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 김포도시철도 개통 적신호?” (2일 파이낸셜뉴스)
“김포도시철도 7월 예정대로 개통…노조, 파업 결정 상태로 개통에 차질 예상” (2일 헤럴드경제)
“김포시, 노조파업 예고에도 김포도시철도 7월27일 개통 천명” (6일 아시아투데이)
“김포골드라인운영 노조, 임금인상 211% 요구에 협상난항” (9일 헤럴드경제)

김포시(시장 정하영)와 김포골드라인운영 쪽 자료로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김포한강신도시와 서울 김포공항역을 잇는 김포도시철도(김포경전철)의 주무관청은 김포시이며 실제 운영은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김포골드라인운영(대표 권형택)이 맡는다. 김포시·김포골드라인운영 쪽 주장을 담은 위 기사들의 요지는 크게 두 가지다.

① 김포시가 준비를 마치고 오는 7월27일 김포경전철 개통을 앞두고 있는데 노조가 임금인상 등 사적 이익을 내세우며 파업을 예고해 시민 불편이 예상된다.

② 노조는 김포경전철 운영인력이 전국 최저수준으로 높은 업무강도 등 안전 문제가 있을 거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경전철과 비교해 인력이 적지 않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포시와 운영사가 개통을 거의 다 준비했는데 ‘노조가 발목잡는다’는 기사들이다. 노조가 파업만 하지 않으면 될까.

▲ 김포도시철도 관련 기사들
▲ 김포도시철도 관련 기사들

핵심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

철도노동자들이 진짜 두려워하는 건 노동재해(산업재해)다. 지난 2016년 구의역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2인1조 근무를 보장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재선 김포골드라인운영 노조위원장(공공운수노조 김포도시철도지부장)은 11일 미디어오늘에 “(다른 경전철에서) 전기 점검하다 고압 감전으로 한쪽 팔이 타는 사고가 있었고 (철도노동자들 중엔) 죽을 뻔한 경험을 한 분들이 많다”며 “사고나 장애가 많지만 승객부상이나 운행장애가 없으면 언론에 알려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김포경전철 역시 ‘고객안전원’으로 불리는 역사 근무자에게 2인1조를 보장하지 않는다. 노조에 따르면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1명, 오후 3시부터 새벽 1시까지 1명이 맞교대로 일한다. 일부 인력이 휴무일·휴가일 등을 채우는 구조다.

분야별 전문 인력을 한 팀으로 구성하는 ‘통섭 근무제도’도 문제 삼았다. 보통 전기·기계·PSD(스크린도어)부서에 각 9명씩 총 27명을 배치한다. 각 부서마다 3인1조로 3개조를 만든다. 반면 김포골드라인운영은 전기·기계·PSD 등 각 부서에서 1명씩을 모아 3인1조를 만든다. 27명을 배치해야 하는데 총 인원은 9명으로 줄어든다. 때론 전기 담당이 비전문 분야인 기계 업무를 해야 할 수도 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9일 이 제도를 “선진형 운영방식으로 효율성과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 김포경전철. 사진=김포시청
▲ 김포경전철. 사진=김포시청

인력이 부족하면 유지관리에 구멍이 생기고 사고수습도 오래 걸린다.

추운 겨울날 출근시간이었던 지난해 12월29일 오전 7시46분, 서울 경전철 우이신설선이 열차문 고장으로 북한산보국문역에 멈췄다. 승객 300여명이 열차에서 내렸고 후속 열차마저 늦게 오는 바람에 출근길이 길어졌다. ‘최첨단 센서’가 한 승객 옷에서 떨어진 단추를 사람으로 오인해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게 우이신설선 관계자의 해명이었다.

이틀 뒤인 12월21일 성신여대역에서 담배꽁초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오작동해 승객 40여명이 좁은 공간에 갇혔다. 한 시민이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2017년 9월 우이신설선 개통이후 지난 3월까지 언론이 보도한 안전사고만 9건이었다. 우이신설선은 ‘중단철’, ‘고장철’이란 별명을 얻었다.

인원을 줄일 수 있다는 단순한 발상으로 무인경전철 사업을 추진한다. 열차를 운전하는 승무원은 없지만 반대로 열차를 관제실에서 감시·제어하는 관제사의 업무긴장감은 높아진다. 차량정비나 역사·선로·신호 등 유지관리 노동자의 업무량은 변함없다. 1~8호선과 같은 중전철(6~10량)에 있어야 할 장비들을 경전철(1~4량)에 장착했으니 정비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노조 추산 우이신설선의 경우 선로 1km당 운용인력이 16.4명이다. 9호선 2·3단계 18.8명, 9호선 1단계 25.1명, 부산교통공사 35.7명 등 우이신설선보다 같은 단위 기준 인력이 훨씬 많다. 우이신설선 사고가 잦은 이유 중 하나다. 김포경전철의 경우 1km당 운용인력이 9.5명이다.

