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회장 고재구, 대표 은기원)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기자의 계정으로 기사를 쓴 이른바 ‘유령기자’를 운영한 사실과 정치부 소속 고아무개 기자가 표절한 사실에 대해 지난 23일 자사 홈페이지에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란 입장문을 냈다가 사흘 만인 지난 26일 삭제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지난 19일 일요서울이 최소 4명의 ‘유령기자’가 있다고 보도했고, 지난 23일 고 기자가 다수 기사를 표절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지난 23일 자사 홈페이지에 “최근 본사의 존재하지 않는 필명 이메일 의혹이 미디어오늘에 의해 제기됐다”며 “자체 조사결과 이 같은 지적에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이에 따라 본사는 모든 기자들이 필명을 쓰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 시사주간지 일요서울 소개. 사진=일요서울 홈페이지 갈무리
▲ 시사주간지 일요서울 소개. 사진=일요서울 홈페이지 갈무리

또한 일요서울은 “그동안 관행처럼 내려오던 통신 계약 매체 기사를 짜깁기하지 않도록 엄중조처했다”며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을 인정했다. 이어 “본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문제를 야기한 기자들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장성훈 편집국장은 지난 24일 미디어오늘에 “미디어오늘이 언론사의 잘못된 관행을 잘 지적했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자인 자신과 당사자인 고 기자가 인사위원회에 곧 올라갈 것이며 징계결과가 나오면 미디어오늘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 지난 25일자 홍준철 일요서울 부국장 칼럼 일부. 표절과 유령기자 보도 이후 일요서울이 잘못을 인정했다는 내용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담았다.
▲ 지난 25일자 홍준철 일요서울 부국장 칼럼 일부. 표절과 유령기자 보도 이후 일요서울이 잘못을 인정했다는 내용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담았다.

홍준철 일요서울 부국장은 지난 25일 “[홍준철의 여의도 안테나]일요서울 창간25주년, 지령 1304호를 맞는 남다른 ‘소회’”란 칼럼에서 “회사는 단순 실수이고 언론사의 관행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으로 모든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글을 공식적으로 게제했다. 또한 관련 기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며 “정당한 지적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하고 그에 따른 희생을 감내해야 개인도 회사도 미래가 있다”고 썼다.

일요서울은 23일에 올렸던 입장문을 26일 현재 삭제했다.

▲ 지난 23일 일요서울이 '유령기자'와 표절 사실을 인정한 입장문 구글 링크.
▲ 지난 23일 일요서울이 '유령기자'와 표절 사실을 인정한 입장문 구글 링크.
▲ 일요서울은 '유령기자'와 표절 사실을 인정한 입장문을 3일만인 26일 삭제했다.
▲ 일요서울은 '유령기자'와 표절 사실을 인정한 입장문을 3일만인 26일 삭제했다.

26일부터 일요서울 측의 말이 바뀌었다. 홍준철 일요서울 부국장은 지난 26일 미디어오늘에 “관련 징계절차는 끝났다”면서도 “내부 인사라 말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미디어오늘은 장 국장에게 지난 26일과 30일 재차 확인을 요청했지만 모두 홍 부국장에게 문의하라고 했다. 홍 부국장은 30일 “회사로 연락하라”고 했지만 편집국을 포함해 일요서울 회장·대표와 통화할 수 없었다. 일요서울 측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장·대표님은 자리에 없다”며 “편집국에 전화를 받지 않는 거면 기자들이 아무도 자리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보통 직원을 징계하려면 인사위원회(징계위원회) 일정을 당사자에게 통보하고 소명기회를 준다. 당사자들의 소명이 끝나면 추가 조사 등을 하고 징계수위를 논의한 뒤 징계를 통보한다. 징계대상자들은 징계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일요서울이 자사 홈페이지에 잘못을 시인하는 입장문을 낸 게 지난 23일인데 일요서울 측의 말을 종합하면 3일 만에 이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됐다는 뜻이다.

인사위원회를 꾸리기 위해선 인사위원장, 인사위원 등을 정한다. 고 기자가 징계대상인 상황에서 아버지인 고재구 회장이 인사위원장이 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요서울 대표 정도가 인사위원의 자격이 있다. 장 국장의 말처럼 본인도 인사위에 회부되기 때문에 편집국장도 인사위원일 수 없다. 편집국장이 징계 대상자인 상황에서 부국장 이하 기자들이 국장을 징계했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또한 징계대상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유령기자’에 개입한 이들이 누군지 조사해 확정해야 한다. 장 국장은 미디어오늘에 “아직 (유령기자 관련) 징계 대상자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징계절차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인 상황이다. 게다가 장 국장에 따르면 고 기자는 현재 휴가 중이다. 조사와 징계를 받아야 할 당사자가 오히려 휴가를 받은 상황에 대해서도 일요서울 측은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 일요서울 사내이사의 도 넘은 ‘기사 표절’]

[관련기사 : 소송 압박하던 일요서울, ‘유령기자’ ‘표절’ 인정]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