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6일)도 2명이 퇴사했어요”

이재선 김포도시철도 노조위원장(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김포도시철도지부장)이 16일 미디어오늘에 한 말이다. 지난주까지 이미 11명이 회사를 떠났고, 앞으로 몇 명이 더 떠날지 모른다고 했다.

김포도시철도는 김포한강신도시와 서울 김포공항역을 잇는 경전철로 주무관청은 김포시(시장 정하영), 운영주체는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김포골드라인운영(대표 권형택)이다. 김포시가 7월말 개통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걱정이 앞선다. 계속 직원들이 이탈해 제대로 유지관리가 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재선 위원장은 “(한 경전철의 경우) 직원들이 20대와 60대만 남았다”며 김포경전철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숙련노동자는 떠나고 미숙련노동자들이 ‘무인경전철’을 관리해야 한다. 김포 뿐 아니라 경전철 노동자들의 처우는 중전철 노동자들의 처우에 비해 열악하다. 노동자 1명이 역 한 개를 온전히 맡아야 하는 상황은 인력부족을 알 수 있는 단적이 예다. 이직이 가능한 이들은 최대한 떠난다. 최근 김포골드라인운영을 퇴사한 동료 중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철도회사로 이직한 이들도 있다.

▲ 김포경전철. 사진=김포시청
▲ 김포경전철. 사진=김포시청

노조는 16일 퇴근시간에 당산역 2번 출구에서 ‘김포경전철의 안전한 개통을 김포시에 요구하자’며 현재 상황을 알리며 서명을 받았다. 퇴근시간 이곳은 서울에서 김포가는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줄이 20m 이상 이어지는 곳이다. 김포경전철 열차는 2량으로 한번에 300명을 채 태우지 못한다. 이마저도 안전하지 못하다면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줄은 줄지 않을지 모른다.

[관련기사 : 김포경전철, 진짜 문제는 ‘파업’뿐인가]

철도는 선로가 길면 긴만큼 유지보수 인력이 늘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한 만큼 안전에 구멍이 생긴다. 안전사고가 나면 해당 부분을 담당하던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노동조건은 곧 시민 안전의 조건이다. 박봉과 강도 높은 노동에도 혹 당국이나 경영진이 노동자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면 이직이 줄을 잇진 않을지 모른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7월 안전개통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라며 “김포도시철도는 이미 공사가 완료됐고 안전점검도 마무리돼 개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포시와 김포골드라인운영 경영진 주장대로라면 안전에 문제가 생기거나 개통이 늦어지는 건 노조 탓이다.

▲ 이재선 김포골드라인운영 노조위원장이 16일 퇴근시간에 서울 당산역 앞에서 김포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김포경전철이 안전하게 개통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이재선 김포골드라인운영 노조위원장이 16일 퇴근시간에 서울 당산역 앞에서 김포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김포경전철이 안전하게 개통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김포골드라인운영 노조가 16일 퇴근시간에 서울 당산역에서 김포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김포경전철이 안전하게 개통할 수 있도록 김포시에 보낼 서명을 받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김포골드라인운영 노조가 16일 퇴근시간에 서울 당산역에서 김포경전철이 안전하게 개통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서명을 받고 있다. 노조는 이를 김포시에 보낼 예정이다. 사진=장슬기 기자

김포경전철 노조는 안전에 초점을 뒀다. 노조는 “김포시장은 법이 정한 단계를 철저히 이행했다고 하지만 차량(열차)의 경우 단계별 직원 채용이 늦어져 인수인계 일정이 짧아진 점, 전기·선로·터널 등 시설물 점검이 충분하지 않은 점, 제작사 전문교육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유지관리 전문 기술력 확보가 어려운 점 등을 지적했는데 설명 없이 덮고 끝낼 일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현재 영업시운전 중인 김포경전철을 시민들과 함께 안전점검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지난 15일을 ‘안전개통 시민 점검의 날’로 정해 사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사측은 김포시가 거절했다는 이유로 이를 막았다. 노조는 김포골드라인운영 노사 뿐 아니라 김포시·김포시의회 등이 개통 준비 상황을 공동점검하자고도 제안했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13일 “김포시는 필수사업장 지정을 요청했고 개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어려운 점을 이해하지만 개통을 앞두고 파업을 하는 건 반대”라고 했다. 김포골드라인운영 대표는 지난달 29일 “필수유지업무가 정당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필수유지업무협정 체결을 요청한다”며 “5월2일까지 회신을 달라”고 한 뒤 “기한 내 회신이 없을 경우 필수유지업무협정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간주해 향후 법이 정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필수유지업무란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을 할 때 필수업무에는 최소한 인원을 파업에서 제외해 업무가 중단되는 사태를 막는 제도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42조 2항을 보면 업무가 정지·폐지될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신체안전·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일 경우에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한다.

철도가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는 건 맞지만 아직 개통을 안했는데 어떻게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현지히 위태롭게 할 수 있겠느냐는 게 민주노총 법률원과 논의를 거친 노조의 입장이다. 사측은 필수유지 인원 유지비율을 약 74%(195명 중 145명)로 하자고 제안했다. 노조의 파업이 별 의미없는 수준의 제안이라고 노조는 판단했다. 노조는 이미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쳐 정당하게 쟁의권을 얻었다.

▲ 김포골드라인운영 노조가 시민들에게 받는 서명 내용. 노조는 이를 김포시에 보낼 예정이다. 사진=장슬기 기자
▲ 김포골드라인운영 노조가 시민들에게 받는 서명 내용. 노조는 이를 김포시에 보낼 예정이다. 사진=장슬기 기자

또한 노조는 “노조가 4월30일 오후 5시30분에 필수유지업무협정 체결 요청 건을 수신했는데 5월1일이 휴일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사측안을 검토할 시간은 8시간에 불과하다”며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사측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이재선 위원장은 미디어오늘에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명목으로 파업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했다.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는 16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개통 전 김포골드라인운영 노동자들 업무가 노조법상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는지 △필수유지업무협정 결정없이 쟁의행위를 진행할 수 있는지 등을 질의했다. 개통 전부터 노조가 생겨 활발하게 활동하고 안전문제 등을 거론하며 쟁의행위에 돌입한 게 처음이라 확실하게 절차를 밟아보겠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이재선 위원장은 “앞으로 경전철이 더 개통할 텐데 (해당 경전철 노동자들도)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게 된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며 “김포경전철 사례가 선례가 될 수 있어 시민들에게도 이 상황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포경전철 노동자들은 17일 퇴근시간에도 당산역에서 김포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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