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묻는다’란 제목의 문재인정부 2년 특집 대담이 9일 오후 8시30분부터 10시까지 약 90여분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렸다. 대담은 KBS 1TV에서 단독으로 내보냈다. 대담 시간대는 KBS 1TV 일일드라마를 습관적으로 보는 보수성향 60대 이상 장년층을 겨냥한 걸로 보인다. 대담 직전엔 정부의 주택연금 홍보광고가 나갔다. 이날 대담은 송현정 KBS기자가 단독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신 위에 서 있다. 적폐의 시대를 마감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걸어가고 있다. 많은 성과들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다”며 지난 2년의 소회를 밝혔다.

첫 번째 질의는 북한의 ‘도발’이었다. 오늘 북한이 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남북 간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힌 뒤 이런 행동이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북한에 경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2년 특집 대담의 한 장면.
문재인정부 2년 특집 대담의 한 장면.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시위 성격이 있다고 본다. 비핵화 대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압박 성격도 담겨있다고 본다”고 밝힌 뒤 “근본적 해법은 북미 양국이 조속히 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엔 (미사일 도발 당시) 허세를 부리고 과시하는 행동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화의 판을 깨려는 행동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 “북한의 식량난이 올해 가장 심각하다. 북한 인구 40%가 기아에 직면할 것이란 보고도 있다. 반면 우리 정부가 비축한 재고미(米)는 보관비만 6000억원 정도 든다”며 “북한 동포들의 심각한 기아 상태를 외면할 수 없다. 인도주의 차원에서라도 식량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대화 교착상태를 열어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식량지원에 전폭 지지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량지원 등 남북문제와 관련해 여야 대표에 회동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남·북·미 외교와 관련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원하고 북한은 완전한 안전보장을 원한다. 이 같은 최종 목표에 대해선 합의가 돼 있지만 이것이 어느 순간에 짠하고 교환될 수 없기에 로드맵이 필요한데 여기서 의견이 맞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 2년 특집 대담의 한 장면.
문재인정부 2년 특집 대담의 한 장면.
“패스트트랙 선택한 걸 독재라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

문 대통령은 야당과 관계를 풀지 못한다는 지적에 “여·야·정 상설합의체를 만들자고 합의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야당이)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답했으며 자유한국당의 ‘독재’ 프레임에는 “패스트트랙 선택한 걸 가지고 독재라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촛불 민심에 의해 탄생한 정부를 좌파독재로 규정짓는 것은 참 뭐라고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멈춰버린 국회 상황에는 “여야 정치대립은 늘 있어왔고 이제는 한 페이지를 넘기고 새로운 대화를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원로들과 만남에서 “선 적폐청산 후 협치”라고 주장한 게 사실이냐는 지적에는 “선 적폐청산 후 협치를 말한 적이 없다. 적폐수사를 그만 끝내자는 (원로의) 말씀들이 있어서 적폐수사는 우리 정부에서 시작한 게 아니다, 살아서 움직이는 수사를 정부가 통제할 수 없고 통제해서도 안 된다, 국정농단·사법농단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헌법파괴적인 일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타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정농단·사법농단에 시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협치가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에는 “패스트트랙이 법안이 통과된 게 아니다. 법안을 상정시킨 것이다. 여론 수렴 절차가 있을 것이다. 검찰도 충분히 자신들의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 검찰이 사정기구 본연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기에 (이런) 논의가 되는 것이다. 검찰 스스로 개혁할 기회를 놓쳐왔다. 검찰이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의 ‘반발’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문재인정부 2년 특집 대담의 한 장면.
문재인정부 2년 특집 대담의 한 장면.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이 패스트트랙에 올라타면서 조국 민정수석의 ‘소임’이 정리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조국 수석에게 정치 권유할 생각 없다.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며 “민정수석의 책무가 인사검증과 함께 권력기관 개혁이다.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개혁은 상당히 했다고 생각한다. 법 개혁까지 성공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며 아직 조국 수석에게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지난 2년 간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만족스럽냐는 질문에는 “인사실패나 인사 참사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낙연 총리 비롯해 장관들이 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어느 정도 해왔다면 그것은 내각이 잘 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 안 된 장관들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자평한 뒤 “검증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지적은 겸허히 인정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청와대 검증부터 국회 청문회까지가 하나의 검증과정이다. 청와대 검증이 완벽할 수 없다. 그러니 그 뒤에 언론이 검증하고 인사청문회로 검증한다. 그것을 보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최종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지금처럼 청문회가 정쟁의 장으로 운영되면 오히려 좋은 인사를 막는 과정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인사 검증 실패 비판여론이 청와대로만 향하는 것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문재인정부 2년 특집 대담의 한 장면.
문재인정부 2년 특집 대담의 한 장면.
이재용 부회장 만남에는 “경제 도움 되면 누구든 만나“

최저임금인상과 소득주도성장 논란에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적어도 고용된 노동자들의 급여가 좋아졌다. 임금노동자 가구의 소득이 높아졌고, 고용보험 가입자수도 늘었다. 반면 고용시장 바깥에 있는 자영업자의 삶,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분들에 대한 부분을 함께 해결하지 못한 것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대책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병행됐다면 좋았을텐데 자영업대책·근로장려금 같은 부분은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시차가 생겼다. 송구스럽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속도와 관련해선 “무조건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경제가 수용할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며 공약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초단기 일자리만 늘어났다는 지적에는 “대체로 공공근로 중심 노인 일자리”라며 “우리가 65세 인구가 14%가 넘는 고령사회다. 2025년엔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이상 되는 어르신에게는 짧은 시간 일자리라도 마련해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에는 “일단 지난 1월, 3월 청년 고용률이 높아졌다”고 밝히면서 청년 일자리 증가를 위해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 신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 소방관을 비롯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메모리 반도체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며 신성장동력으로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분야를 언급했다. 한국 경제 상황엔 ”한국의 거시적 경제 성공은 인정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다만 고르게 분배되지 않아 양극화가 여전히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 2년 특집 대담의 한 장면.
문재인정부 2년 특집 대담의 한 장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남엔 ”경제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대통령은 누구든 만날 수 있다“며 ”재벌 중심으로 회귀했다, 또는 재판에 영향을 준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만남이) 봐주기 아니냐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훼손하는 생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면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께서 처해있는 상황은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 뒤 “아직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면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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