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이 지분을 가진 용역회사 ‘후니드’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9일 제기됐다. SBS는 노조의 이런 문제 제기에 “적정 조건으로 용역 계약을 체결했을 뿐 특혜를 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석민 회장은 SBS 미디어그룹의 지배 주주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SK그룹 3세들이 대주주였던 후니드가 2013년 윤 회장 개인 회사였던 ‘태영매니지먼트’를 흡수합병하고 태영과 SBS의 용역 일감을 싹쓸이했다고 주장한다. 즉, 일감 몰아주기로 윤 회장이 배당금 거액을 챙기고 그가 보유한 후니드 지분 가치도 크게 상승하는 등 SBS가 지배 주주 배만 불렸다는 것이다. 노조는 2018년 후니드 최대 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한 윤 회장의 ‘위장 지분 분산’ 의혹도 제기했다.

이를 폭로한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상파 방송사를 무대로 재벌 금수저들의 범죄를 그대로 따라한 행태에 검찰과 공정거래위의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며 윤 회장과 SBS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배임 혐의 등)을 예고했다.

▲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왼쪽)은 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상파 방송사를 무대로 재벌 금수저들의 범죄를 그대로 따라한 행태에 검찰과 공정거래위의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며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과 SBS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배임 혐의 등)을 예고했다.사진=김도연 기자
▲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왼쪽)은 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상파 방송사를 무대로 재벌 금수저들의 범죄를 그대로 따라한 행태에 검찰과 공정거래위의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며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과 SBS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배임 혐의 등)을 예고했다.사진=김도연 기자
SK 일감으로 성장한 후니드

후니드는 2004년 12월 자본금 10억원으로 설립됐다. 이 회사는 위탁급식 등 인력 서비스를 주업으로 했다. 대주주는 설립 당시 지분 30%를 갖고 있던 최영근씨 등 최씨 3남매였다. 설립 당시 17세에서 20대 초반이던 최씨 남매 대주주들이 70%가 넘는 지분을 보유했다. 이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5촌이다.

최씨 3남매 모두 SK그룹 창업자 최종건의 장남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자녀들이다. 이 가운데 최영근씨는 지난달 액상대마(대마 액상) 등 변종 마약을 수십 차례 투약한 혐의로 구속됐다.

후니드는 SK그룹 계열사의 일감 밀어주기로 성장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인터넷 매체 업다운뉴스는 지난해 4월13일 “SK家 장손 후니드, SK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6%대 높은 성장 구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브랜드 인지도나 시장 점유율이 미약한 반면 지분 구조상 SK그룹 계열도 아니면서 SK그룹사 오피스, 연수원, 산업체, 건설 현장, 외식 사업 등 급식 사업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매년 높은 수익성을 시현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2017년 10월10일 “재벌 구내식당은 죄다 계열사·친족기업 차지,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SK텔레콤·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은 후니드라는 급식업체가 (구내식당을) 맡고 있다. 후니드 주요 주주 3명은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자녀들이다. 이들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5촌 관계다. 후니드 매출은 2012년 766억원에서 지난해 1504억원으로 두배가량 늘었다”고 보도했다.

현재 후니드는 SBS와 SBS 계열사 등에도 시설, 경비, 미화, 운전, 방송제작 인력을 제공하고 있다. 노조는 “SBS는 파견 인력 대다수를 후니드와의 수의 계약으로 조달하고 있다. 인력 규모로는 250여 명이 넘고 금액으로는 연간 100억원이 넘는 규모다. SBS에 용역을 제공하는 타 회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일반 관리비와 기업 이윤을 그대로 보장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어느 순간 이 회사는 SBS그룹 전체 용역을 거의 독점하게 됐고 급기야 2018년엔 연 매출 2000억원을 넘었다. 동종업계 2배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용역업계의 신데렐라”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SBS 미디어그룹 계열사 일감을 맡고 있는 후니드 미디어제작센터 사무실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 안에 있다. 경영도 태영 측 인사들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테면 윤 회장 외삼촌 변아무개씨가 현재 고문 자리를 맡고 있다는 것.

노조가 확보한 SBS 내부 용역 계약 자료들을 보면 SBS는 여타 용역업체에는 일반 관리비와 기업 이윤을 더해 5%에 못 미치는 이익을 보장하고 있지만 후니드의 경우 일반 관리비와 기업 이윤을 각각 5%씩, 즉 타 업체의 최소 2배가 넘는 이익을 보장하는 거래를 지속했다. 일부 업체들은 SBS 경영 사정에 따라 전년보다 기업 이윤을 삭감했지만 후니드는 SBS 경영 상황과 무관한 이익을 보장받았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사진=SBS제공
▲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사진=SBS제공
윤 회장 개인회사 합병한 후니드

살펴봐야 할 것은 윤 회장과 후니드 관계다. ‘태영매니지먼트’라는 회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1996년 2월 건물 관리와 인력 파견, 조경공사를 주업으로 설립됐다. 설립 후에는 태영건설 관계사로 편입됐다. 자본금은 3억원에 불과했지만 태영건설과 SBS 용역을 맡아 성장했다.

윤 회장은 태영매니지먼트 설립 당시 태영건설 기획담당이사로 이 회사 지분 99.99%를 소유했다. 태영매니지먼트는 2012년 매출 204억원에 영업이익 5.5억원, 순이익 5.3억원을 기록하는 등 알짜배기 회사였지만 204억원 매출 가운데 태영과 SBS 등 계열 매출이 65%에 달해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올랐다.

