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자유한국당의 잇단 색깔론 이념 공세에 정면 반박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문재인 지지자를 ‘문빠’, ‘달창’ 등 입에 담기 힘든 망언을 쏟아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막말, 혐오를 부추긴다”고 비판하는 등 단호한 대응에 나섰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13일 청와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임중도원(任重道遠). 책임은 무겁고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며 “아직까지 냉전시대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색깔론으로 폄훼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 실장은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역사는 후퇴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국민통합과 민생안정을 위해 뚜벅뚜벅 당당히 걸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실장은 “‘성과를 내는 청와대, 소통하고 경청하는 청와대, 절제와 규율의 청와대’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발언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문재인 정부를 잇달아 좌파로 명명하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7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재인 정권은 좌파독재를 완성하고 연장하기 위해서 브레이크 없는 무리한 질주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좌파는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임종석씨가 무슨 돈을 벌어온 사람인가. 정상적으로 일해 돈 번 사람 거의 없다”고 비난했다.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대변인, 수석대변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12일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와 노영민 (왼쪽) 비서실장과 함께 국무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12일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와 노영민 (왼쪽) 비서실장과 함께 국무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청와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989년 임수경 방북사건을 소개했다. 당시 평양축전에 임수경이 그냥 가겠다고 한 것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조선학생위원회 명의로 초청장을 북한 적십자사를 통해 우리 적십자사로 보내고, 우리 적십자사는 통일원(지금의 통일부)에 전달했고, 통일원아 전대협에 수령해가라고 연락을 해서 받아왔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제가 기소될 때, 죄목중에 지령수수가 있었다”며 그것은 ‘초청장 형식을 빌은 지령수수’였다고 전했다. 임 전 실장은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가 없습니다만 당시 공안검사들이 그런 일을 서슴지 않았다”며 “닥치는대로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간첩을 조작했던 일들을 조금도 부끄러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 어느 별에 사는 사람들일까”라고 반문했다.

임 전 실장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진화하는데, 아직도 좌파 우파 타령을 하고 있으니, 공안검사 시절 인식에서 한걸음도 진화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간다는 게 그저 놀랍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험한 말의 경쟁이 아니라 좋은 정치로 경쟁하고, 정책으로 평가받는 품격 있는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대구 장외집회에서 “대담할 때 KBS 기자가 물어봤는데 그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당하는 거 아느냐”고 망언을 했다. 달창은 문재인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여성혐오 표현이다.

▲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지난해 5월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 앞서 주영훈 경호처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지난해 5월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 앞서 주영훈 경호처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단상에 올라가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단상에 올라가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