는 사람이 시민 남성이라고 했지만 MBC는 교통경찰이 “(수갑을)채워요?”라고 물어보는 것으로 나오고 이에 시민이 “예 채워요, 빨리 채워요, 빨리 채워요”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경찰이 대응 미숙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서라도 원본 영상 속 오고 간 대화(화면이 검게 처리된 부분) 내용 발언을 한 사람이 정확히 누군지 알 수 있도록 정리해 공개하고 언론 보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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