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임기중 7번째 만났다. 문 대통령은 삼성의 1등 비메모리 계획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 돕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 뇌물죄 형사피고인으로 이르면 5월 중 대법원 선고가 예상되는데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 Digital Solution Research동)에서 개최된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축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시스템반도체란 정보(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중앙처리장치(CPU)처럼 데이터를 해석·계산·처리하는 비(非)메모리 반도체를 뜻한다.

정부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확산,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의 기술·공정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스템반도체산업을 집중 육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했듯이 시스템반도체 분야도 새 도전에 나서 미래를 선도하는 제품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시스템반도체 분야가 현재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1.5배 이상 큰 시장이고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며 로봇, 바이오, 자동차 등 전 산업에 활용되면 2022년에는 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은 ‘자동차용 반도체, 바이오와 휴대폰용 반도체’ 등 기술력이 필요한 반도체는 수입에 의존하지만 우리가 얼마든지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삼성에 대한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며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부가 내수시장을 위해 공공분야부터 열겠다며 지능형 검침기, CCTV를 비롯한 에너지·안전·교통 등 대규모 공공사업과 연계한 수요를 발굴하겠다고 했다. 공공분야에서 2030년까지 반도체칩 2600만개, 에너지분야에서만 2400억원 이상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창출하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도 분야별로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국민과 기업들이 과감하게 신산업에 진출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당부하신 대로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꼭, 해내겠다”고 답사했다.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성공을 위해 사람과 기술에 투자를 더 적극 하겠다”며 “또 생태계 조성 상생에 대해서도 늘 잊지 않겠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 이재용 부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 이재용 부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 이재용 만남 올해만 다섯 번째, 작년 포함 일곱번째

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곁에 부른 것은 올해에만 다섯 번째다. 지난해 해외 삼성공장 방문과 평양 동행까지 포함하면 임기 2년만에 7차례 만났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고 풀려나자마자 얼마되지 않아 문 대통령을 만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9일 인도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시찰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18~20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공식수행원으로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올해들어서도 이 부회장을 네차례 초청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2일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와 같은달 15일 ‘2019 기업인과의 대화 II’, 지난 2월22일 모디 인도총리 오찬에 참석했다. 지난 2월27일 UAE 왕세제 오찬에도 참석했다. 그리고 30일엔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직접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특정 재벌 경제인이자, 뇌물죄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 최종 확정판결을 앞둔 형사피고인을 이렇게 많이 만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청와대는 이전 대통령도 삼성 사업장을 여러차례 방문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4회, 이명박 전 대통령 2회, 박근혜 전 대통령 4회 등이다.

문 대통령이 아무리 과거의 권력자와 다르다 해도 권력과 결탁해 불법을 저지른 형사피고인과 자주 만나고 그들의 도움을 받고 그들을 이해하다 보면 결국 엄정하고 정의로운 국정운영을 한다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불법을 저질러도 돈과 힘만 있으면 언제든 다시 부활해 돈과 힘을 다시 누릴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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