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겨울, 강남 최고의 클럽 아레나에서 관리하던 VVIP용 오피스텔. 그곳에 도착한 클럽 관계자는 경악했다. 이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오피스텔 내부는 온통 피투성이였다. 베이지색 카페트가 모두 붉게 물들었고 그 피는 나체상태로 묶여 있던 한 여성의 몸에서 솟구치고 있었다. 역시 나체인 남성 세 명이 이 여성을 둘러싸고 있었다. 혼절한 상태에서 과도하게 피를 흘린 여성은 경련을 일으켰고 일행은 여성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핸드폰이 아니었다. 전문 촬영장비였다. 

출혈이 과도해지자 한 남성은 여성을 지혈하고 다시 수혈하기 시작했다. 의사처럼 보였다. 이 남성 세 명은 모두 눈이 풀려 있었고 클럽 관계자가 들어 온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무언가에 취해있었다.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며 흥분을 느끼고 심지어 이를 전문적으로 촬영하고 공유하려했던 짐승들이 바로 VVIP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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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22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추적 VVIP와 비호세력' 편 갈무리.
▲ 지난 4월22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추적 VVIP와 비호세력' 편 갈무리.

제보를 들으며 심장이 떨어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대체 대한민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가. 더 충격적인 것은 이 강력 범죄 현장이 아주 깨끗하게 치워졌다는 점. 클럽에서 운영했던 증거인멸팀 이른바 소각팀과 혈흔제거팀 직원들이 피가 낭자했던 이 범죄 현장을 말끔히 치워냈다는 것이다. 

이 범죄가 가장 극단적인 형태였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적어도 클럽은 소각팀, 혈흔팀을 조직적으로 운영했고 이들의 주 임무가 마약관련 증거들과 가학적 성폭행의 잔여물들을 치우는 것이었음을 감안하면 어떤 범죄까지 있었을지는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 오직 소각팀과 클럽 최고 경영진들만이 알고 있을 비밀일 것이다. 아니 더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놀이처럼 범죄를 자행했던 클럽 VVIP들.

클럽 버닝썬 사태를 증폭시킨 것이 바로 마약에 당해 혼절해있는 여성들을 클럽 내에서 성폭행하는 영상이 돌면서다. 그러나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었다. 하룻밤 술값으로 수천만원을 쓸 수 있는 VVIP들은 오피스텔로 옮겨졌고, 이들이 무슨 일을 벌여도 그 흔적은 말끔하게 말그대로 소각됐다. 그리고 이 VVIP들이 원하면 미성년자들까지 성접대에 동원됐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이 클럽을 오가며 최고급 접대를 받는 이들은 재벌가 자제들, 경찰과 검찰 그리고 고위층 정치인의 가족들이다. 이 공고한 카르텔 때문이었을까. 이런 범죄들이 수년 동안 지속됐지만 경찰의 단속과 수사는 닿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치외법권 지대가 바로 아레나와 버닝썬을 주축으로 하는 강남 클럽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극단의 욕망이 클럽을 통해 실현됐다.

▲ 고은상 MBC 보도제작2부 기자
▲ 고은상 MBC 보도제작2부 기자

버닝썬 사태 석달. 경찰 150명이 투입돼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 카르텔에 대한 수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언론은 가수 승리와 그의 인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연예인들의 성범죄가 방송과 지면을 도배했다. 이들의 범죄 혐의를 밝히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버닝썬 대표 승리, 이문호 씨와 아레나의 실소유주가 모두 구속되고 처벌받는다면 더 이상 클럽을 둘러싼 범죄는 일어나지 않을까? 아레나와 버닝썬이 닫자 VVIP손님들은 새 클럽은 언제 여냐고 직원들에게 호소하듯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4월 26일 강남에 호화 클럽 하나가 새로 문을 열었다. 클럽 직원들 상당수가 아레나와 버닝썬의 전직 직원들이다. 

이들이 모두 범죄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재력과 욕망이 넘쳐나는 VVIP들과 이들이 뿌리는 돈을 탐내는 직원들은 여전히 클럽에 모여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사태의 시작과 끝에 경찰의 유착이 있다. 제대로 단속하고 수사할 지 언론의 눈은 바로 그곳을 향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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