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오전 동해상에 단거리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평화 분위기로 유지되던 한반도 주변에 다시 군사적 긴장이 조성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대응을 삼갔던 청와대도 이날 오후 이번 행위를 9·19 군사합의에 어긋나는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로 규정하며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등 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은 오늘 오전 9시6분경부터 9시27분경까지 (강원도)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 단거리 발사체 수 발을 발사했다”며 이 발사체가 동해상까지 최소 70㎞, 최대 200㎞까지 비행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미사일 여부의 판정을 두고 합참 관계자는 4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재까지 추가로 설명할 것은 없다. 한미가 공조해 분석중”이라며 “미사일도 발사체에 포함되는 것이니 분석이 완료되면 발표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리가 최대 200여km를 날가갔다는 것까지는 맞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오전 10시가 조금 지난 시점에 북한이 한발 더 발사한 사실을 합참이 알고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예산된다는 연합뉴스 보도의 사실여부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추가 발사 사실자체를 두고 “우리가 공개했거나 설명한 것은 없다. 아직 분석중이며, 사실여부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체가 단거리 발사체라 해도 이번 발사가 지난 2017년 11월 발사 이후 한차례도 없었다. 합참은 발사 징후를 두고도 아직 밝힐 것은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도 북한에 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4일 오전 북한의 단거리발사체 발사와 관련, 국가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 국가안보실 1차장과 관계관들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상황을 주시하면서, 발사배경과 의도를 평가했다”며 “현재 한미 군사당국은 상세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발사체의 세부 제원과 종류 등을 정밀 분석중”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2017년 4월15일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진=노동신문
▲ 지난 2017년 4월15일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진=노동신문
고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의 이번 행위가 남북간 9.19 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앞으로 정부는 한미 간 공조 하에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주변국과도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비핵화 관련 대화가 소강국면인 상태에서 이러한 행위를 한 데 대해 주목하면서, 북한이 조속한 대화 재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고 대변인은 이번 행위를 도발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9·19 군사합의 어긋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 등의 표현을 썼다. 사실상 도발행위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참 관계자는 “아직 평가를 예단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며 “청와대 표현을 준용해달라”고 말했다.

북한이 연휴 토요일 아침, 그것도 문재인 정부 취임 만 2돌을 코앞에 두고 발사체를 쏜 것도 주목된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2일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지 한달도 안 돼 군사적 긴장 조성행위를 했다. 

북한이 우리에게 민족의 당사자 즉 북한 편임을 분명히 하라고 했으나 변함없이 중재자와 촉진자 역할을 유지하려하자 결국 이 같은 카드를 꺼낸 것이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에도 함께 보내는 신호로 해석된다. 북미간 중재자와 촉진자 역할에 나서려는 우리 정부로서는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해법을 찾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달 25일 임명되고 청와대 2층 브리핑룸에서 첫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달 25일 임명되고 청와대 2층 브리핑룸에서 첫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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