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는 2002년 홍정욱 회장 인수 이후 3년 만에 흑자 전환해 지난 14년 간 연속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현재 현금유동성이 150억원에 달하는 알짜기업 입니다. 그럼에도 홍 회장은 헤럴드의 한단계 도약을 위해 지분매각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헤럴드 기획조정실에서 보낸 메일)

“14년 연속 흑자를 위해 사라진 유무형의 자산이 한 둘이 아니다. 윤전기가 사라지고, 사진부도 사라지고, 특파원도 사라졌다. 투자없는 모바일 퍼스트 전략으로 교열팀도 없어지고, 편집부도 대폭 축소됐다”(박도제 헤럴드 기자 노동조합 위원장)

중흥건설그룹이 (주)헤럴드 지분을 인수, 대주주가 된다고 발표하자 헤럴드 사측과 헤럴드 기자 노동조합이 내놓은 입장이다.

사측은 “홍정욱 회장은 지난 2002년 당시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헤럴드를 인수했다. 인수 3년 만에 흑자 전환한 뒤,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헤럴드경제는 수익성과 온라인 영향력을 갖춘 대중 매체로 자리잡았고, 코리아헤럴드는 영어신문 1위를 지키며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 기업으로서 건실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박도제 헤럴드 기자노조 위원장은 매각 건은 대주주의 권리임을 인정하면서도 매각설이 돌고 공식 발표과정에서 구성원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아 유감이라는 뜻을 전했다.

박 위원장은 “이메일 이별 통보…‘먹튀’하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늘 (주)헤럴드 회장이 ‘이메일’을 통해 회사 매각 소식을 알려왔다. 갑작스런 통보라 놀랍지만, 대주주의 권리이기 때문에 존중한다”면서 “하지만 지난 17년간 함께한 헤럴드 임직원들에게 이런 식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17년간 사귄 애인에게 문자메시지로 이별을 통보하는 것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14년 연속 흑자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팩트’라고 인정하면서도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 기자는 물론 전체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마른수건 짜기 식의 비용절감 속에 14년 연속 흑자 기록이 만들어졌다”라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사측이 2002년 홍정욱 회장이 인수 이후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지만 “2002년 인수할 당시인 471명이던 임직원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15명으로 150여명이나 줄어들었다”며 “언론사로서 지켜온 자산을 하나씩 팔아먹으면서 만들어 온 것이 14년의 흑자 기록”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 홍정욱 헤럴드 회장. 사진=헤럴드경제
▲ 홍정욱 헤럴드 회장. 사진=헤럴드경제
이번 인수 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주)헤럴드와 홍정욱 회장이 지분을 나눠 가진 식품회사 (주)올가니카에 대한 내용이다.

사측은 “홍 회장은 헤럴드 지분 양수도와 동시에 헤럴드의 식품 자회사 (주)올가니카 등 헤럴드의 식품 계열사를 모두 인수하고 이들 기업이 헤럴드에 진 부채도 즉시 상환키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주)올가니카는 지난 2014년 8월 음료제조업, 농산물의 생산, 가공 및 유동사업을 주업으로 설립된 (주)헤럴드의 종속기업으로 (주)올가니키홀딩스가 65.77%, 홍정욱 회장이 34.2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홍 회장은 (주)올가니카 지분을 100% 인수해 식품회사에 전력하겠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이에 박도제 위원장은 “(14년 흑자로) 일군 회사를 매각해 수백억 원의 자금과 식품계열사를 쥐게 되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헤럴드 관계자는 “당초 식품사업에 진출할 때 목적과 취지가 언론사들의 수익구조가 대기업 광고주의 비중이 높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자체적 수익원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식품 사업 쪽으로 진출했고 전사적 노력이 기울어졌다”라며 “그런데 지금은 (주)헤럴드에 수익적 기대도 없는 상황에서 (주)올가니카를 분리해서 매각한다는 것은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주)헤럴드 구성원은 최소한 홍 회장이 언론 발전이나 기자 교육 등에 필요한 기금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14년 흑자를 이루고 홍 회장이 인수하려는 식품회사 역시 홍 회장만의 능력이 아닌 구성원들 피와 땀의 결과라는 것이다.

[기사 수정 : 오후 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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