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 남성 기자 A씨는 지난해 홍보대행사 여성 직원 B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영상을 보냈다. 3분16초짜리의 해당 영상은 트로트를 배경음으로 여성의 나체와 성행위 등이 포함된 음란영상이었다. B씨는 “통화만 했던 기자였다. 만난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영상의 정체를 알고 너무 충격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미디어오늘 취재가 들어가자 B씨에게 사과했다.

지난 4월 미디어오늘은 기자들이 특정 단체 카톡방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해온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이들은 2년 넘게 불법촬영물, 포르노사이트 링크 등을 공유하면서 즉석 만남·성매매 후기도 자주 나눴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기자 단체 카톡방’의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비단 승리·정준영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승리·정준영 사태를 보도하는 기자들부터 문제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최근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라인·텔레그램 등)의 단체 채팅방을 통한 불법 촬영물 유포와 관련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단체 채팅방에서 불법 촬영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받거나, 이러한 사진이나 영상이 유포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19.4%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64.9%는 ‘조용히 혼자 봤다’고 답했으며, 43.8%는 ‘해당 채팅방을 나갔다’(복수응답)고 답했다. ‘경찰이나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등에 신고했다’는 답은 2.6%에 그쳤으며, ‘다운로드를 한 뒤 소지했다’는 답은 11.9%로 나타났다.

본인 또는 가족, 지인 등이 불법 촬영, 일명 몰카(몰래 카메라)로 피해를 당한 적 있다는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는 4.7%로 나타났다. 일상에서 몰카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은 70.7%로 나타났는데 남성이 54.3%, 여성이 87.9% 응답해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 여성의 경우 10명 중 9명이 불법촬영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촬영자의 상당수가 남성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의 불법 촬영물 또는 음란물 유포 및 공유 행위에 대해 남성의 53.1%, 여성의 77.3%가 ‘촬영·유포·공유는 물론이고 갖고 있거나 보는 행위도 범죄다’라고 인식했다. 반면 남성의 41.2%, 여성의 21.5%는 ‘촬영·유포·공유는 범죄행위지만 보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고 인식했다.

‘불법촬영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거나 가지고 있는 행위 역시 타인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므로 법적 처벌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남성의 34.6%, 여성의 65.6%가 동의했다. 반면 ‘불법촬영 사진이나 동영상을 제작하거나 유포한 사람만 법적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남성의 58.4%, 여성의 31.4%가 동의했다.

메신저 단체 채팅방 등에서의 불법 촬영물 음란물을 유포하는 행위의 발생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가벼운 인식으로 불법 촬영물 시청에 대한 죄의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란 응답이 44.3%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처벌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란 응답이 31.3%로 나타났다.

자연스럽게 응답자의 41.7%는 ‘불법촬영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은 사람뿐 아니라 유포하고 본 사람 역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성별 차이가 두드러졌는데, 남성은 30.1%, 여성은 53.9%가 해당 의견에 동의했다. 다음으로 ‘불법 촬영물의 유통 및 거래를 내버려두는 메신저 업체나 웹하드 업체를 엄격히 규제하고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18.8%로 나타났다.

한편 승리·정준영 등 연예인 단체 채팅방을 통한 불법 촬영물 유포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연예인들의 메신저 채팅방을 통한 불법 촬영물 유포’가 충분히 보도됐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72.8%로 나타난 반면 ‘경찰과 버닝썬 사이 유착’이 충분히 보도됐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2.2%로 가장 낮았다.

또한 정준영 등 메신저 단체 채팅방 통한 불법 촬영물 유포 사건이나 승리 등의 버닝썬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에 대해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결보다 개인 차원의 비리 들추기에 국한됐다’는 비판이 85.8%, ‘불법 촬영물 속 등장인물에 대한 추측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83.6%, ‘시민의 알권리 충족보다 사회적 관음증을 부추기는 보도였다’는 비판이 81.8%의 동의를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온라인 설문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하는 20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4월15일부터 21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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