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일을 두고 신문들 평가가 엇갈린다. 

‘경제 활력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있지만 재벌 중심 성장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박근혜 뇌물죄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이뤄진 만남이라 비판 여론이 작지 않다.

매일경제는 지난 1일 사설 제목을 “문 대통령 삼성 방문, 이런 게 기업 기(氣) 살리기다”라고 뽑고 “비메모리 동반 육성을 통해 한국 반도체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대규모 투자로 일자리를 만드는 삼성전자의 노력에 문 대통령이 현장 방문으로 화답한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 매일경제 1일자 사설.
▲ 매일경제 1일자 사설.
매경은 “이 부회장의 횡령·뇌물 공여 재판의 대법원 선고가 가까워져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산업 현장을 방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정치적 해석이 분분할 수 있는데도 이에 얽매이기보다는 기업 활동 독려에 더 무게를 싣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규제를 풀어 기업의 야성적 충동을 일깨우는 것이야말로 ‘기업 기 살리기’”라며 “규제를 걷어내고 기업 기를 살려야 투자가 살아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문 대통령의 더 적극적인 친기업 행보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도 2일 사설에서 “문 대통령은 다른 기업과 업종 현장도 찾아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등을 두드려주는 시간을 더 많이 내기 바란다”며 “지금 기업인들은 잔뜩 주눅이 들어 있다. 할 말은 많은데도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지경이다. 이런 기업인들에게 대통령의 따뜻한 응원과 격려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1일자 6면.
▲ 조선일보 1일자 6면.
조선일보는 1일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에 ‘박수를 보낸다’,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는 ‘이례적 찬사’를 보냈다. 수출·투자 부진 등 거시경제 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기업 활동을 직접 독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소득 주도 성장’과 ‘공정 경제’를 앞세우며 대기업과 거리를 유지했던 것과 대비됐다”고 평했다. 이어 “이를 두고 ‘경제 상황이 날로 악화하자 문 대통령이 친 기업 경제 기조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 행보를 도마 위에 올린 신문은 한겨레였다. 1~3일자 한겨레신문의 비판 논조는 크게 눈에 띈다.

한겨레는 지난 1일자 1면 제목을 “삼성 손잡은 문재인 정부… 재벌 중심 성장 회귀하나”로 뽑고 “전문가들은 시스템반도체 육성 자체엔 공감하지만 정부의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 회귀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중기·벤처 생태계 중심의 혁신 성장’이란 정책 기조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2일자 3면.
▲ 한겨레 2일자 3면.
▲ 한겨레 2일자 3면.
▲ 한겨레 2일자 3면.
한겨레는 지난 2일 3면 “청와대-삼성 ‘밀월’ 뒤엔 노영민 비서실장 있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청와대와 삼성의 ‘시스템반도체’를 고리로 한 ‘밀월’로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소득주도성장 및 혁신성장에서 재벌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 성장 전략으로 돌아섰다. 이 ‘방향 전환’의 한 가운데에 노 실장이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노 실장은 주요 대기업과 가깝고 ‘친시장주의자’로 통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진도 “문 대통령·이재용 악수…바라보는 노영민”이라는 제목으로 기사의 비판 논조를 담은 것이었다.

3일자 1면(“이재용 만난 문 대통령, 재벌개혁 사실상 포기”)에는 개혁진보 진영 학자들의 우려를 담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적폐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촛불 정신을 배신하고 재벌 체제의 적폐를 청산하고 갑을이 상생하는경제 생태계를 만들라는 ‘지식인선언’의 요청을 100% 무시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조선일보 3일자 경제섹션(조선경제) 3면.
▲ 조선일보 3일자 경제섹션(조선경제) 3면.
김회승 한겨레 정책경제 에디터는 지난 2일 칼럼에서 “문 대통령의 대기업 순회가 그만큼의 성과를 가져다줄 것이란 청와대의 의도는 실현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재벌 중심 성장으로 회귀하고 재벌 총수한테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지지자들의 비판과 의혹을 무릅썼지만 자칫 목표한 성과는 얻지 못하고 정치적 상처만 남길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3일자에서 두 사람 만남이 부적절했다는 참여연대의 논평 등을 두고 “대통령이 자국 기업의 현장을 찾아 격려하는 일은 요즘 글로벌 사회에서 일반적인 일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큰 논란이 되는 것은 ‘정권과 재벌 유착’이란 프레임을 밀어붙인 이 정부의 자승자박이란 얘기가 재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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