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씨가 일하다 숨진 태안화력발전소의 한국노총 소속 정규직 노조가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관계자를 명예훼손‧모욕죄 등 혐의로 고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사측 이해관계에 발맞춰 비정규직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행태”라며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7일 한국노총 공공노련 소속 서부발전노조를 상대로 성명을 내고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에 대한 고소·고발을 즉각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서부발전노조는 지난달 19일 이태성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언론팀장과 민주노총 발전노조 서부발전본부 유승현 본부장을 각각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서부발전노조는 관련 홍보물에서 “㈜서부발전의 진정한 주인인 2400여명 직원의 실추된 명예와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서부발전 정규직노조는 한국노총 산하 서부발전노조(다수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발전노조 서부발전본부로 나뉜다.

▲ ‘산재사망 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이 지난달 24일 개최한 ‘2019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한국서부발전과 보건복지부가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을 받았다. 사진=노동과세계
▲ ‘산재사망 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이 지난달 24일 개최한 ‘2019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한국서부발전과 보건복지부가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을 받았다. 사진=노동과세계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김용균씨의 장례를 치르고 두 달이 지나자 서부발전노조가 비극적 사고로 동료를 잃은 발전소 노동자와 시민대책위 관계자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규직 노조의 비정규직 노조 혐오”라며 “진상규명과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할 중요한 시기에 노조활동을 위축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정재은 공공운수노조 선전국장은 “노동자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린 건 사망사고가 나게 한 사측과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정부이지 대책위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규직)노조는 사측과 같은 입장에서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한다니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서부발전노조의 이 같은 행보가 “기업노조를 움직여 당정과 시민사회가 만든 합의를 깨려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도 했다. 서부발전과 시민대책위는 올초 당정이 위험의 외주화 금지 원칙 등 합의내용을 발표하면서 서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가운데 서부발전노조가 고소고발로 사측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시민대책위는 김용균님의 유가족이 권한을 위임받아 활동해왔는데 이들을 고소하는 건 유가족들이 통곡할 일”이라며 “노동조합, 특히 공공부문 노조는 사회적 책임을 갖고 약자에 연대할 의무가 있다. 지금 서부발전노조가 이 대의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 스스로 돌아보길 권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