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5월18일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시민 정신을 기리고,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과 성폭력 같은 반인륜적 행위를 기억하려고 국가가 기념식을 한다. 이런 날 이런 진술을 듣고 심의하는 게 참담하다. 상정된 안건은 5·18 비하와 혐오로 가득찬 것이다. 77건 안건 모두 접속차단 의견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34차 통신심의 소위원회에서 허미숙 위원이 한 말이다. 이날 허미숙 위원뿐 아니라 통신심의 소위에 참석한 5인(전광삼 소위원장, 허미숙 위원, 이소영 위원, 김재영 위원, 박상수 위원) 모두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유튜브 영상 77건에 접속차단 결정을 내렸다.

1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통신심의 소위는 5·18 북한군 개입설 영상을 올린 보수 유튜버들 의견 진술을 들었다. 의견 진술에 김기수 프리덤뉴스 대표, 지만원 지만원TV 대표, 이종민 뉴스타운 국장, 홍준용 LPN 로컬파워뉴스 대표가 참석했다.

이들 유튜브 영상 중 문제가 된 것은 5·18 민주화 운동 당시 북한군이 광주교도소나 광주시청 등을 점거토록 배후 조종하는 등 5·18은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내란 폭동이라는 내용이다. 유통된 78건 영상 가운데 1건은 자체 삭제했기에 접속차단 안건에 넣지 않았다.

▲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유튜브 채널들. 사진=유튜브 화면.
▲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유튜브 채널들. 사진=유튜브 화면.

이날 의견진술을 한 보수 유튜버들은 약 1시간가량 접속차단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만원 대표는 ‘간략하게 발표해주길 바란다’는 전광삼 소위원장의 당부에 반말하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지만원 대표는 전 소위원장에게 “왜 통제 하려고 하느냐. 잠자코 있으라 제발”이라고 반말했다.

지 대표는 “이 세상에 평가가 종결된 역사는 없다”며 “평가가 종결됐는데 왜 5·18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했느냐. 새 증거가 나오면 역사는 수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은 전두환 내란에만 판단했고 북한군 개입은 판단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로 종결됐다는 건 허위”라고 주장했다.

지 대표는 “역사 연구는 학자의 영역이지 공무원(방통심의위) 영역이 아니다”며 “북한군 개입을 부정하려면 연구하고 말하라”고 주장했다.

김기수 대표는 유튜브 영상을 방송통신심의위가 심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30년 전, 40년 전 권위주의 시대에나 할 일”이라며 “여기 앉은 분들 부끄럽게 생각하세요”라고 말했다.

이들의 의견진술 뒤 소위 위원 5인은 전원 ‘접속차단’ 의견을 냈다. 김재영 위원은 “북한군 개입설을 다시 평가할 만한 요소는 없다”고 말했다. 박상수 위원은 “북한군 개입을 주장하려면 사실에 입각해야 하고 신뢰할 증언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근거가 없다”며 “이런 주장이 민족 분열을 시킬 소지가 있다면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미숙 위원과 전광삼 위원도 접속차단 의견을 냈다.

소위가 접속차단을 결정한 뒤 방송통신심의위가 인터넷 제공 사업자(ISP·Internet Service Provider)에게 해당 영상의 인터넷 주소(URL)를 보내고 국내에서 접속하지 못하도록 조치해달라는 공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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