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을 보는 두 개의 시선

임기를 두 달쯤 남긴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2시간 가까이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한 검찰의 입장을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17일 4면에 “文총장, 법무장관 겨냥 ‘검찰은 입닫고 있으란 거냐’”는 제목으로 문무일 총장을 두둔하는 기사를 썼다.

문 총장은 국회에서 논의된 수사권 조정안이 “민주적 원칙에 맞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공백이 생긴다”고 했다. 문 총장은 “현재 정부 안은 (경찰의) 전권적 권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 안이 나올 때까지 사실상 검찰 의견을 안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의 제목과 본문 절반 이상의 내용에서 문무일의 입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데 집중했다.

기사 뒷부분에 와서야 조선일보는 “문 총장의 주장은 일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문재인 청와대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법무장관을 향한 거친 언사를 그대로 제목과 본문에 여과없이 수용해놓고 기사 맨 마지막 문단에 와서 “문 총장이 검찰의 정치 중립 문제를 꺼낸 것도 뒷북에 가깝다는 말이 나왔다”고 해설하는 건 앞뒤가 안맞다.

▲ 17일자 조선일보 4면.
▲ 17일자 조선일보 4면.

이런 식의 제목달기는 일선 취재기자를 매우 난처하게 한다. 항변하는 검찰도 잘못됐고, 청와대의 검경 조정도 문제라면 양쪽 다 균형잡힌 비판을 담은 제목을 달았어야 한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이날 9면에 ‘문무일, 수사지휘권 안놓으려 또 반기… 여, 검찰권 더 축소’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문 총장이 비판한 정부안을 만든 여당의 입장을 들었다. 문 총장의 발언이 “국회 입법권 침해”라는 거다.

일부 여당 의원들 중엔 문 총장에 반발해 ‘검찰권을 더 축소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 17일자 한겨레 9면.
▲ 17일자 한겨레 9면.

문 총장은 사법권 독립을 얘기했지만, 검찰이나 경찰이나 다 행정부 산하기관이면서 법원을 쏙 뺀채 사법권 독립을 운운하는 자체가 아전인수식 해석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겨레가 인용한 “대다수 평검사는 수사권 다 내려놓고 수사지휘를 철저히 하자는 생각이 많다”는 지적은 문무일 총장과 검찰 조직 모두가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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