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에 이어 닷새만인 9일에도 단거리미사일 추정 불상 발사체를 쐈다.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관계 복원을 위한 노력이 계속 빗나가고 있다.

한미 정상이 1차 발사체 발사 뒤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논의를 한 것이 되레 역효과를 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인도적 식량지원 논의보다는 비핵화-대북제재완화 로드맵과 공정표를 통해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도록 하는 게 낫다는 평가다.

우선 북한이 문재인 정부 취임 2주년 직전에 발사체와 미사일을 발사하는 배경이 의문이다. 대북전문가들은 대내용과 대외과시용, 대미 협상촉구용으로 해석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5월에 북한은 모내기 전투기간이라 훈련을 잘 안한다”며 “5일 단위로 연달아 발사체를 쏜 것은 대미 압박의 메시지이고, 결코 재제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군부달래기 의도도 있다”고 해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원 연구기획부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미가 3월과 4월에 ‘동맹19-1’과 연합공중훈련을 한 것에 불만이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사드로 막을 수 없는 미사일 능력을 대외에 과시하고, 안으론 비핵화에 불만세력인 군부를 달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정성장 부장은 이번 발사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유도하고 향후 안보(특히 대북 안전보장) 이슈를 쟁점화하려는 전략도 있다면서 이렇다면 앞으로도 당분간 북한이 시험발사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양무진 교수도 “공군, 육군에 이어 조만간 해군쪽이 할 가능성이 있다”며 “백령도를 마주보고 있는 서해에서 함대함, 함대지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단계까지 가면 다시 한미가 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하는 카드를 꺼내들고, 북한은 모든 합의를 무효화했던 지난 1992년 팀스프리트 훈련 재개 사태가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그는 현 상황을 상당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 북한이 지난 9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한 훈련 모습으로 단거리 미사일 추정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북한이 지난 9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한 훈련 모습으로 단거리 미사일 추정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선비핵화 후대북제재 해제 방침을 고수하고 북한의 단계적 또는 동시적 타결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도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요인이다. 북한도 우라늄 농축시설에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로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양무진 교수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외교 성과로 보고 재선에 임하려는 것인지, 비핵화 이슈만 활용한 채 재선에 임하려는지 명확치 않는 게 의심된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식량지원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식량지원 얘기가 나오는데, 북한이 뻥뻥 쏘는 건 거지 취급 말라는 뜻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성장 부장도 “안보 호전 때까지 인도적 지원 연기가 바람직하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우호 환경을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해법으로는 식량지원 보다 비핵화-상응조치(대북제제 완화) 로드맵과 일정표를 더 잘 짜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대북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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