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지부장 이미지)가 노동절을 앞두고 전국 방송작가 580명을 상대로 ‘2019년 방송작가 노동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방송작가 대부분이 프리랜서로 고용됐고 노동법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특히 연월차 휴가를 보장받지 못한 작가가 많았다. 작가들은 “119가 올 때까지 일했고 응급실에서 자막을 뽑았다”, “상을 당했지만 방송 때문에 휴가를 쓰지 못해 상복 입은 채로 장례식장에서 대본을 썼다”고도 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지난 4월22~26일까지 조합원과 비조합원, 신입, 서브, 막내작가 등 전국 방송작가 580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580명 가운데 메인 작가는 23.1%(134명), 서브 작가는 43.8%(254명), 신입 작가는 33.1%(192명)였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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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결과 방송작가 대부분 프리랜서로 고용됐지만 ‘상근’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93.4%(542명)가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돼 있었고 72.4%(420명)가 방송사나 외주 제작사에 출퇴근하는 상근 형태였다. 메인 작가도 전체 134명 가운데 66명이 상근이었다. 메인 작가를 뺀 서브·막내 작가의 상근 비율은 79.4%였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가 대다수 방송작가를 프리랜서로 고용하지만 업무의 실질은 상근인 ‘위장된 프리랜서’가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지난 3월1일부터 4월27일까지 KBS 구성작가협의회 구인·구직 게시판에 게시된 317건의 구인 글을 전수조사한 결과 비상근 즉 재택 근무는 단 20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 출처=방송작가노조.
▲ 출처=방송작가유니온.
작가들 노동시간은 ‘주 40~52시간 사이’가 28.6%(166명)로 가장 많았다. ‘52~68시간 사이’가 26.4%(153명)로 2위, ‘15~40시간 사이’가 25.7%(149명)로 3위였다. ‘68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자는 7.9%(46명)로 집계됐다.

반면 퇴직금과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노동법 적용의 예외가 인정되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 노동자는 11.4%에 그쳤다. 초단기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4대 보험과 주휴수당,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조사결과 11.4%만이 초단기 노동자였는데도 방송작가 대부분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4대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1%에 그쳤다. 시간외 수당을 받는 사례도 2.8%, 퇴직금을 받은 사례는 1.8%에 불과했다.

식대를 받는 작가들은 응답자 가운데 48.1%에 그쳤다. 연월차 휴가는 응답자의 8.5%, 교통비는 6.8%에 불과했다. 대다수 작가들이 복리후생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 출처=방송작가유니온.
▲ 출처=방송작가유니온.
돈을 떼인 작가들도 있었다. ‘일했지만 돈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이 넘는 52.8%가 ‘있다’고 답했다.

떼인 돈을 받기 위해 협회나 기관 도움을 받거나 법적 대응했다는 응답은 23.9%에 그쳤다. ‘대응했지만 결국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66.8%에 달했다. “노동청에 전화했지만 프리랜서는 해당 사항 없다는 답을 얻었다”는 주관식 답변도 있었다.

돈을 받지 못한 이유로 ‘구두 계약 관행으로 인한 계약서 미작성’(33.7%)이 1위로 꼽혔다. 이어 ‘불이익이 우려돼 문제 삼지 않음’(27.6%), ‘제작사 폐업 및 연락 두절’(18.8%), ‘임금체불 대처법을 몰라서’(11%), ‘찔끔 주고 기다리라고 함’(1.1%) 순으로 나타났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우려스러운 건 무려 76.1%가 ‘임금체불을 경험했는데도 대응하지 않았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라며 “프리랜서 사회에 만연한 구두 계약 관행 때문에 임금 체불이 발생해도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작가 사회에 팽배하다”고 비판했다.

이미지 지부장은 “허울 좋은 프리랜서로 위장되어 온 방송 작가들의 열악한 업무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며 “‘상근’을 요구받고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방송 작가들을 정부와 방송사들이 더는 노동권 사각 지대에 방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방송사들이 일방으로 정하는 고용형태가 아닌 근로 실질을 따져 방송작가도 시간외 수당, 52시간 근무제, 4대 보험 적용 등 노동법 보호를 받게 해야 한다”며 “이제는 노조 차원이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직접 방송 작가 노동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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