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에게 ‘웹툰’하면 떠오르는 연재 플랫폼은 어디일까. 아마 십중팔구는 ‘네이버 웹툰’을 바로 떠올릴 것이다. 인터넷 환경이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며 이전보다 네이버의 영향력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네이버는 무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네이버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바탕 삼아 네이버 웹툰 역시 한국 웹툰의 대표 주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런 네이버 웹툰이 5월에 접어들며 무수한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그것도 모두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표현 문제이다.

가장 먼저 논란이 되었던 웹툰은 태국 출신 만화가 theterm의 ‘틴맘’이었다. 본래 네이버 웹툰의 해외 서비스 ‘라인 웹툰’에서 2018년 10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작품은, 태국에서 드라마가 제작될 정도로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것을 바탕으로 한국에도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1화가 게재된 5월 3일부터 바로 문제의 작품으로 등극하고 말았다. 

‘어린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라는 홍보문구나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내용과 달리, 여성 주인공의 모습을 묘사할 때 가슴이나 엉덩이를 가깝게 클로즈업하는 묘사 같은 성적 대상화가 강하게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비혼모’로서 겪는 사회적인 고충이나 어려움이 무척이나 심각한 상황에서, 이러한 연출은 많은 독자들에게 ‘청소년 임신’에 진솔하게 접근하는 대신 그저 여성 청소년에 대한 성적인 표현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했다는 인식을 낳기에 충분했다.

▲ 네이버웹툰 '틴맘'.
▲ 네이버웹툰 '틴맘'.

‘틴맘’에 대한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 다음으로는 기안84 작가의 ‘복학왕’이 논란에 휩싸였다. 5월 7일에 게재된 ‘세미나 1’편은 청각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미 ‘복학왕’은 주인공이 김치공장에서 일하면서 만난 청각 장애인 동료로 등장한 캐릭터 ‘주시은’을 이전부터 어눌하게 말하는 것으로 그려내고, 열악한 작업 환경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등 지적인 차원에서도 장애가 있음을 코믹하게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장애인을 차별하는 묘사로 지적을 받았었다. 그러다 ‘세미나 1’편에서 주시은이 말하는 장면뿐만 아니라, 속으로 생각하는 장면까지도 어눌한 발음으로 처리하며 문제가 크게 폭발하고 말았다. 장애인 인권운동단체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청각 장애인을 차별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하여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 성명을 발표했고, 결국 기안84 작가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세미나 1’편에 이어 14일에 공개한 ‘세미나 2’편에서는 이주 노동자 캐릭터를 차별적으로 묘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주시은’과 함께 극중에서 주인공의 김치공장 동료이자, 태국에서 온 이주 노동자로 설정된 캐릭터 ‘쁘라묵’은 회사 세미나 장소로 결정된 숙소가 매우 더러워 주인공과 다른 동료들이 불만을 가진 와중에서도 ‘무척이나 근사하고 좋다’는 대사와 함께 감격하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이에 더하여 현재 ‘복학왕’에서 김치공장을 무대로 전개 중인 이야기 자체가 제조업 노동자 전반을 매우 문제적인 캐릭터로 묘사하며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틴맘’에서 시작된 논란은 그렇게 ‘복학왕’을 거쳐, 이 두 작품이 연재 중인 플랫폼 네이버 웹툰에 불똥이 튀게 되었다.

▲ 네이버웹툰 '복학왕'.
▲ 네이버웹툰 '복학왕'.

하지만 이 논란을 더 씁쓸하게 만드는 것은 역설적으로 ‘네이버 웹툰’의 과거 그 자체이다. 과거 네이버 웹툰은 성소수자의 일상과 사랑 이야기를 그린 ‘모두에게 완자가’와 ‘어서오세요, 305호에!’, 청각 장애인이 직접 자신의 장애와 삶을 만화로 만든 ‘나는 귀머거리다’, 그리고 노동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송곳’을 연재한 적이 있었다. 사회적 소수자를 진솔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던 작품들이 연재된 곳에서, 이제는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하거나 상대화시켜 그리는 작품들이 게재되는 불상사가 발생한 셈이다.

왜 네이버 웹툰에서 이러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가장 단순하게는 네이버 웹툰을 비롯한 대다수의 웹툰 플랫폼이 작품을 작가에 받으면 그저 업로드를 할뿐, 제대로 내용이나 연출을 검토하지 않는 관리 소홀을 원인으로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웹툰이 한국 만화의 중요한 창구로 정착된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렇다 할 기준이나 준칙을 만들지 못한 현실이다.

여전히 웹툰을 그리는 만화가들은 자신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쉽게 보장받지 못하고, 콘텐츠의 종다양성 측면에서도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도리어 페미니즘, LGBT를 비롯해 소수자의 문제와 연관된 작품을 그리는 순간, 작가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사이버 상의 인신공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기획하는 것에 있어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조차 나오지 못한 것은 어떤 의미로는 당연한 일이다. 

어느덧 웹툰을 비롯한 만화 산업 규모가 총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시기가 도래했지만, 질적인 측면의 성장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몰락은 더욱 빠른 속도로 찾아올 수도 있다. 단순한 외적 수치를 넘어, 한국 웹툰이 지녀야 할 가치와 시선을 더욱 깊게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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