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센터도 개소한지 5년이 넘다보니 어느새 단골고객이 꽤나 생겼다. 센터를 찾는 이들 중 상당수는 일터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센터에 털어놓고 만능 해답을 얻어가길 기대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노동상담이나 법률지원만으로는 슈퍼맨처럼 짠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부당한 해고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해고되기 전에는 법으로 취할 방법이 없고, 직장 상사의 괴롭힘은 악질적이지만 처벌할 마땅한 법적 수단이 없다. 법은 언제나 최소한의 기준만을 정하고 있고, 상당부분 해석을 통해 판단되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에 처한 노동자의 사례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에서 권익센터는 개별 노동자 사안을 이슈화 시켜 여론을 움직일 수도, 사업장에 성명서를 보내거나 집단행동을 지원할 수도 없지만 노조라면 이 모든 일을 현실화 시킬 힘이 있다. 아무리 작은 사업장이라도 노조가 필요함을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법은 애매모호한 성격 탓에 상황에 따라 잠자는 사자가 되기도 하고 노동자를 집어삼키는 괴물로도 변한다. 그렇기에 법에는 감시자가 필요하고, 이러한 역할을 노동조합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오랜 기간 10% 언저리에 맴돈다는 점이다. 북유럽의 50% 이상은 커녕 옆 나라 일본보다도 한참 낮다. 게다가 우리나라 노조는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조직돼 있다 보니 중소 사업장 혹은 그 보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는 노동자들에게 노조는 마치 일부 노동자만의 혜택이라고 오인되기도 한다. 그러나 노조는 어느 특정 집단을 위한 특혜가 아닌 2명 이상의 노동자가 모이면 어느 사업장, 지역, 업종 불문하고 설립할 수 있다. 거창하고 웅장한 목표가 없어도, 당장 투쟁에 돌입할 이유가 없어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최근 3년간 서울시에 설립신고를 한 노동조합의 약 20%는 해산 및 준해산 상태다. 그만큼 신생 노조에게 생존은 쉽지 않은 일인데 천신만고 끝에 힘차게 출범했지만 초기 입지를 다지지 못해 사라진 노조는 비단 한 두 곳이 아닐 것이다. 노조를 만들었다고 단체교섭과 협약이 줄줄이 구슬 엮듯 자연스레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업주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까지 사업장 상황에 맞는 전략을 짜고 외부 법률 자문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막 만들어진 노조는 조합원 수가 많지 않음은 물론 자연히 조합비도 적다. 조합 활동에도 간신히 쓰이는 조합비인데 법률전문가를 사용할 여력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다보면 시장에서 법률 자문을 쉽게 구하는 사업주와 정보 불균형은 심화되고, 생소한 노동법을 뒤적거리느라 조직화에 매진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해진다. 심지어 정작 궁금한 내용은 법전을 아무리 뒤져도 눈에 띄질 않아 막막하다.

▲ 서재란 서울노동권익센터 공인노무사
▲ 서재란 서울노동권익센터 공인노무사
이럴 때 서울지역에 있는 노조라면 서울노동권익센터 문을 두드려보길 권한다. 서울시내 사업장의 신생 노동조합이라면 조직형태에 상관없이 신청 가능하다. 신생노조의 다양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할 법률전문가를 전담 배정해 월 상시자문 하거나 다양한 법률적 지원을 받아볼 수 있다. 그동안 권익센터는 집단적 노사관계 및 노동조합의 내실을 다지게 하는 지원보다는 개별 노동자의 노동관계법상의 어려움에 집중한 면이 있다. 연간 3천여건의 노동상담으로 노동자를 만나고, 산재신청과 소송,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과 임금체불 및 각종 노동법 위반의 진정절차의 법률지원으로 취약계층 노동자의 권익실현에 발걸음을 맞춰왔다. 이제 노조 법률지원으로 사업장 내 당연히 노동자의 권리라 생각돼온 일들을 노조 스스로가 현실화 시키도록 조력하고자 한다. 서울시는 지금 유니온시티로 도약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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