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의 국회 점거 사태를 두고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자유한국당의 지위를 높였으며 막말과 독선에 맞서려면 논리보다는 육탄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대한민국 보수우파가 바라는 것이 문재인 정권 불신임이며, 이를 위해선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죽기살기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전원 삭발과 함께 한 임기를 쉴 각오까지 주문하는등 불퇴전의 의지로 정권 탈환 궐기를 선동하기도 했다.

김대중 고문은 조선일보 7일자 ‘[김대중 칼럼] 문재인 정권 심판 11개월 남았다’에서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국정농단 사법농단이 사실이라면 반헌법적이므로 타협하기 쉽지 않다고 한 말을 두고 “기가 막혔다”며 “자기들이 국정 농단이니 사법 농단이니 레테르를 붙여 2년간 실컷 두들겨 패면서 갖고 놀다가 이제 와서 ‘사실이라면’이라니 그게 변호사 출신의 어법인가, 아니면 염치를 몰라서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고문은 문 대통령이 ‘종북 좌파라는 말이 더 이상 위협적이 아닌 세상’이라고 한 것에 “그동안 종북 좌파란 말을 쓰면서 좌우를 살폈는데 이제 안심하고 써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 하나는 건졌다”며 “그럼 문 대통령은 종북 좌파인가 아닌가 물어도 되나”라고 했다.

그는 “결론은 이제 문 대통령에게 더 이상 조언이나 충고나 비판은 효과도 없고 의미도 없어졌다는 것”이라며 “이제 전선(戰線)은 그어졌다. 문 정권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거나 분노하고 있는 국민은 문 정권을 심판하는 도리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확히 11개월 1주일 앞으로 다가온 2020년 총선거 마당에서 하자고 했다.

특히 김 고문은 일주일 전 국회 패스트트랙 난동 사태를 두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위를 높여줬고 이 나라에 대안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두둔했다. 그는 농성, 삭발, 전국 순회 정치 등 방법론에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있지만 ‘너 한번 당해볼래?’라고 깡패 같은 막말을 일삼는 독선과 오만에 맞서는 효율적인 길은 논리보다 육탄일 경우도 있다며 오히려 국민의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또 당내 단합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소속 의원 전원이 삭발하는 극단적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주중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비상시국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등이 지난달 29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회의실 앞에 스크럼을 짜고 드러누워 여야 4당 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등이 지난달 29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회의실 앞에 스크럼을 짜고 드러누워 여야 4당 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김 고문은 대한민국의 보수·우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일차적으로 문재인 정권 불신임이라며 민주당이 온갖 수단을 총동원해 ‘집권 20년’을 몰아붙일 것이니만큼 한국당도 죽기 살기로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지면 한국당은 없어진다며 △또다시 친박·반박·비박 싸움하지 말고 △모든 반문(反文) 세력을 망라해 교감하고 양보와 협조를 하며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파도 머뭇거리며 계산하지 말고 한국당에 합류하라고 했다. 김 고문은 “모두들 다음 국회의 한 임기는 쉰다고 선언하고 모여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사태는 한국당은 물론 보수 우파 지지층 모두에게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며 “지난 10여 년간 수세에 몰렸던 이들에게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한국당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이 회의실 복도를 가로막고 드러눕고 회의 진행을 막은 행위가 과연 지위를 높이고 대안세력으로 평가할 일인가. 막말과 독선과 오만에 맞서기 위해 폭력을 동원해야 하며 그러면 국민의 관심을 갖고 당내 단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드러내놓고 하는 사람이 조선일보 고문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조선일보는 자유한국당이 여당이고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날치기 사태 때 폭력 국회의원들을 응징하라, 심판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법과 절차의 틀 안에서가 아닌 무력과 육탄을 부추기고 독려했다. 패스트트랙에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폭력을 써가면서 막아야할 법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보수적 여야 양당구도의 국회 독점과 승자 독식주의와 같은 오랜 정치구조의 개선하자는 취지의 법 개정안은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육탄저지는 기득권 지키기에 다름아니다. 그런데도 전원삭발에 국회의원 임기 포기까지 각오하라고 내모는 것이 과연 언론의 칼럼이라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두 모아 문재인을 심판하고 이를 위해 반문세력이 모두 헤쳐모일 것을 노골적으로 주문하는 것은 정치칼럼을 넘어선 정치선동으로 읽힌다.

▲ 조선일보 2019년 5월7일자 김대중칼럼
▲ 조선일보 2019년 5월7일자 김대중칼럼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