김포경전철 노동자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노조가 지난달 30일 조합원 6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개통시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답한 비율이 71%에 달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묻자 ‘부족한 인력 탓에 점검이 부족하다’는 답이 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 중 4명만 준비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답했다. 왜 이 지경에 이른 걸까.

김포시-서울교통공사 협약부터 졸속

김포시는 김포경전철 1년 운영비를 조사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2016년 2월19일 김포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연간 230억원이 필요하다는 게 용역결과였다. 하지만 현재 책정한 연간 운영비는 170억원 수준으로 약 60억원이 줄었다. 노조는 최저가에 입찰한 서울교통공사를 낙찰한 걸 예산삭감의 원인으로 꼽았다.

최저가 입찰을 위해 서울교통공사가 부대사업 기대수익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나왔다. 서울교통공사는 개통 후 5년간 부대사업으로 94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제안해 운영비에서 94억원을 차감해 계약했다. 하지만 자회사인 김포골드라인운영은 6억3000만원 벌 수 있는 부대사업 계약을 추진 중이다. 총 88억원 가까이 사라진 셈이다.

관계당국은 김포도시철도 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도 알고 있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는 2017년 11월27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에 낸 ‘서울교통공사 김포도시철도 자회사 설립(출자) 동의안-심사보고’에 “자회사 설립시 단기적으로 서울교통공사 파견근무 및 전적 희망자 신규채용 등에 따라 공사 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공사 퇴직자가 특별채용 형식으로 자회사 사장 등 임직원에 채용될 경우 특혜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심사보고’에서 “장기적으로 유사 업무를 수행함에도 서울교통공사 직원에 비해 낮은 수준의 복지·급료로 초래되는 갈등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업무는 모회사랑 비슷하지만 자회사의 인력은 6분의1 수준, 급여는 절반이하다. 노조에 따르면 처음 입사한 사원의 경우 200만원을 채 못 받고 직원 평균 임금은 260만원 수준이다. 설문결과 조합원 45.5%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투잡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고를 걱정할 만한 노동조건, 모회사 출신과 차별 분위기, 게다가 임금까지 낮은 수준, 사측과 언론·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며 파업 투표에서 92%나 찬성한 이유다.

▲ 김포시는 오는 7월27일 김포경전철 개통을 예고했다. 사진=김포골드라인운영 팸플릿
▲ 김포시는 오는 7월27일 김포경전철 개통을 예고했다. 사진=김포골드라인운영 팸플릿

개통이 급한 김포경전철, 노조 압박

김포시·사측과 노조의 입장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분위기다.

김포시는 협약서에 근거해 추가 재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포시 철도과 관계자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안전하게 적기에 개통하는 게 김포시 목표”라며 “파업까지 가지 않도록 신경쓰겠다”고 했다. 예산을 적게 책정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에 해당 관계자는 “최저가입찰이 아니라 제한경쟁입찰로 6개 기관이 참여해 기술7:가격3 비율로 평가했기 때문에 협약이 잘못됐다는 건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포시와 서울교통공사 협약 당시 예산이 결정됐기 때문에 김포골드라인운영 경영진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김포골드라인운영 안전경영처 관계자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노사 조정 중이니 (회사 입장을) 말할 수는 없다”며 “운영비를 받아 그 안에서는 움직일 수 있는데 해줄 수 있는 것까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포시와 사측은 언론을 이용해 곧 파업권을 얻게 될 노조를 압박했다. 김포골드라인운영 관계자는 9일 헤럴드경제에 “노조가 사적이익을 내세우기보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길 바란다”고 했고, 김포시 관계자는 6일 아시아투데이에 “파업 예고는 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했다.

이는 김포경전철 개통연기와 관련이 있다. 2016년 2월22일 김포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김포경전철은 2009년 사업면허를 받고 2014년 3월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사업이다. 서울지하철 5·9호선 연장을 검토하기도 했고, 민간자본을 유치하려다 B/C(비용대편익) 1이하인 0.81로 사업성이 없다고 나와 무산됐다. 결국 시 재정(3000억원)과 LH 지원금(신도시입주민 부담금, 1조2000억원)으로 건설했다.

김포시가 원래 지난해 11월 개통을 못 박았지만 공사가 늦어졌다며 오는 7월말로 연기했다. 김포시민들 사이에선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통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겨 홍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포시 공무원들을 감사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할 정도였다. 노동조건과 안전문제를 이유로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김포시와 사측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다른 경전철과 인력 비슷한가, 그래서 안전한가

김포도시철도노조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인력부족 등 개통 준비가 부실하며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퇴사자가 많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 79명 중 58명이 이직하고 싶다고 답했고, 지난주까지 이미 11명이 관뒀다.

