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고등학교(학교법인 한흥학원)가 2017년 서울시교육청의 종합감사로 확인된 각종 비리를 보도한 기자들에게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를 했다는 이유다. 고발 당한 기자는 공익 보도 활동을 억압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서울미술고는 지난 3월 학교 비리를 보도한 김덕훈 KBS 기자와 김영태 CBS 기자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고발 이유는 서울미술고가 공익 제보 교사를 보복 조치로 파면했다는 보도가 허위라는 것이다. 김덕훈 기자 고발 건에는 현재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김영태 기자 고발에는 해당 보도 외에도 △서울미술고가 등록금에 대한 자율 결정권이 부여되는 자사고나 특목고가 아닌데도 과도한 등록금을 받아왔다는 보도 △교육당국이 서울미술고에 미흡하게 대처했다는 보도 △자율학교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 등이 허위라는 이유가 포함됐다.

▲ 김영태 CBS 기자는 서울미술고에 대한 기사를 20여건 이상 보도했다. 사진=CBS 노컷뉴스 홈페이지.
▲ 김영태 CBS 기자는 서울미술고에 대한 기사를 20여건 이상 보도했다. 사진=CBS 노컷뉴스 홈페이지.

사건의 발단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 서울미술고 교사들이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 감사과에 비리를 고발했다. 서울미술고가 설립자이자 학교장의 딸에겐 방과 후 학교를 맡기고, 아들로부터는 급식 재료를 납품받아 1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이유였다. 또 학생들이 낸 수업료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면서도 예산이 부족하다며 교직원 인건비는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핵심 주장이었다.

그해 8월 서울시교육청은 ①학교가 학교장 가족들이 운영하는 업체들과 부당하게 거래해 각종 특혜를 제공했으며 ②학교 예산의 부당한 집행을 통해 예산을 낭비하고 ③예산 부족을 이유로 교직원들의 명절 휴가비 등 인건비를 정확하게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결과로 총 16건의 지적 사항을 밝히고 학교장 등 관련자(교장, 행정실장, 방과 후 팀장)에게 중징계 처분 등을 내렸다.

당시 수많은 언론사가 이 사건을 보도했다. 최근 서울미술고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한 김영태 CBS 기자와 김덕훈 KBS 기자도 해당 사건을 보도한 기자들이다.

▲ 2017년8월 서울시교육청의 S고 비리 감사 결과를 보도한 언론사들.
▲ 2017년8월 서울시교육청의 S고 비리 감사 결과를 보도한 언론사들.

‘제보자에 성추행 누명’ 보도 파장

서울미술고는 공익 제보를 한 정미현 교사를 직위해제한 뒤 파면했다. 정 교사는 비리를 제보한 이듬해인 2018년 3월 교원소청위를 통해 복귀명령을 받았으나 일주일 만에 또다시 직위해제됐다.

당시 김덕훈 KBS 기자는 “사학비리 적발됐지만, 설립자 건재, 제보 교사는 파면”(2018년 3월2일)이라는 기사를, 김영태 CBS 기자는 “‘파면까지 속수무책’…공익제보 교사의 눈물”(2018년 3월13일)이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 2018년3월2일 KBS 보도.
▲ 2018년3월2일 KBS 보도.

이후 김영태 기자는 “학생지도가 성추행 둔갑, 사립학교 치졸한 보복”(2018년 3월18일) 기사에서 서울미술고가 공익신고자 정 교사에게 오히려 성추행 누명을 씌웠다고 보도했다.

서울미술고 측은 정 교사가 제보자여서 직위해제를 한 것이 아니라, 학생 교육 방법 등에 문제가 있어 직위해제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 교사가 제보하기 전 피해자들의 민원이 접수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울미술고는 정 교사를 성추행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정 교사의 성추행과 아동학대 혐의에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018년 11월3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피해자들이 진술을 거부하는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우며, 일부 피의사실에 대해서는 풍문 내지 전문(傳聞·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서 들은 것)임이 확인되는 등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2018년3월2일 KBS 보도.
▲ 2018년3월2일 KBS 보도.

이후에도 김영태 기자는 교육청이 서울미술고의 과도한 수업료를 묵인하고 있다는 등 관련 기사 20여건을 연속 보도하면서 서울미술고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미술고는 여전히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서울미술고 관계자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실제 학교에 와서 살펴보면 피해자가 있다”며 “무혐의가 났다고 해서 죄가 모두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의 말만 듣고 기사를 쓰는 김영태 CBS 기자 기사는 모두 허위사실”이라며 “김 기자가 보도한 횡령 건도 아직까지 명확하게 결정이 난 것 없고, 감사를 받은 것 중 문제가 있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김 기자 기사는 일방적으로 한쪽 이야기만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정 교사 파면 취소 결정에도 항소하겠다고 전했다.

“비리 보도에 고소는 적반하장”

고발당한 기자는 서울미술고가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 김영태 CBS 기자는 8일 “공익을 위한 보도 활동,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의도가 너무 명백하다”며 “명백한 비리를 보도로 고발했는데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서 적반하장식 언론 탄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김영태 기자는 “서울미술고가 내 기사를 일방적 취재로 쓴 기사라고 하는데 ‘공익제보 교사 파면’, ‘운동장도 없는 학교’ 취재 때 학교측 소명과 취재협조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며 “‘수업료 자율학교 불법 지정 등’ 나머지 대다수 기사는 교육당국 자료를 근거로 작성했기에 학교측 소명이 필요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덕훈 KBS 기자는 10일 “서울미술고가 취재나 기사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면 소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러나 이 학교는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지적하면 소송을 남발한다”고 지적했다.

제보한 정미현 교사는 “학교는 공익제보 교사들을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쫓아내왔다. 내 사례뿐만이 아니다”라며 “학교 비리를 알린 사람을 마치 문제 있는 사람인 것처럼 만들어 본질을 가리려 한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서울미술고 기사는 거의 모든 언론사가 다루었는데 특정 기자들을 타깃으로 교육부와 교육청 출입기자에게 일종의 본보기를 보이려 하는 것 같다”며 “공익을 보도한 언론을 공격해 모든 언론의 입을 다물게 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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