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법안을 두고 검찰이 ‘민주주의 위배’까지 거론하며 반발하는 가운데 언론들 관전평도 온도차가 크다. 경향·서울·한겨레·한국일보 등은 비대한 검찰 권한이 개혁 대상이었다고 검찰을 비판하는 한편 조선일보 등은 검찰 논리에 힘 실었다.

3일 아침 9개 종합일간지 1면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이례적 성명발표가 장식했다. “檢亂 번지나… 문무일 반란에 ‘폭풍전야”(한국일보), “’경찰 통제장치 충분‘ 警의 반박,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 재점화”(세계일보), “여당 일부·검사·판사까지 패스트트랙에 반기”(조선일보) 등이다.

▲ 3일 한국일보 1면
▲ 3일 한국일보 1면
▲ 3일 세계일보 5면
▲ 3일 세계일보 5면

해외 순방 중인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일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비판 입장을 내고 조기 귀국을 결정했다. 문 총장은 이 법안들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정 기관은 경찰이다.

두 법안 모두 검찰 권력 견제 취지를 담는다. 공수처법은 검찰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부패·비리 범죄 수사를 전담할 수사기관을 신설하는 법이다.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은 형사소송법 196조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내용을 삭제하는 등 검사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주는 게 골자다.

수사권 조정안엔 지난 6월 정부 합의안 골자인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 △사건 송치 전 검사의 수사지휘 폐지가 그대로 실렸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검찰 보완수사 요구를 따를 필요가 없고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도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경찰 범죄 등으로 한정됐다.

▲ 3일 경향 사설
▲ 3일 경향 사설
▲ 3일 한국 사설
▲ 3일 한국 사설

이를 두고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는 언론과 법안 역효과를 먼저 고려하는 언론이 나뉘었다.

경향신문은 문 총장에 “섣부른 추가 행동은 자제하기 바란다”고 사설로 밝혔다. “검찰총장이 국회의 고유 권능인 입법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온당한 처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경향신문은 “한국 검찰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직접수사·수사지휘·영장청구·기소권이 그것”이라며 “문제는 이러한 권한을 주권자가 아닌 당대 권력을 위해 휘둘러왔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비대한 검찰 권력 분산·견제가 반민주적이라는 문무일 총장의 인식”을 비판하며 “검경이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협력적 관계로 재정립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검찰이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고 조직 이기주의에 매몰되면 더 큰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서울신문·한겨레도 같은 관점이다. 서울신문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우리가 ‘검찰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며 “검찰 개혁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고 사설에 썼다.

한겨레는 “검찰은 다른 조직에는 과감하게 칼을 휘두르면서도 내부 비리나 왜곡 수사에는 눈을 감았다. 김학의 재수사조차 애초 검찰의 왜곡·부실수사에 대해선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수사·기소권 독점을 깨서 경쟁체제를 만들자는 게 ‘검찰 개혁’의 요체”라 짚었다.

▲ 3일 서울신문 6면
▲ 3일 서울신문 6면

하지만 ‘경찰국가화’를 우려하는 공통된 목소리도 나왔다. 보완장치 없이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면 되레 경찰 통제가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정보경찰의 정보 독점 우려도 있다.

경향신문은 “이제 구체적 논의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최장 330일간 각계 의견을 반영하고 면밀히 가다듬어 최종안을 만드는 과정이 남아 있다”며 “국회 논의의 초점은, 시민에게 보다 양질의 형사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맞춰져야 한다”고 했다.

▲ 3일 조선일보
▲ 3일 조선일보
▲ 3일 조선일보 2면
▲ 3일 조선일보 2면

조선일보는 검찰의 내부 반발을 비중있게 실었다. “공수처는 행정부인 청와대가 사법부를 통제하려는 시도로, 이는 헌법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에 정면으로 위배된다”(허영 경희대 석좌교수 인터뷰)거나 “사법부와 수사기관이 정권 입장과 배치되는 선고나 수사는 하지 않으려 할 것이 뻔하다”(익명의 검찰 출신 변호사 인터뷰)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안 검찰 우려에 지면을 더 할애했다. “경찰이 마음대로 사건을 시작하고 끝낼 수 있기 때문에 통제가 되지 않는다”거나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버닝썬 사태도 결국 경찰이 사건을 덮으려다 문제가 됐다”는 검찰 고위 간부 말을 전했다.

경찰도 즉각 반발했다. 경찰은 사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할 때 따라야 할 절차 등 통제장치가 구체적으로 설계돼 “경찰 임의로 수사를 종결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경찰은 “검찰이 경찰에 대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데 검찰의 수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 3일 동아 사설
▲ 3일 동아 사설
▲ 3일 중앙 사설
▲ 3일 중앙 사설

동아일보는 “공수처·수사권 조정, 사법체계 초석 다시 놓는 자세로 논의하라”는 사설에서 “공수처에 일부 기소권을 부여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줄 경우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위협받고 기존 형사사법 체계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반발 입장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도 “수사·기소 전횡을 막자는 것이지 힘을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여당이 만든 안을 보면 그 권한을 고스란히 경찰과 공수처로 옮겨놓는 모양새”라며 “경찰과 공수처라고 해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고 절제된 수사를 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비판했다.(3일 사설 “수사권 조정, 검경 밥그릇이 아니라 국민 권익이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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