같은 날 사측은 헤럴드경제에 ‘국내 경전철 운영현황’이란 자료를 제공하며 반박에 나섰다. 노조가 1km당 운영인력이 전국 최저수준인 9.5명이라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지적하자 헤럴드경제는 “일반적으로 경전철 운영인력이 1km당 10명 내외”라고 했다. 사측은 다른 곳과 김포의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고 노조는 김포 쪽 인력이 적다는 주장이다.

▲ 헤럴드경제 9일자 김포경전철 관련 보도내용 일부
▲ 헤럴드경제 9일자 김포경전철 관련 보도내용 일부

김포골드라인운영이 헤럴드경제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1km당 운영인력이 우이신설선 9.8명, 용인경전철 9.7명, 부산-김해경전철 9.2명 등이다. 반면 노조가 미디어오늘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1km당 운영인력이 우이신설선 12.2명, 용인경전철 11.5명, 부산-김해경전철 9.4명 등이다.

사측 자료에는 다른 경전철의 계약직·외주인력 등이 빠져 실제 운영인력이 적은 것처럼 보인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또한 김포경전철의 경우 열차마다 1명씩 탑승하는 ‘열차안전원’도 있어 단순비교가 어려운 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 모회사인 서울교통공사 1km당 운영인력은 53.2명으로 김포골드라인운영의 5배를 훌쩍 넘는다. 결국 철도노동자 사이에서 ‘공사-자회사’ 또는 ‘중전철-경전철’이라는 계급이 나눠진 게 실질적인 문제다. 다른 경전철의 노동조건 역시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이석주 용인경전철 노조위원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과거 15개역에 17명이 근무해 점심시간에도 무전기 들고 밥 먹는 등 휴게시간도 없었다”며 “최근엔 점점 촉탁직(계약직)이 늘고 있다”고 했다. 김용일 부산김해경전철 노조위원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전철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처우는 어디나 좋지 않다”며 “부산김해의 경우 동료가 퇴사해도 사람을 뽑지 않는다”고 했다.

경전철 사업은 대체로 수요예측이나 사업성을 보기보단 선거 등 정치권 이해관계로 시작한다. 시작하면 그때부터 비용절감에 초점을 두니 시민안전은 뒷전이다. 김형수 김해시의장이 지난 1월24일 부산김해경전철 사고가 이어지자 “사장 등 운영 간부 대부분이 철도운영과 관계가 먼 금융권 등 출신 비전문가가라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개혁을 요구했다. 김포골드라인운영 대표 역시 금융권 출신이다.

한편 김포시와 사측은 ‘역당 인력’을 기준으로 보면 김포 쪽 인력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노조 주장은) 통계 오류”라며 “역사 개수를 기준으로 보면 통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사측제공 자료를 보도한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역당 인력은 김포경전철이 22.6명으로 용인경전철 12명, 부산-김해경전철 10.2명, 우이신설선 8.6명보다 많다. 김포경전철 역 개수는 10개로 다른 경전철에 비해 적다. 미디어오늘이 비교를 위해 김포골드라인운영 관계자에게 해당 자료 전체를 요청하자 이를 거부했다.

▲ 김포도시철도 사업개요. 사진=김포시청
▲ 김포도시철도 사업개요. 사진=김포시청

전기·기계·신호·통신·토목·궤도 등 시설이 역 사이에도 끊이지 않는다. 유지관리 노동자들이 역 시설물과 역간 시설물을 모두 관리하는데 역간 시설물 관리·점검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려 ‘역당 인력’ 보다 km당 운영인력이 더 유효한 통계라는 노조입장이다.

파업이 진짜 문제인가

김포경전철 상황을 들여다보면 ‘노조의 사적이익’을 김포경전철의 근본 문제로 규정하긴 어려운 면이 있다. 임금 등 노동조건을 이유로 파업할 수밖에 없는 노동법 현실에서 사측이 노조의 임금인상안을 일부 언론에 공개하고 해당 언론은 파업의 다양한 이유를 찾기보다 임금인상을 비난하는 식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지자체와 사측의 무책임한 태도도 파업의 한 원인이다.

김포골드라인운영은 오는 6월23일까지 영업시운전을 진행한다. 10개 분야를 점검한 뒤 국토교통부에서 최종 승인을 받는다. 오는 14일 노동위원회가 노사 2차 조정을 중지하면 노조는 쟁의권을 얻는다. 이재선 김포도시철도지부장은 영업시운전을 시작한 10일 “일부 선로에 떨림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노사민정 공동점검을 제안하며 시민들 관심을 부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