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1일 청와대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가운데, 후임 장관은 과학 기술, 정보 통신, 유료 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최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후임 과기정통부 장관의 자격을 말한다’ 기자회견은 민생경제연구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공공연구노조, 언론노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조 등이 공동 주최했다.

이들은 후임 장관 조건으로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 혁신을 위한 의지 △유료방송에 엄격한 공적 책무 부여 △가계통신비 인하 의지와 계획 △주파수 배분 관리에 공익 준수 △사업자 이해에 휘둘리지 않을 도덕성과 자질 등을 강조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홈페이지.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홈페이지.
노동‧시민단체들은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 혁신에 관해 “현재 연구기관의 혁신 방향으로 제시된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를 폐지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과기정통부는 PBS 대안으로 R&R(Role&Responsibility·역할과 책임)을 들고 나와 개별 출연기관 스스로 역할을 정립하라고 하는데 총괄적 진흥 전략이 부재한 하향식 역할 정립은 부작용을 낳는다. PBS와 R&R을 뛰어 넘는 연구기관 혁신, 발전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베이비붐 세대 은퇴 이후 인력 구성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연구기관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유료방송과 관련해 “정부는 도미노식 인수 합병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폐해를 방지하고 유료방송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통신 재벌이 지역 채널을 장악해 사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할 독립성 확보 방안 마련 △‘지역성·다양성·지역일자리 창출’ 등 케이블방송에 부여한 공적 책무 유지를 위한 심사 기준 마련 △인수 합병으로 인한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에 대비한 사회 안전망 마련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KT 자회사로 편입되며 공적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위성방송의 공공성 강화 방안에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통신3사 대리점. ⓒ 연합뉴스
▲ 통신3사 대리점. ⓒ 연합뉴스
가계통신비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놓은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와 ‘분리공시제를 통한 단말기 가격 인하’를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 출범 2년을 맞은 현재 기본료 폐지 공약은 고령층‧저소득층 요금 1만1000원 감면으로 축소됐고 분리공시제는 각 부처 업무계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LTE 때부터 지적된 저가요금제 이용자와 고가요금제 이용자 간 통신 요금 차별 문제, 고가 단말기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5G 주파수 추가 공급 계획과 관련해 정부가 통신사업자 편에 서지 말라고 당부했다. 시민단체들은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3.42~3.7GHz 대역을 통신 사업자에 할당했고, 앞으로 3.7~4.2GHz 대역도 추가 할당을 계획하고 있다. 해당 주파수 대역은 방송사가 해외 콘텐츠 수급 및 서비스를 위해 사용하는 대역인데 과기정통부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할당된 3.42~3.7GHz 대역에서 일부 방송사는 해외 방송 수신에 간섭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앞으로 3.7~4.2GHz 대역이 추가 할당되면 외국 방송과 해외 주요 스포츠 경기 수신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주파수 배분과 관리에 ‘공익 준수’를 우선하라는 주문이다.

시민단체들은 후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과학 기술계, 거대 통신 및 미디어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사업자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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