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청계천로에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이 정식 개관했다. 전태일 열사가 1970년 11월13일 22살의 나이로 분신했던 곳인 평화시장 근처 청계천 수표교와 가까운 곳으로 지상 6층 규모다. 전태일 열사가 1969년 근로감독관에게 쓴 자필편지로 기념관 정면을 디자인했다.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시는 전태일기념관 개관식을 열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가 1981년 11월 전태일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한 지 약 38년 만이다. 서울시는 2017년부터 청계천 인근 건물을 사들여 기념관을 건립했다. 기념관은 전태일재단이 운영한다.

▲ 서울 종로 청계천로에 30일 정식개관한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 종로 청계천로에 30일 정식개관한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 30일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 개관식 모습.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심상정 정의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전순옥 전 의원, 양대노총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 30일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 개관식 모습.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심상정 정의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전순옥 전 의원, 양대노총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개관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님이 전태일 기념관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고 몇 년 간 서울시 공무원들이 꾸준히 발품을 팔아 (분신) 현장에 가까운 곳을 선택해 개관했다”며 기념관 설립 경위를 설명했다. 박 시장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노동존중 사회로 가려는 수많은 노력들이, 전태일이 꿈꾸는 세상으로 흘러가게 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는 지난 1970년 11월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17세 무렵 상경해 청계천 평화시장 피복점에 재단사로 취직한 전태일 열사는 재단보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봤다. 초등학교 중퇴 학력이었지만 근로기준법 해설서를 구해 노동법을 공부하거나 1969년 6월 평화시장 최초 노동운동 조직인 바보회를 만드는 등 현실개선에 힘썼다.

▲ 전태일 열사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고 있는 고 이소선 여사. 사진=전태일재단
▲ 전태일 열사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고 있는 고 이소선 여사. 사진=전태일재단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시내 나올 때, 지나갈 때 언제든 들러 달라”며 “전태일기념관 개관이 노동존중 서울시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은 “노동은 늘 천대받고 멸시받아왔다”며 “2019년 대한민국이 좀 더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로 한 걸음 내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념관 내부는 1~3층 전태일기념공간과 4~6층 노동자권익지원시설로 구성했다. 전태일 열사에 대해 다룬 상설전시 말고도 연 3~4회 기획전시를 열 예정이다. 오는 6월30일까지는 ‘모범업체: 태일피복’이란 전시가 열린다. 전태일 열사가 1969년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그가 만들고자 했던 모범 봉제작업장을 구현해 낸 전시다.

▲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이 전시한 1960년대 봉제공장실태조사서(왼쪽)와 봉제공장 현실. 사진=장슬기 기자
▲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이 전시한 1960년대 봉제공장실태조사서(왼쪽)와 봉제공장 현실. 사진=장슬기 기자

서울시는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을 개관하고 앞서 29일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9’를 발표했다. 전태일기념관 5층에는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입주해 임금체불·부당해고 등 부당한 일을 상담하고 권리구제하는 일을 담당한다. 노동운동 역사를 관람하는 전시 공간과 노동교육장, 노동자단체가 이용할 수 있는 사무실 등을 만들어 ‘노동허브’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서울시는 오는 2021년까지 서울시 25개 모든 자치구에 ‘노동자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지역 간 노동복지 형평성을 확보하고 미조직 노동자가 많은 지역에선 노조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반복되는 산업재해(노동재해)를 줄이기 위해 작업중지권 보장, 노동안전책임제 의무화 등을 담은 ‘서울형 산업안전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오는 2022년까지 산업재해(노동재해) 사망률을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서초·합정·북창·상암 등 4곳에서 운영하는 서울노동자쉼터를 하반기 내에 1곳 더 확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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