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EBS지부(지부장 이종풍)가 오는 20일 김명중 EBS 사장과 박치형 부사장 퇴진 서명 운동에 돌입한다.

언론노조 EBS지부(이하 EBS 노조)는 17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두 사람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총의를 모았다. EBS 노조는 지난 7일 경기 일산 EBS 사옥 1층 로비에 농성장을 꾸려 점심시간에 맞춰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장과 부사장이 계속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제작 거부를 포함한 더욱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은 부사장 등을 포함한 인사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5일 임명된 박치형 EBS 부사장은 2013년 반민특위 다큐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제작을 하던 담당 연출자 김진혁 전 EBS PD(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를 수학교육팀으로 인사 이동시키는 등 제작 중단 사태 책임자로 내부서 평가되는 인물이다. 제작 중단 사태 이후 김 전 PD는 그해 6월 사표를 제출하고 EBS를 떠났다.

▲ 김명중 EBS 사장(왼쪽)과 박치형 부사장. 사진=EBS
▲ 김명중 EBS 사장(왼쪽)과 박치형 부사장. 사진=EBS
제작 자율성 침해 인사라는 비판이 EBS 안팎으로 쏟아지자 김명중 EBS 사장은 지난달 29일 반민특위 다큐 제작 중단 사태 등을 대상으로 EBS 감사에 특별감사를 청구했다. 

김 사장은 “EBS 방송의 공영성 훼손에 관한 문제 제기는 현재 재정 적자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다시는 이런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책임을 엉뚱한 사람에게 떠넘겨 박 부사장을 면책시키는 물타기 감사가 될 것”이라며 ‘일방적 감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BS 경영인협회, 그래픽협회, 기술인협회, 기자협회, 미술인협회, 연구인협회, 카메라맨협회, PD협회 등 EBS 직능단체협회는 지난 16일 공동성명을 통해 “김명중 사장이 사태 해결을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사장 자신이 내린 인사 명령 때문에 회사 전체가 골병 들고 있는데 사장은 아직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대 성명도 이어졌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9일 “방송 독립성을 훼손하고 권력에 굴종한 인물을 발탁한 김명중 사장의 언론관이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사장 인사 철회를 요구한 데 이어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도 13일 “김 사장은 EBS 구성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교육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첫 단추는 잘못된 인사 참사를 사과하고 철회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풍 지부장과 김 사장 등 EBS 노사는 지난 10일 면담을 가졌지만 사태 수습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지부장은 17일 통화에서 “김 사장은 특별감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겠지만, 우리가 판단했을 때 특별감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사장은 ‘임원은 징계 대상자가 아니다’라는 등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라며 “우리 뜻은 사장과 부사장 모두 이번 사태에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월요일부터 두 사람 각각에 대한 구성원의 퇴진 서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BS 안팎으로 인사 철회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EBS 사측은 새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BS 관계자는 “현재까지 다른 입장이 나온 것은 없다”고 전했다.

박 부사장은 지난달 24일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당시 논란 국면에서 경영진에 먼저 사표를 던지진 못했지만 (반민특위 다큐) 제작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면 내가 본부장직을 계속할 수 없다는 입장은 분명히 전했다”며 당시 경영진에 ‘이견’을 전했다고 했다.

박 부사장은 또 “비록 능력이 부족할 순 있어도 EBS에서 30여년 일하면서 EBS 가치와 역할, 비전에 관해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다”며 “지금은 방송 공정성을 훼손하고 침해한 인물로 낙인이 찍힌 상태다.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 인물로 보도되고 관련 성명이 나오는 상황이 참으로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을 비판하고 사퇴를 요구하는 노조와 언론단체 성명, 보도 등이 ‘인격 살인’, ‘인민재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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