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없이 사랑하는 것’ 이 필요해요. 우리 나이라면 뜨겁게 사랑하고 연애하고, 아름답게 순수하게 만나야 하는데 그런 만남이 너무 잘 안 되잖아요? 주변 친구들을 봐도 평소 고민거리가 ‘이 사람은 좋은데 뭔가 결혼은 아닌 것 같다.’ 처럼 조건7을 따지게 되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5살짜리 아들과 6개월까지 딸을 키우면서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고 밥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어요. 남편이 아침에 딸을 보고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혼자 돌아오는 그 잠깐의 5분이 너무 행복해요.”

2017년 OECD ‘더 나은 삶의 지표(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삶의 지표는 조사 대상 39개국 중 순위는 30등입니다. 2016년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니버섬(Universum)이 내놓은 ‘세계 직장인 행복 지수’에서는 57개국 중 49위에 불과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행복이나 삶의 질에 대한 지표에서 한국은 늘 OECD 최하위 수준입니다. 사실 가장 더 직관적인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출산율과 자살율입니다. 그리고 2030세대는 그 문제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88만원세대’ 라는 도서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2030세대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지는 너무나 오래되었지요. 하지만 여전히 가장 자유로워야 할 그들은 불행하고 찌들어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지난 13일 LAB2050과 바꿈세상을바꾸는꿈은 창비서교빌딩에서 한국사회전환의전략을 주제로 오픈공론장을 개최해 2030의 문제를 도출하고 분석하였습니다. 그 속에서 나온 2030세대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2030세대가 공무원만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한국의 모든 젊은이들이 공무원에만 매몰되려고 해서 투자하지 않겠다.”

예전에 본 한 토론회에서 발제자가 외국의 한 투자자의 말을 인용하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라고 했지만 이 말이 나오자마자 옆에 한 어르신이 혀를 차며 “어휴 문제야 문제. 우리 때는 말이야…” 하고 말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2030세대의 공무원 쏠림 현상은 오래된 현상 중 하나입니다. 오픈공론장에 참가한 한 참가자는 “신입생부터 재학생 졸업 준비생인 후배들을 만나면 다 하나같이 공무원이나 경찰시험 준비만을 하고 있어요. 이미 학교에서도 학문 탐구에 대한 본질은 사라진지 오래고 모든 초점이 돈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라며 대학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러면 공무원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될까요? 한 참가자는 “제 친구가 계속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다가 겨우 4년 만에 공무원이 되었는데 교육 받을 때 시장이 와서 제발 그만두지 말고 계속 일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해요. 다들 경제적인 안정을 원해서 몇 년 동안 다 포기하고 준비해서 공무원이 됐는데 왜 중간에 그만두는 것일까요?” 라며 문제를 꺼냈다.

그렇다면 대기업이나 월급이 많으면 될까요? 다른 참가자들 역시 ‘아니다.’ 라고 말했어요. “친구들 중에서도 대기업 정규직이고 월급이 적은 것이 아닌데 1년 만에 그만두고 그런 경우가 수두룩해요. 사실 공무원이라는 것이 안정성이라는 것도 있지만 일반 회사보다 압박이 덜하고 퇴근 눈치가 덜 본다던지 그런 점들이 메리트가 된 것이 아닐까요?”

2030의 불행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노동관련 지표입니다. 2016년 기준으로 노동 시장 내에서 저임금(중위임금의 2/3이하)을 받는 노동자 비율은 23.5%로 OECD에서 미국 다음으로 나쁜 수준입니다. 남녀 임금 격차도 OECD국가 중 가장 큽니다. 여성 임금이 남성 임금의 6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근로시간은 2017년 연간 2024시간으로 멕시코를 제외하면 OECD중 가장 길다. 한국인은 독일인보다 연간 668시간을 더 일하고 있고요. (OECD 2018)

실제 한 참가자는 “야근을 당연히 생각해요. 그런 게 좀 싫었어요. 퇴근 후에 저도 개인적인 일을 하고 싶고 친구도 만나고 싶고 가족들이랑 밥도 먹고 싶은데 너는 싱글이니까 일을 좀 더 해도 된다는 눈치를 계속 줘요.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제공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제공
‘일자리와 부동산’ 2030 문제의 핵심

2030 문제의 원인의 핵심은 역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부동산’ 문제입니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8년 청년들에게 “얼마나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가?” 라고 질문했을 때 ‘불행하다.’ 는 응답이 전체의 73.4%였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 원인은 ‘일’ 과 ‘부동산’ 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원래 고향이 대구고, 학교는 춘천이고, 서울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실 집이 없다시피 계속 돌아다니는 느낌인데 얼마 전에 행복 주택을 신청했는데 100퍼센트 떨어질 것 같더라고요. 서울에 살면 집값이 비싸고 지방에는 일자리가 없어요. 사실 지역에 있는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결국 공무원 시험뿐이에요.”

