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 화재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재난방송 대상 사업자에게 재난방송 요청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지난 4월 강원도 고성 화재 다음날 오전 1시10분에야 각 방송사 재난방송 담당자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재난방송 실시를 요청해 시간이 늦고 전달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방통위는 재난방송 요청 권한을 가진 부처로 방통위 요청이 있으면 각 방송사는 재난방송 매뉴얼에 따라 조속히 방송을 내보내야 한다.

그런데 방통위가 재난방송을 요청한 당시 해당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는 일부 방송사 관계자들이 없었다. 방통위는 카카오톡 대화방 등을 통해 재난방송 대상 사업자 모두에 재난방송을 요청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는데 실제로는 누락된 채널이 있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대화방에 참여자가 너무 많아 비효율적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방을 나간 다음에 화재가 발생해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 온라인 재난방송 대응 체계. 방통위는 화재 등 사회적 참사의 경우 행정안전부와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온라인 시스템을 가동하기 힘들어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 온라인 재난방송 대응 체계. 방통위는 화재 등 사회적 참사의 경우 행정안전부와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온라인 시스템을 가동하기 힘들어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한 요청 외에도 주요 방송사에 별도로 전화를 했다고 밝혔지만 한 주요 방송사는 당시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재난방송 의무사업자는 68곳인데 방통위는 주요 방송사 10곳에만 전화 연락했다.

강원도 고성 화재에 이어 지난달 30일 발생한 경기도 군포 강남제비스코 합성수지 제조공장 화재 때 방통위의 재난방송 요청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당시 방통위 담당 공무원은 밤 11시께 화재 기사를 공유하며 재난방송을 요청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이때는 이미 불길이 잡히기 시작하던 시점이었고, 왜 이 화재를 보도해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방당국은 밤 9시 화재 직후 최고 경보령을 내렸고 11시20분께 사실상 화재가 진압됐다고 보고 경보 단계를 낮췄는데 방통위는 11시에야 요청했다.

이날도 카카오톡 전달 방식의 실효성이 논란이 됐다. 카톡 단체 대화방의 특성상 화재진압이 이뤄져 경보 단계가 낮아질 때까지 카카오톡 대화방 참여 인원의 3분의 1 이상이 읽지 않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군포 화재의 경우 의무 재난방송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방통위가 의무처럼 요청해 방송사 관계자들이 혼선을 겪기도 했다. 처음 방통위 담당 공무원은 “신속한 재난방송 실시 요청드립니다”라고 밝혀 각 방송사는 의무로 받아들이고 카톡방을 통해 보도 시각을 공유했으나 해당 화재의 경우 자율로 판단할 문제였다. 방통위는 뒤늦게 온라인 재난방송시스템을 통해 ‘자율’이라고 공지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군포 화재는 고성 화재 이후 적극적 재난방송이 강조되는 분위기여서 의무 사항이 아님에도 요청했다”며 “재난 때마다 카톡방 요청 외에도 주요 방송사에는 전화를 따로 돌린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재난방송 시스템 자체가 미비한 점이 있어 개선할 계획이고, 온라인 시스템의 경우 행정안전부와 협조가 안 된 상황에서 방통위가 요청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카톡방으로라도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적극적 재난방송은 필요하지만 지금 같은 방식은 문제가 크다는 입장이다. 한 유료방송 채널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카톡으로 전달하는 건 전혀 실효성이 없음에도 방통위가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국가재난을 카톡으로 요청하는 게 말이 되는가. 분명히 갖춰놓은 온라인 시스템이 있는데 매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 강원도 속초시 화재 현장. 사진=노컷뉴스.
▲ 강원도 속초시 화재 현장. 사진=노컷뉴스.

지진과 해일 등을 중심으로 한 재난방송 시스템에서 지진과 기상 문제는 과도하게 요청하는 반면 정작 화재참사는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행안부 재난방송 요청 56건 다운데 29건이 국외에서 발생한 지진 등 재난이었다. 이런 걸 일일이 방송으로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지만 방송사는 과태료, 재허가 심사가 걸려 있어 무조건 내보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걸 다 요청한 행안부는 정작 중요한 대형 산불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한편 행정안전부가 내보낸 자막을 송출한 방송사들이 방송사고를 내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와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7일 오전 재난방송을 요청하면서 건조경보 지역을 잘못 내보내고 당진시를 당진군으로 오기해 지상파방송사들이 오보를 냈다.

재난방송 요청 담당부처인 방통위 조직의 특성상 재난방송 대응이 힘든 측면도 있다. 재난방송 요청 권한을 가진 방통위는 재난방송 담당자가 3명뿐이고 따로 상황실 근무도 없다보니 심야에 벌어지는 참사에는 공무원들이 즉각 파악과 판단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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