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이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에 항의하며 삭발했다.

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삭발식 현장에는 김태흠, 윤영석, 이장우, 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 등 5명이 의자에 앉아 삭발을 준비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좌파독재, 폭주 폭정으로 무너져내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결연한 각오 속에 진행된 행사”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당초 한국당은 내부 공지를 통해 10명의 현직 의원이 삭발하고 추가로 정갑윤 부의장 등이 참여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날 삭발에 참여한 현직 의원은 4명이었다. 이와 관련 전희경 대변인은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자유한국당 정치인 삭발식 도중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나타나 삭발을 준비하는 정치인들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자유한국당 정치인 삭발식 도중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나타나 삭발을 준비하는 정치인들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의원들 뒤에는 40여명의 당원들이 현수막을 앞에 두고 섰다. 이들은 삭발하는 정치인을 소개할 때마다 이름을 호명하며 환호했다. 삭발식을 주관한 김태흠 의원실은 1일 ‘여성 당원 20명 참여 독려’라고 공지했는데 실제 이날 현장에는 30여명의 여성 당원이 참석해 남성 당원보다 많았다. 

삭발 직전 지난달 30일 먼저 삭발을 한 박대출 의원이 나타나 삭발을 준비하는 의원들과 포옹했다. 삭발이 진행되는 동안 5명의 정치인은 눈을 감았다. 전희경 대변인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애국가를 부르자”고 제안했고 당직자, 당원들과 함께 애국가를 4절까지 두 차례 불렀다.

이날 현장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진행자들도 많았다. 한 진행자는 생중계를 통해 “삭발식은 순수한 저항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좌파독재에 의한 의회민주주의 파괴가 벌어졌다. 오늘 대한민국 모든 방송이 집결했다. 공정하게 삭발식의 순수한 의미를 보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 5명이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 5명이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삭발을 마친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와 여야4당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은 “저 오만과 독선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미래는없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현장에 머리카락을 바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성일종 의원은 “일방 독주에 의해 (선거) 경기 규칙을 바꾼다는 건 운동장이 기울어지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장우 의원은 “수십년간 지켜온 자유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는 민주당과 2중대 3중대 4중대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고, 국민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이날도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에서 지금까지 선거법을 합의 처리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정부 여당을 비판했지만 한국일보 등 언론 보도로 1988년 선거법 날치기 사실이 조명된 바 있다. 이날 한국당은 “민주화 이후 선거법을 합의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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