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디지털은 없다
노인을 위한 디지털은 없다
디지털 소외 노년층, ‘활용’과 ‘비판적 수용’ 접점 교육 주목
“나쁜 뉴스 알려주기 대신 뉴스 보는 기준 고민 끌어내야”

노인을 위한 디지털은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년층의 모바일 뱅킹 이용률은 5.5%에 불과하다. 여러 혜택을 내세우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가입한 65세 이상 가입자 비중은 지난 1월 기준 1%도 채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더 쉽게 거래할 수 있고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여전히 노년층은 버스를 타고 은행을 찾아가 줄을 서서 직접 거래한다. 명절 때마다 서울역 매표창구에는 모바일 예매를 하지 못한 노년층이 줄지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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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대상 미디어 교육을 해온 교강사들은 노년층이 디지털 보급률에 비해 활용도가 낮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거나 사진을 전송하는 정도까지는 하지만 각종 앱 사용 방법을 모르고 데이터 비용 발생 원리나 인터넷 서비스가 개인정보를 활용한다는 사실, 메신저 대화의 특성 등을 잘 모르는 상황이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gettyimagesbank.
▲ 디자인=이우림 기자. ⓒgettyimagesbank.

노년층의 낮은 디지털 활용률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매년 실시하는 디지털 격차실태조사에도 나타난다. 조사 발표 때마다 6가지 주요 인터넷 활용 항목 모두 60대 이상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정보화진흥원은 4개 소외계층을 분류했는데 이 가운데서도 장노년층은 디지털 역량, 접근, 활용 측면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문제는 노년층의 낮은 미디어 활용이 미치는 파급효과다. 2017년 나온 ‘노인집단 내 정보격차와 그에 따른 삶의 만족도 연구’에 따르면 독거노인, 부부노인 가구가 3세대가 함께 사는 노인들보다 디지털 접근성과 역량, 활용성은 물론 삶의 만족도까지 떨어졌다.

여론형성 측면에서 일부 장년층은 카카오톡과 유튜브를 통해 극단적인 정보 확산을 부추겨 ‘세대 간 갈등’과 ‘공론장의 왜곡’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역에서 미디어 교육을 해온 정수진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 마을미디어연구소장은 “미디어 활용도에 차이가 있고, 쓰는 미디어 플랫폼에 차이가 나고, 그 결과 문화가 달라지고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달라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 디지털정보격차지수 자료. 여러 소외계층 가운데 노인층의 디지털 관련 지수가 떨어졌다.
▲ 디지털정보격차지수 자료. 여러 소외계층 가운데 노인층의 디지털 관련 지수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시청자미디어재단 컨퍼런스에서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노년 인구는 자신이 지지하는 지도자에 대한 분리된 네트워크를 갖고, 각각의 그룹 안에서만 소통하고, 진위를 검증하기보다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유통하면서 사회가 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노인 대상 디지털·미디어 교육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노인복지관 등과 연계하는 정보화 교육,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각지의 도서관 등과 연계하는 미디어 교육, 시청자미디어재단과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소속 미디어 센터들이 주도하는 영상 제작교육이 중심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기술 교육과 비판적 사고를 추구하는 ‘리터러시’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박점희 언론재단 강사(신나는미디어교육 대표)는 “리터러시 교육을 하려면 도구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노년층은 도구에 대한 이해부터 해야 하기에 두 교육은 별개로 볼 수 없고 함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올해 디지털격차해소팀을 디지털포용기획팀으로 개편하고 ‘디지털 포용’ 측면에서 교육을 고민하고 있다. 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단체교육과 방문교육 등을 통해 모바일 SNS활용과 교통앱 등 앱 사용법을 가르치고 우수한 분들을 강사로 육성하는 식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에게 ‘가짜뉴스’ 얘기 어떻게 꺼낼까

미디어 리터러시 측면에서는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정보와 ‘필터버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노인 교육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실버세대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실천 매뉴얼’을 개발해 도입했고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 역시 ‘생애주기별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재의 일환으로 시니어 파트를 만들어 노인 대상 미디어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시청자재단 교재는 ‘미디어와 행복한 삶’ ‘건강한 미디어 생활’ ‘실버세대를 위한 미디어 정보‘로 구성된다. 수업은 자신이 사용하는 미디어의 특성을 알아보고, 허위정보 파악 및 특성 찾아내기, 언론의 게이트키핑, 확증편향 문제 이해하고 찾아내는 등의 내용이 주다. 허위정보의 경우 △쉽게 접할 수 있는 허위정보가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 나누고 △허위정보가 사실로 보이게 했던 주요한 특성이 무엇이었는지 찾아보게 하고 △사례로 찾은 허위정보의 내용을 서너 문장으로 요약해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언론재단 교재 역시 허위정보와 필터버블 문제를 다룬다. 유튜브 영상 이용의 단점으로 △취향을 겨냥한 영상의 양면성 문제 △정치성향이 다른 매체의 뉴스를 배척할 가능성을 설명하고 유튜브 영상 이용 때 추천 영상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검색을 통해 영상을 시청하라고 조언한다. 언론재단 교재의 경우 보다 포괄적으로 댓글, 메신저, SNS 활동 전반을 대상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저작권을 위반하지 않고 매너 있고 윤리적인 사용을 하게 만드는 내용도 담겨있다.

교재를 잘 만들어도 이미 자신의 가치관이 확고한 노년층이 교육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박점희 강사는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성향의 어르신이 계실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업 때 ’240번 버스 논란‘을 두고 한 쪽의 입장에서 기록한 내용이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멀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했더니 다들 이해하셨다”고 설명했다.

정수진 소장은 “어르신들과 수업하면 분위기가 살벌해질 때도 있다”며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하거나 가짜뉴스나 나쁜 뉴스를 골라내는 수업이 아니라 뉴스에 대한 기준을 갖고 보는 방법을 연습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장 바뀌지 않더라도 가급적이면 토론과 모둠 활동을 하도록 설계해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도록 유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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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5-12 17:48:49
노인들은 뜻밖에 정치를 좋아한다. 역사를 알려주면서, 디지털 교육도 병행하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