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3대 경제정책의 하나이자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전제인 ‘경제력 집중 해소’ 공약을 저버렸다는 학계 평가가 나왔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10일 “재벌 중심 시장구조를 근본 개혁하지 않고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모두 불가능한데,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성과는 너무나 초라하다”고 말했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이날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문재인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평가는 정부가 3대 정책으로 내건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으로 부문이 나뉘었다.

▲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10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문재인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10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문재인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박상인 교수는 3대 정책 가운데 ‘공정경제’를 핵심으로 꼽았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 기회를 보장해야 나머지 두 바퀴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정책이 맞물리고, 정부 주도·재벌 중심 발전 전략에서 탈피하는 게 공정경제의 골자라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공약은 그 자체로도 미진했지만, 공약을 전혀 이행하지 않아 더 중대한 문제”라고 했다.

이는 재벌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해당 법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정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요건을 높이고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며 △일감몰아주기를 금지하는 등 정부의 공약 사항을 담고 있다.

박 교수는 개정안의 규제조치가 현존하는 재벌체제를 건드리지 않는 탓에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법안은 지분율과 순환출자 규제를 새로 재벌에 편입하는 기업체에만 적용하도록 했다. 박 교수는 “기득권 재벌은 손 안보고, ‘알아서 바뀌도록 인내심 갖고 기다리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적용대상을 확대했지만, 처벌을 피해갈 길을 열어뒀다. 박상인 교수는 “해당 조항에 ‘부당한’이라고 한정 조건을 둬 입증하도록 했, 이 때문에 공정위가 처음 대한항공을 규제하고도 패소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개별 일감 몰아주기가 부당하다고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사문화된 셈”이라고 했다.

▲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가 10일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문재인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가 10일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문재인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통령이 입법을 거치지 않고도 시행할 수 있는 개혁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정규모 이상 내부거래 등에 비지배주주가 다수결 의결하는 ‘비지배주주 다수결 규칙(MoM‧Majority of Minority)’ 도입 △국민연금의 철저한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공정거래법 시행령개정을 통한 수요독점 규제 강화 등이다.

이에 비해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 의지는 희박해지거나 오히려 퇴행했다. 박 교수는 “지난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방송 인터뷰엔 공정경제에 대한 질문도, 언급도 없었다. 이를 보고 정부가 더 이상 공정경제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오히려 친재벌 정책으로 돌아서는 실정”이라며 “은산분리 원칙을 허무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제정하고,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과 개인정보보호법 개악, 의료민영화 등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경제 근본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지난 2년의 교훈이다. 정부가 남은 세월을 헛되게 보내지 않으려면 깊이 자문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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