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촛불집회를 주관한 시민사회 연대체가 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아 ‘촛불개혁 과제’ 추진상황을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개혁 부진을 넘어 역주행에 이르렀다”고 부정 평가를 내놨다.

민중공동행동은 9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촛불개혁 과제 점검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중공동행동은 촛불정국 당시 집회를 주최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를 확대개편한 단체로, 민주노총과 사회변혁노동자당, 한국진보연대 등으로 꾸려졌다.

민중공동행동은 10개 분야에 걸쳐 개혁 추진 현황을 점검한 결과 ‘전반적으로 적폐청산은 요원하고, 개혁 역행은 본격화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이들은 대표 역행 분야로 재벌체제 청산과 노동과 일자리 정책을 꼽았다.

▲ 민중공동행동은 9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촛불개혁 과제 점검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민중공동행동은 9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촛불개혁 과제 점검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동행동은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1년차에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포기했다. 2년차부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대규모 토건사업을 추진하고 재벌 포섭에 나서는 등 박근혜‧이명박 정부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이상규 민중당 대표는 “특히 재벌대기업 규제입법을 보면, 집중투표제와 대표소송제 등은 하나도 추진하지 않으면서도 재벌 3‧4세의 경영승계를 돕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확대하려 한다. 정부와 여당이 촛불개혁을 완수할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 문 대통령 행보가 정부의 정책방향을 상징한다고도 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만나 ‘국정농단 부역자’ 꼬리표를 떼 주는 반면, 노동계에 ‘사회 주류란 인식을 가지라’는 동떨어진 훈계를 했다”며 “정부의 개혁의지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성평등 정책 추진 현황에서도 혹평을 면치 못했다. 출범하며 제시한 5대 과제는 진전이 없고, 정부가 오히려 이른바 ‘젠더갈등’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정부는 임기 초 △임기 내 성별 동수내각 실현 △성별임금격차 OECD 평균 수준으로 축소 △여성 1인가구 주거안정 정책 △젠터폭력방지 국가행동계획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은 성별임금공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현행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조항도 지켜지지 않는다.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겠다더니 지난해 국무총리실 산하 양성평등위원회도 한 차례 소집하지 않았다”고 했다.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으로 바꿔 입법화해, 개념을 축소하고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불렀다”고 했다.

▲ 이상규 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촛불개혁 과제 점검발표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이상규 민중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촛불개혁 과제 점검발표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언론개혁을 놓고는 일부 정상화가 이뤄졌다며 근본 제도개혁을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정부 출범 이후 KBS와 MBC, YTN, 연합뉴스 등 넓은 의미에서 공영언론 경영진이 민주적으로 재구성됐다고 평했다. 한편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한 ‘언론장악방지법’이 입법화되지 못한 점은 한계로 꼽았다. 

정보인권 보장을 놓고는 “건드리지도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동행동은 “테러방지법 폐지 입법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사이버사찰을 방지하기 위한 통신비밀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입법도 실현되지 못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테러방지법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전면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동행동의 박석운 대표는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초기엔 깃발을 요란하게 휘날렸지만, 지금은 개혁 역주행이 본격화하는 부분도 있다”며 “적폐세력과 싸움에 더해 문재인 정부의 역주행을 막아야 할 과제를 이중으로 안아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정부의 말 아닌 실천을 돌아보면 개혁 능력과 의지를 확신할 수 없다”며 “촛불항쟁 당시 회자된 ‘군주민수(君舟民水·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는다)’ 격언이 현 정부에도 해당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이 점검한 분야는 △재벌체제 △일자리·노동기본권 △농업 △빈곤 △공안통치기구·정치선거제도 △한반도 외교안보 △성평등·사회적 소수자 권리 △공공 사회복지·의료 △위험사회·안전 △언론개혁 △자유권 보장 등 10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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