태영매니지먼트와 후니드는 2013년 흡수합병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 시기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재벌들이 개인 회사로 하청 일감을 싹쓸이하는 것에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태영매니지먼트를 합병한 후 윤 회장의 후니드 지분율은 15.4%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 경제지 ‘더벨’은 2013년 10월7일 “태영 오너2세 윤석민 부회장, 급식업 진출?”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두 회사 합병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오는 동시에 향후 그룹 일감을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는 묘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윤(석민) 부회장의 지분율은 뚝 떨어진다.(중략) 윤 부회장은 이번 합병을 통해 태영매니지먼트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부담이 없어진다. 아울러 태영매니지먼트는 공정거래위가 추진하고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그룹사의 든든한 일감 지원을 받고 있는 오너 소유 계열사를 외부 회사와 합병해 외부 주주들과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가 언뜻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후니드와 태영그룹의 관계를 고려하면 추후 상당한 내부 거래가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배당 자료와 지분율을 고려하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윤 회장이 후니드에서 받은 배당은 총 28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배당과 지분 가치 상승을 합친 수익이 적어도 2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는데 당초 태영매니지먼트 투자금이 3억원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폭발적 성장’이자 ‘손 안대고 코풀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2016년 후니드 최대 주주가 변경된 점이다. ‘베이스HD’(구 베이스컨설팅)이라는 회사가 최영근씨 등 SK 3세들 지분 가운데 38.7%를 주당 86만3000원, 총 334억원에 인수했다. 최대 주주가 베이스HD로 바뀐 것이다. 이 시기 윤 회장은 보유 지분 15.4%를 그대로 유지해 후니드의 2대 주주가 된다.

노조는 ‘베이스HD’ 실체를 의심하고 있다. 이 회사는 경영컨설팅과 공공관계 서비스업이 주업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은 명동 일대 대규모 부동산을 보유한 부동산 임대업자로, 기업 경영보다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 상장기업을 인수·매각한 뒤 그 차익을 노리는 ‘기업사냥꾼’으로 평가받는다.

후니드 인수 당시 당기순이익이 38억원에 불과한 베이스HD가 후니드 최대 주주가 되기에 덩치가 턱없이 작고, 기업평가 자료를 보면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수 능력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것.

노조는 “후니드의 대주주 변경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무력화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SK 3세와 윤 회장의 불로소득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비켜가기 위해 차명으로 주식을 분산시켜놓은 일종의 위장 매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전국언론노조 SBS본부가 9일 발행한 노보.
▲ 전국언론노조 SBS본부가 9일 발행한 노보.
SBS “후니드에 특혜준 사실 없다”

나아가 베이스HD는 2018년 후니드 지분 전량을 기업 내부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유한회사 ‘에스앤이아이’를 설립해 양도했다. 쉽게 말하면 후니드 최대 주주가 주식회사 베이스HD에서 에스앤이아이로 다시 변경됐다. 이후 윤 회장은 2018년 4월 보유 지분 가운데 10.5%를 에스앤이아이에 매각했다. 이후 에스앤이아이는 후니드 지분 49.2%를 확보해 명실상부 최대 주주 지위에 올랐다.

노조는 “SK 3세들이 보유 지분을 매각한 가격으로 역산하면, 윤 회장은 지분 매각으로 적어도 90억원 이상을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태영매니지먼트 시절부터 꼬박 챙겨간 배당까지 합하면, 3억원을 (태영매니지먼트에) 투자해 150억원 안팎을 현금화하고 아직도 50억원대 가까운 (후니드)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조는 최씨 3남매와 윤 회장이 유한회사 에스앤이아이에 지분을 넘긴 것이 ‘진짜 후니드의 주주’와 기업 정보, 지분 변동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위장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재벌 2, 3세들이 후니드 같은 용역회사 지분을 사모펀드나 사채업자 등에게 차명으로 위장 분산시켜 강화된 몰아주기 규제를 빠져나가는 식으로 이번 거래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것.

SK 3세들과 윤 회장의 지분이 에스앤이아이에 넘어간 이후에도 SK 임원 출신 등이 후니드 경영을 맡고 있다는 점 등도 노조 주장을 뒷받침한다. 노조는 “외관상 지분을 매각한 것처럼 위장해 법적 감시를 피하고 후니드의 실질적 경영은 여전히 SK와 태영건설이 맡고 있는 불법 위장 지분 거래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공통 견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윤 회장 등을 포함한 관계자들과 베이스HD 간 거래에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경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9일 언론노조 SBS본부와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재벌들에게 공정거래법 등 법망은 튐틀에 불과하다”며 “후니드와 SBS는 특수 관계로 보이는데, 이 경우 특수 관계자의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종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대한항공이나 현대차도 이런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주지는 않는다”며 “현행법상 이사 또는 ‘사실상 이사’가 사업 기회를 이사 자신의 이익으로 유용하면 안 된다. 이를 사업 기회 유용의 금지 원칙이라고 하는데 이를 위반해 SBS에 손해를 끼치면 배임 행위”라고 지적했다. 윤 회장의 배임 의혹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특정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다. 일부 SBS 경영진이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제기한 걸로 파악하고 있다”며 “법적 책임이 무거워지자 윤 회장이 (유한회사 에스앤이아이에) 일부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 본부장에 따르면 후니드에 대한 SBS의 부당 지원 행위가 SBS 내부에선 오래 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인식됐으나 윤 회장 몫에 손 대는 행위는 사실상 금기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SBS는 9일 “적정 조건으로 후니드와 용역 계약을 체결해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으며 특혜를 준 사실이 없다. 후니드 매출에서 SBS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에 불과하다. 주주인 윤석민 회장은 정부 정책에 맞춰 후니드 지분 대부분을 매각해 현재 4.9%만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아무 상관없는 SK 3세 마약 사건과 SBS 대주주를 연관 지어 악의적으로 비방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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