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진짜 민생대장정’을 시작한 첫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난 가맹점주들이 피부에 와 닿는 자영업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진행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 ‘자영업 대책, 현장에서 답을 찾다’ 현장 간담회에는 20여 명의 업종별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간담회에는 이인영 원내대표와 박홍근 을지로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 업종별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첫 번째 과제로 가맹점과 관련한 민생대책과 입법과제 마련을 우선적 대책으로 만들겠다”며 “특수물품강제판매, 허위과장정보제공, 본사의 가맹점주협의회와의 협의거부 행위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민생입법회의에서 끝장 토론하는 것도 제안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는 죽기를 각오하고 장사한다, 정치인도 죽길 각오하고 민생 돌봐달라’는 말을 들었다. 함께 오신 공무원들도 죽기를 각오하고 민생대책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함께 해 달라”고 했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작년 연말 신용카드 수수료가 큰 폭으로 인하돼 가뭄의 단비가 됐고 여러 자영업자 위한 종합대책이 조금씩 실효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로페이가 빨리 안착되면 저희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다만 가맹점 사업하는 저희들 입장에서 보면 여러 가지가 많이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15일 서울 영등포구 미스터피자 당산점에서 열린 을지로위원회 민생대장정 '자영업대책 현장에서 답을 찾다'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공동의장은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서 문 닫은 동료들도 많다. 살아남아서 버티는 동료들은 거의 알바가 하던 일을 맡아서 하는데, 한계 상황에 다다르고 있다고 한다”며 “저희 요구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으려면 (종업원 등) 4대 보험 비용 부담이 가맹점주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2대 보험만으로도 가능하게 해달라는 건데, 어려운 것 알고 있다. 몇 년 뒤 안정되고나서 다른 국민처럼 4대 보험을 납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되도록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우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 회장도 “2017~2018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며 “실질적으로 큰 혜택 받는 게 카드수수료 인하다. 매달 30만원 정도 되는데 최저임금 올라간 만큼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되면서 이슈화됐던 게 주휴수당인데 부담이 좀 크다. 일 잘하는 직원을 오래 근무시키고 싶은데 그 이상은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자영업자 혁신대책을 내놨다고 하는데 쭉 읽어봤을 때 크게 와 닿는 게 없다”며 “정부 관계자들이 자영업자 입장을 듣고, 실질적으로 가서 일도 해보고, ‘아 이런 문제가 있구나’ 몸소 체험하고, 자영업자 입장을 듣고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몸으로 겪으면 자영업자들에게 와닿고 실현 가능성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승재 할리스커피가명점주협의회 회장은 “꿈나무카드나 온누리상품권 등을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게 해주면 활성화에 더 큰 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이런 상품권은 전통시장 등에만 해당되는데, 프랜차이즈가맹점도 소상공인”이라고 제안했다.

배달앱 시장 성장이 가맹점주들의 출혈로 이어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양흥모 전국BBQ가맹점사업자협의회 공동의장은 “금년 초 배달앱 시장에서 반값할인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에는 두개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회원확보를 위해 반값 할인 카드를 활용했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과도한 중개수수료랄지 배달앱 노출 광고료 부담 등 전체적으로 가맹점주 영업이익 관리 측면에서 새로운 부담”이라며 “주도적 입장 갖고 있는 배달앱 시장에서 할인 등을 요구하면 가맹본부나 개별가맹점주가 이를 거부하기에는 상당히 힘든 상태다. 앞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정책적 검토 부분이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15일 서울 영등포구 미스터피자 당산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생대장정 '자영업대책 현장에서 답을 찾다' 현장간담회. 사진=노지민 기자
▲ 15일 서울 영등포구 미스터피자 당산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생대장정 '자영업대책 현장에서 답을 찾다' 현장간담회. 사진=노지민 기자

CU 본사 앞에서 170일 째 철야농성 중인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점주에게 단체교섭권을 제공하고, 본사와 상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얼마 전 대구의 한 점주는 의식 잃고 쓰러진 걸 손님이 발견했다. 서울의 한 50대 점주는 하루 19시간 근무하다 과로사로 숨졌다. 전체 점주 절반 이상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도 알바보다 수입이 적다”며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열악한 여건을 전했다. 그는 “10년 간 점주들은 실질적 피해를 감수하는데 본부 영업이익은 증가하고 본사는 주주배당율을 300% 인상했다. 사주 가족은 135억원, 사주는 연봉 30억 받았다. 이 금액 절반만 줄여도 아르바이트 6천여 명 월급”이라며 “수혜분을 점주들에게 환원하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들은 이인영 원내대표는 “생각했던 것보다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들이 많은 거 같다. 국회에서 법과 제도로 정책으로 뒷받침하기 이전에 이 자리에 관계부처 담당 공무원들 오셨는데 정부가 시행령으로 할 수 있는 것, 그 이전에 실태조사를 통해 먼저 정확하게 진단하고 파악하는 것부터 서둘러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은 “대통령께서 현장 가서 소리 듣고 알리라는 지시를 해서 어떻게든 하려고 한다. 모자란 게 있으면 청와대 직접 와서 얘기하시면 만나서 듣기도 한다. 그런 것들 잘 활용하셔서 될 때까지 하면 되더라 힘 모아서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국민 누구나 자기가 일해야 할 곳에서 최선 다하는 게 마땅하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입법과 정책제도 개선을 이야기하고 국가 안위와 국민의 삶 살피는 게 마땅한데 국회 공전이 계속돼 부득이 현장에 나왔다. 밖에서 민생 외치는 게 경청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일은 국회에서 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의 민생 보이콧이 계속 돼 1만4000건 법률안에 먼지가 쌓이고 있다. 한국당 가출정치로 자영업 여러분 위한 민생법안, 가맹점주 보호법, 대리점주 보호법, 복합쇼핑몰 방지법 등이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국회에 잠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을지로위는 이날 ‘진짜 민생대장정 2019 민생바람’ 출정식을 시작으로 오는 31일까지 ‘1차 민생대장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으로 16일 방송스태프 노동자, 21일 화장품·면세품 유통업, 24일 중소자동차부품시장 현장 간담회 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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