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interviewer)의 머릿속은 분주해야 마땅하다. 질문을 던지고, 상대의 답변을 듣는 동안 핵심 내용은 이해하고 소화하면서, 동시에 모호하거나 의뭉스러운 부분을 짚어내야 한다. 이전 질문에 대한 상대 답변이 끝나기 전에, 모자란 내용을 어떻게 되물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충분히 준비하고 인터뷰 주제를 숙지해야 하며, 인터뷰 상대가 편안히 답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 

언론학을 통해 인터뷰 원론을 배우더라도 막상 실행은 어렵다. 취임 2주년을 맞이해 KBS가 진행한 문재인 대통령 대담은 아주 까다로운 실전 중의 하나일 것이다. 생중계로 방송된 대담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곳저곳에서 논란이 일었다. 인터뷰 내용보다도 사회자의 태도를 지적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려운 인터뷰를 기획한 KBS 제작진 및 송현정 기자, 또 문 대통령의 노고를 인정하면서도, 유독 아쉬운 부분 몇 가지를 적어본다.

왜 우리는 이번 인터뷰가 불만족스럽게 느껴질까? 무엇보다도 대담을 통틀어 인터뷰어가 대통령에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인터뷰 80분은 기자에게 짧지 않은 시간이다. 사회자는 당연히 긴 시간을 이어갈 상당한 분량의 질문을 준비했을 것이다. 

지난 9일 방송된 KBS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모습.
지난 9일 방송된 KBS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모습.
초반 이후 몇몇 질문은 특정 답변을 기대하는 듯 공세적이었고, 이에 대통령이 방어적인 답변을 이어가자 대담이 딱딱해졌다. 강약 조절이 없는 느낌이었다. 이후 후반부 일부 질문을 던질 때 사회자는,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누군가의 ‘아바타’ 같기도 했다. 몇몇 부정적인 표현이 정말 기자의 언어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대담이 끝난 뒤 찾아보니, 질문은 모두 KBS에서 준비했고, 청와대와는 큰 틀에서 주제만 공유했다고 한다.

답변을 중간에 끊는 장면도 자주 있었다. 다만 대통령 답변을 구체화하려는 개입이라기보다는, 얼른 결론을 내리고 다음 질문을 꺼내려는 듯한 어깃장에 가까웠다. 아주 약간의 여유가 아쉬웠다. 흐름이 깨지자, 더 깊은 답변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인터뷰이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것까지 설명하실 필요는 없고요”라는 말은 또 어떤가. 이것은 사실 방송사 기자가 흔히 쓰는 전형적인 표현이다. 시간은 없으니 내가 필요한 말 외에는 멈춰달라는 요청. 질문과 답변이 형성한 긴장감이 사라지고 양측의 불안한 시선만 눈에 들어왔다. 너무 열려 있거나 다소 모호한 질문에도, 그나마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 답변했다.

‘이럴 것 같은데 어때’로 끝난 질문들도 많았다. 사회자는 소득주도성장에 관한 의견을 생산적으로 끌어내기보단 ‘논란이 되어서 아쉽지 않나’를 대통령에게 물었다. 집무실에 있는 일자리 현황판을 “오늘 보고 왔냐”는 질문도 꺼냈다. 바깥에서 핵심으로 들어가는 질문 대신 일부 단편적인 답변을 먼저 끌어내다 보니, 답변을 받고도 다음 질문을 이어가지 못하는 듯했다. 경청하고 다시 받아치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대담에 몰입하려다가 말게 되었다. 개인적으론 남은 임기 3년을 앞둔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 기조에 얼마나 확신을 가졌는지 듣고 싶었다.

자유한국당 및 지지자가 주로 쓰는 ‘독재자’란 표현을 사회자가 굳이 질문에 넣어 기분을 물을 때는 대통령 표정에서도 난감함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질문은 대개 단편적인 답변을 유도하고, 그 일부를 트집 잡아 비난하는 일부 야당 정치인의 화법이 아니던가. 송현정 기자도 지난 몇 주 동안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한국당이 보인 비상식적 정치 행태를 잘 봤을 것이다. 역사적, 사회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그 표현이 적확하거나 날카롭다고 느껴 기자는 저런 질문을 던진 것일까? 온갖 댓글 창에 넘치는 대통령 겨냥 혐오 비하 표현을 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 최원석 전 YTN 기자
▲ 최원석 전 YTN 기자
20년 넘는 경력의 공영방송 정치 전문기자가 대통령을 인터뷰할 때, 시청자는 둘의 대화에서 진솔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담에서 남은 것이 무엇인지 언론, 특히 공영방송 KBS는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적어도 지난 정권 때보다 훨씬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취재할 수 있는 환경이지 않은가? 그나마 언론을 정부의 견제자로 인정하는 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더 많은 속내를 이끌어 낼 것인가. 기자 태도 논란이나 자화자찬 대신, 이런 질문이 대담 뒤에 남아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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