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해산 청와대 국민청원 규모가 167만(2일 오전 11시50분)을 돌파하며 그칠줄 모르고 늘어나자 조선일보가 청와대 청원게시판 자체를 ‘하수구’라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해산 청원을 방치하고 즐긴다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與의원 보좌관, 학부모 단톡방서 ‘한국당 해산’ 靑청원 독려’에서“여야 양대 정당 해산이라는 중대 사안을 아무런 여과 장치도 없이 청와대 게시판에 방치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썼다. 이 신문은 연세대 양승함 명예교수가 “정당 해산은 정당에 대한 사형 선고”라며 “누구를 죽여달라는 청원이라면 지금처럼 방치하겠느냐”고 말한 것까지 옮겼다.

더구나 이 신문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특정인 구속·사면·석방 등 정치적 목적을 가진 청원과 사법부에 대한 공격성 청원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사례로 올해 초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사건’으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되자 ‘시민의 이름으로, 재판에 관련된 판사 전원의 사퇴를 명령한다’는 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것과, 지난해 2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에 특별감사 청원을 들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이 두 청원에 모두 어떻게 답변했는지는 담지 않았다. 청와대는 답변에서 “청원 모두 법관의 인사, 법원 판결 등 사법권 관련 청원으로 청와대가 나서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 집행유예 판사 감사청원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는 국민 청원이 청와대와 여권이 주도하는 정치적 의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며 버닝썬, 장자연 사건 수사를 예로 들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당 해산 청원 게시판 경쟁, 청와대는 즐기나’에서 청원 규모를 의심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수십 차례 청원도 할 수 있고, 드루킹 댓글 조작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여러 부작용을 낳은 사례로 ‘특정 연예인을 사형시켜 달라’, ‘특정 개인을 겨냥한 인신공격이나 허위 사실, 비상식적인 내용의 청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국민 청원 게시판이 미확인 사실을 공론화하거나 분노를 배출하는 하수구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고 비난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18일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사건 재수사 청원 답변을 직접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유튜브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18일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사건 재수사 청원 답변을 직접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유튜브
청와대가 ‘당 해산’ 청원 유입경로에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는 “은근히 ‘야당 해산’ 동의가 더 많은 걸 즐기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청와대에 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하수구 취급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정치는 정치인들만 해야 하고, 그런 주장을 언론만이 전달해줄 수 있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장이다.

조선일보가 하수구가 됐다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20만명을 넘긴 사건들은 미확인 사건이나 분노의 배출을 담은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올해의 경우 장자연 김학의 사건 재수사와 버닝썬 수사 등 여전히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조차 되지 않아 고통스러워하는 사건이다. 공수처 신설 촉구와 같은 제도개선 청원도 있고, 카풀 반대, 학교 폭력, 영광여고생 사망 사건 가해자 처벌 요구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사건들에 여론을 담고 있다.

지난해 ‘강서구 PC방살인사건 등 심신미약 감경 반대’, ‘조두순 출소반대’, ‘인천여중생 가해자 처벌 성범죄 피해자 보호 청원’, ‘음주운전 리벤지포르노 유포 처벌 강화’, ‘식당 성추행 남성 구속’, ‘웹하드 카르텔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 청원’, ‘디스패치 폐간’, ‘필리핀 감옥 구금된 남편 선교사 도와달라’, ‘서울광장 퀴어행사 반대’, ‘자주포 사고 부상 장병 치료 및 국가유공자지정 요청’, ‘TV조선 종편허가 취소 청원’ 등이 20만명을 넘겨 청와대가 직접 답변했다.

모두 청와대가 답변 한마디로 해결되는 내용들이 아니다. 실제로 다 해결해줄 수도 없다. 하지만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지속적으로 내는 것은 국민들이 문제의식을 갖는 사안을 직접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이 과정을 많은 사람이 공유하거나 공감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언론이 전달해주는 가공된 정보와 관점을 받아들이던 때와 달리 스스로 여론광장에서 주체가 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조선일보가 군사정부에도 없던 선거법 날치기라며 시민을 가르치려 해도 오히려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왜 끊이지 않고 오르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더구나 선거법 날치기가 군사정부에도 없었다는 말은 사실도 아니다. 시민들은 언론이 가르쳐주는대로만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는다.

▲ 자유한국당 해선 청와대 국민청원 2일 오전 11시50분 현재 167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자유한국당 해선 청와대 국민청원 2일 오전 11시50분 현재 167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조선일보 2019년 5월2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9년 5월2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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