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촛불집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면서 새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는 에너지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탈핵·탈석탄·에너지전환 정책을 공약을 내세웠다. 국민들의 기대감 또한 높았다. 탈석탄·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은 ‘좋아요’ 클릭 수 1위와 3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동해안 지진과 미세먼지 문제로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가 그만큼 컸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야당과의 협조를 통해 에너지 정책이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은 ‘공론화위원회 설치’로 내용이 바뀌더니 결국 건설공사가 재개되었다. 영덕과 삼척에 건설 예정 중이던 핵발전소 계획은 취소되었지만, 후속 조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삼척에서는 지금도 매주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정당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탈핵·에너지전환 공약을 내세웠던 보수 야당들은 입장을 바꿨다. 그들은 자유한국당과 함께 ‘기-승-전-탈원전 반대’ 기조를 유지하고 잊을만 하면 한 번씩 탈원전 정책 비판을 하고 있다. 공당(公黨)의 공약과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그중 대표적인 것이 ‘탈원전 정책이 너무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외국에서 수십 년 동안 이뤄질 탈핵 정책이 우리나라는 순식간에 진행되어 핵산업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탈핵이 이뤄지려면 핵발전소 폐쇄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우리나라는 탈핵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2017년 6월 가동을 멈춘 고리 1호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영구폐쇄가 결정되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가동을 멈춘 핵발전소는 작년 영구 폐쇄 결정이 이뤄진 월성 1호기가 유일하다. 하지만 올해 2월,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가 승인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핵발전소 개수는 줄지 않았다. 신고리 4호기의 설비용량이 월성 1호기 설비용량의 2배가 넘기 때문에 설비용량을 기준으로 본다면 탈핵이 아니라, ‘증핵’이 이뤄졌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증핵’ 상태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신울진(신한울) 1·2호기가 건설공사를 마치고 운영허가 심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추가로 핵발전소를 폐쇄할 계획이 없다. 현 상태대로라면 2024년 공사가 끝나는 신고리 6호기가 마지막 신규 핵발전소가 되겠지만, 독일처럼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금지하거나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금하는 내용이 법률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말 신고리 6호기가 ‘마지막 핵발전소’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