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과 임시정부 다룬 드라마, ‘민중’은 기획의도에만?
3·1운동과 임시정부 다룬 드라마, ‘민중’은 기획의도에만?
[성상민의 문화 뒤집기] TV가 드라마로 독립운동을 바라보는 방식

2019년은 여러모로 한국에 상징적인 해다. 일제 강점기 최초의 대규모 민중 봉기로 제국주의에 저항했던 3·1 운동이 발생하고, 동시에 3·1 운동의 성과로 중국에서 독립운동가들이 모여 결성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출범한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미 영화 영역에서는 3·1 운동의 상징인 유관순을 주인공으로, 일제 경찰에게 천안에서 3·1 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이후 옥중 투쟁을 그린 ‘항거 : 유관순 이야기’가 3월에 개봉한 것을 비롯해 3·1 운동을 기념하는 작품들이 개봉한 상태다.

TV 역시 ‘3·1 운동’과 ‘임시정부’라는 소재를 가만히 놓아두지는 않았다. 3월에는 지상파 방송국들은 경쟁적으로 특집 다큐멘터리를 편성하였다면, 4월 말부터는 드라마를 통해서 독립운동을 다루려는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SBS는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후속으로 동학농민항쟁을 그린 ‘녹두꽃’(연출 신경수 김승호, 각본 정현민)을 편성했다. 

작품은 직접적으로 독립 운동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나, 기획의도를 통해서는 동학농민항쟁이 3·1 운동, 항일독립투쟁으로 이어졌음을 언급하며 이 작품이 독립운동 기념과 무관치 않음을 드러냈다. 또한 드라마의 각본가를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 수목드라마 ‘어셈블리’ 등 직접적으로 현실 정치를 주된 소재로 삼는 드라마의 극본을 주로 집필했던 정현민으로 결정하며 방영 전부터 시청자의 기대를 증폭시켰다.

 

▲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
▲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 사진출처=SBS 홈페이지. 

이에 맞서 MBC는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신작으로 ‘이몽’(연출 윤상호, 극본 조규원)을 편성했다. ‘녹두꽃’이 ‘동학농민항쟁’을 소재로 삼으며 좀 더 넓은 차원으로 독립운동을 마주한다면, ‘이몽’은 몇 년 전 최동훈의 영화 ‘암살’로 주목을 받은 독립운동단체 ‘의열단’과 독립운동가 김원봉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독립운동과 직접적인 연결을 내세웠다. 또한 드라마의 주인공에 김원봉과 함께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라는 설정을 지닌 여성 캐릭터 ‘이영진’을 내세우면서 최근 거세게 일고 있는 ‘여성 서사 요구’에 부응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냈다.

 

 

한편 KBS는 9월에 독립운동가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삼은 전기 드라마 ‘의군 : 푸른 영웅의 시대’(연출 최지영, 극본 허승민)을 방송할 예정임을 발표하며 독립운동 기념 드라마의 붐에 합류할 계획을 밝혔다. 케이블이나 종편 채널은 딱히 독립운동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를 만들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2018년에 CJ ENM의 tvN을 통해 방송한 ‘미스터 션샤인’(연출 이응복, 극본 김은숙)이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리 제작한 드라마로 취급해도 무방할 것이다.

 

방송을 시작한지 아직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녹두꽃’과 ‘이몽’의 흥행 성적은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다. 두 드라마 모두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7~8%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미스터 션샤인’의 10% 중후반대를 넘나든 시청률도 함께 생각한다면, 이전보다 매체의 폭이 무척이나 넓어진 상황에서도 TV를 통해 방송하는 독립운동 소재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일정한 수준으로 존재한다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 MBC 토요드라마 이몽. 사진출처=MBC 홈페이지.
▲ MBC 토요드라마 이몽. 사진출처=MBC 홈페이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드라마가 3·1 운동과 임시정부를 기념하는 ‘방식’에 달려있다. ‘녹두꽃’은 기획의도에서 직접적으로 ‘전봉준의 일대기’가 아니라 ‘민초들의 이야기’임을 강조하며 민중을 중심으로 그려낼 것을 강조하고, ‘이몽’은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그림자로 살다간 그들의 흔적’을 찾는 작품임을 내세웠다.

여기에 드라마 의군은 여러 기사를 통해 ‘안중근의 휴먼 성장 드라마’가 중심이 되는 작품임을, 작년에 방송된 ‘미스터 션샤인’은 ‘이름 없는 영웅들의 유쾌하고 애달픈 항일투쟁사’이자 ‘쓸쓸하고 장엄한 모던연애사’임을 강조했다. 각자 사용한 표현은 제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이름 없이 살다간 민중의 이야기’로 독립운동을 그려내겠다는 의지를 기획의도를 통해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실제 방송되는 드라마의 서사와 연출이 이를 충실하게 드러내고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녹두꽃’과 ‘이몽’ 모두 중요 주인공을 중산 계급과 지배층 사이에 존재하는 이들로 설정하며, 아직까지는 실제 핍박을 받은 민중에 대한 이야기는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 이미 작년에 방송된 ‘미스터 션샤인’도 해당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않았으며, 방영을 준비 중인 ‘의군’ 역시 ‘안중근’의 삶 이상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3·1 운동-임시정부 100년을 맞아 KBS가 기획한 특집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시민의 탄생’이었다. 이전처럼 단순히 독립운동과 대표 인사들을 기념하는 것을 넘어 독립운동에 담긴 민중의 주체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와 달리 정작 드라마에서는 ‘민중’이 기획의도에만 담겨있을 뿐, 서사와 연출에는 대상화되는 역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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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5-11 14:05:46
한마디만 하고 싶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AK 2019-05-11 13:44:08
용어 정리부터해라! 동학운동! 대중! 이런 용어 사용해!
항일에 독립운동에 사회주의자 좌경 민족주의자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개관적이고 냉철하게 역사를 봐! 이념을 다 빼지 말고 지나간 거니..
왜곡하지 말고.. 국제적으로 보라고..빨갱이를 빨갱이로..보라고..
뭘 반성해야 하는지!

염병 미오 2019-05-12 10:15:21
드라마 잖아.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게 드라마인데 무슨 수로 민중이라는 다수이자 집단을 서사 하고 연출 하냐고.
동학운동과 3.1운동에 참가 했고 임시정부 설립에 십시일반 힘 모았던 민중들의 일상을 무미건조하게 나열만 할까?
동학운동, 3.1운동에 참가 했고 임시정부 설립에 밑거름이 되었던 '민중'이라는 집단을 무시 하는게 아니라 '민중'이라는 집단을 드라마로 어떻게 풀어 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