“저는 휴학하고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데 올해 거의 매달원서를 넣고있어요. 그런데 이것도 돈이 없으면 안되더라고요. 휴학해서 부모님한테 손 벌리긴 애매한 상황에서 돈은 뚝 떨어졌고 뭔가 약간 서러움을 느꼈어요.”

“자취를 하고 있는데 제 집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가끔은 서울에 이렇게 집이 많은데 내 집은 없을까. 왜 이 주거문제로부터 내가 자유롭지 못할까 원인을 생각해보면 원인은 한도 끝도 없어요.”

실제 2017년 서울시 주거실태 조사에 의하면 서울의 평균 주태가격은 서울시민의 평균 연소득 기준으로 9년간 숨 만 쉬고 살면서 월급을 꼬박 모아야 살 수 있습니다. 사실상 불가능하죠. 특히 강남 지역은 서울시민이 거의 평생 한 푼도 안 쓰고 월급을 모아야 간신히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서초구 20.8년, 강남구 18.3년)

앞으로만 달리는 사회 속 2030의 쉴 자리는 없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하고 싶었는데 예술은 돈 못 번다고 부모님이 다 반대하셨어요. 대학 졸업 후에 갤러리 협회 쪽에서 일했는데 월급이 알바생보다 못한 월 70만원 정도이었어요. 정규직이나 국장이되도 지금의 신입사원의 월급보다 못 받아요. 미술계가 지탱을 하는 것도 집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작년에 자체 안식년을 1년 했어요. 퇴직금으로요. 근데 해보니까 저는 모두가 다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알아보니, 영국에는 갭이어라는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삶을 성찰하고 향유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늘 헉헉거리면서 살잖아요? 시간이 주어지고 여건이 되면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힘이 저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제공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제공
실제 2030은 경제적 빈곤 못지않게 시간적 빈곤도 심각합니다. 2014년 통계청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유급 노동시간은 이전 10년 동안 3분 늘어난 반면, 사회자본 시간은 19분 줄었습니다. 반면 성인 중 하루 평균 10분 이상 학습활동을 하는 사람은 전체 8.2%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물론 2018년 정부도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노동시간 단축이라기보다는 이미 법제화 돼 있던 제도를 정상화한 것에 가깝지요. 또 깊이 있는 학습, 장시간 여행 등 충분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채워지기 어렵습니다. 청년세대 중 이런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고요. 청년들의 직장 근속기간이 유독 ᄍᆞᆲ은 데도 이런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요?

2030이 선택한 한국사회의 문제는?

여러 토론과 숙의를 통해 2030세대 약 100여명은 한국 사회 문제를 선정했습니다.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의 문제 △걱정 없이 출산하고 육아를 할 수 없는 구조 문제 △인식격차(젠더, 세대 등)해소 위한 교육의 필요성 △수도권 집중의 문제 △젠더 관련 공론장의 부재 문제(가부장제, 혐오, 차별 금지법) △주거 문제(공공주택 확충의 필요성) △제대로 된 공론장의 부재 문제(시민의 정치참여 및 정치 효능감 증대, 실질적 의견 수렴 필요)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 제공 할 필요성(인권교육, 생애주기별 재교육 등) △고용에서의 차별, 유리천장 문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형성의 필요성 순으로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2030세대가 자유와 안정을 가지기 위해서는 △소득과 상관 없이 원하는 교육 △신체조건과 상관 없이 자유로운 이동 △육아를 위해 자유로운 근로조건 변경 △생계 걱정 없이 원하는 직업 선택 △선호하는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재정적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필요합니다.” 라며 문제를 진단했다.

이어 이 대표는 대안으로 보편적 기본소득 실험을 제안했습니다. LAB2050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소득제는 국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현금 수당을 지급하는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입니다. 이에 여러 국가에서는 다양한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실업부조 대상자 중 무작위 2,000명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2년간 기본소득을 실험중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스톡턴시 역시 2018년 민간단체 협력해 1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역시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 여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다양한 대안들을 고민해볼 자리 역시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2030세대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LAB2050과 바꿈세상을바꾸는꿈은 향후 이러한 문제에 2030세대가 다 함께 대안을 그려보는 #(해쉬태그)공론장을 매달 지속한다고 합니다. 5월25일(토) 2030이 가장 큰 문제로 뽑은 노동을 주제로 대안 공론장을 맨 처음 개최하니 한 번 쯤 참여해보면 어떨까요?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제공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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