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해 조현민 물컵 갑질에서 비롯된 오너 일가 경영권 박탈 촛불문화제 1주년을 맞아 같은 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 설립된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공공운수노조 산하)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3일 오후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1주년 촛불집회를 열었다. 대한항공직원들이 지난해 5월4일 첫 촛불집회를 개최한 지 1년 만이다.
첫 발언자 박창진 지부장은 “1년 전 이 자리 섰을 땐 제 옆에 동료가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동료가 함께 한다. 노조를 만들었을 때 탄압이라는 험한 파도가 있었지만 잘 헤쳐 나가며 동료애를 만들었다. 그런 용기를 통해서 제일 먼저 이룬 일이 지난 3월27일 조양호 회장의 사내 이사 불신임안 통과였다”고 했다.
3월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됐다. 재벌 대기업 회장이 주주 불신임으로 이사로 임명되지 못한 최초 사례다.
‘조양호 OUT’ 구호는 지난해 첫 촛불집회 때부터 나왔다. 당시 직원들은 회사 감시와 색출에 대비해 마스크, 선글라스, 가면, 모자, 망토 등으로 얼굴을 철저히 가린 채 참여했다. 가이포크스 가면은 대한항공 직원 집회의 상징이었다. 영화 ‘브이포벤데타’에서 절대권력에 저항하는 상징물로 쓰인 가면이다.
이들은 서울역, 광화문광장 등에서 5차 집회까지 이어갔다. 직원연대는 지난해 7월 새 노조를 설립하고 8월24일 5차 집회에서 가면을 벗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김영로 수석부위원장은 “오너 일가의 불법, 사익 편취를 보고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날부터 1주년을 맞이했다. 기존 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지난 50년을 직원들의 갑질의 희생양, 노예로 살아왔다. 앞으로 제대로 된 대한항공을 위해 직원연대와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지난 1년간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이사 연임 실패한 조양호 회장은 지난달 8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특수폭행 및 외국인 가사도우미 11명 불법고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불법고용 혐의에 밀수 혐의도 더해져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사내 노동 환경은 변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자회사 한국공항과 함께 최근 비행기를 청소하는 하청업체 노조 파괴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을 샀다. 하청업체 이케이맨파워는 합법 파업권을 따고 부분 파업을 해 온 노조에 지난 3월 5200여만원 손해배상금도 청구했다.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이를 철회하라며 지난달 17일일부터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이다. 직원 4명은 삭발했다. 이들도 집회에서 촛불을 들었다.
아시아나항공노조는 고용불안에 맞서 싸울 것이라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 요구를 수용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결정했고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희망퇴직자를 받고 있다. 일반·영업·공항 서비스 직군 중 15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2년치 연봉을 위로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심규덕 노조위원장은 “누구도 안된다고 하던 박삼구·조양호 회장이 다 물러갔다. 이보다 큰 싸움은 없다. 노동자 권리를 찾기 위해 모두가 뭉치면 이길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자들도 그렇게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와 조종사 노조는 △안전인력 충원 △필수공익사업장 폐지를 통한 노동3권 포장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