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발 속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검경수사권조정법,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됐다. 29일 국회는 국회의원과 당직자, 취재진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고 유튜버와 기자 간 설전도 벌어졌다.

고성 속 패스트트랙 지정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은 30일 오전 0시30분께 국회의원 정수 유지, 비례대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가결(찬성 12표)을 선언했다. 앞서 이상민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은 지난 29일 밤 11시53분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패스트트랙 가결(찬성 11표)을 선언했다. 

두 회의장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정개특위 회의는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임이자 의원을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2시간여 만에 표결을 마쳤다. 장제원 의원은 변경된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회의장을 누비며 “뒷골목에서 (회의를) 준비했나. 심상정 위원장, 독재자의 모습이다. 찌질한 줄 알라”고 목청을 높였다. 

▲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한국당 요청에 따른 간사 협의로 의원 1인당 5분의 의사진행발언 기회가 주어졌지만, 선거제 개혁법안 등이 ‘야합’이라 주장하는 한국당 의원들과 이를 지적하는 여야 4당 의원들 공방이 오가며 소란스러웠다.

장 의원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위원장님, 위원장님”이라며 회의 진행을 수차례 저지해 “위원장보다 발언 비율이 높다”(기동민 민주당 의원)는 질타를 받았다. 한국당 의원들의 ‘독재타도’ 구호가 회의장 안으로까지 들려온 가운데, 질서유지권이 발동됐다는 이유로 장 의원이 또다시 고성을 질렀다. 

논란 끝에 표결이 진행된 뒤에는 김재원 한국당 의원이 10분을 넘도록 기표소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몇몇 의원들은 “추가 기표소를 만들어 달라. (김 의원 나오라는) 설득이 안 된다”고 요구했으나, 김 의원의 ‘투표소 점거’로 한국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채 표결이 끝났다. 정개특위 개표결과는 찬성 12표로 나왔다. 18명의 정개특위 위원 중 5분의 3인 11표를 넘었다.

▲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의원들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의원들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사개특위는 이상민 위원장이 회의를 시작하자 나경원 원내대표, 민경욱 대변인, 김정재 의원 등 10여명의 한국당 의원들이 “헌법수호 독재타도”를 외치며 반발했다.이상민 위원장이 “회의 방해”라고 하자 이장우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에 의해 대한민국 민주주의 말살당했다”고 소리쳤고, 윤한홍 의원은 “불법 사보임이기에 회의 자체가 무효다. 그래서 회의 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29일 오후 11시30분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모습.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여당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9일 밤 11시30분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모습.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여당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사보임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상민 위원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사진=금준경 기자.
▲ 2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사보임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했지만 이상민 위원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사진=금준경 기자.

이를 지켜보던 표창원 의원은 “한 학기 내내 수업에 안 나오다 시험 때 왜 내가 안 배운 게 문제로 나왔냐고 따진다”며 “여러분들은 10년 간 정권 잡으면서 노동자, 서민들이 문제제기 할 때마다 절차 따졌는데 왜 그러냐”고 꼬집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개혁입법 완수가 중요하다”며 패스트트랙 지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선거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합의했다. 패스트트랙은 상임위원 5분의 3이 동의할 경우 기한을 두고 법안을 논의해 표결하는 절차로 새누리당이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에 포함된 방안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과 선거법에 바른미래당 일각과 자유한국당이 반발하면서 대치 국면이 이어졌다.

기습 회의장소 변경에 반발

당초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29일 밤 10시 예정돼 있었다. 한국당은 회의가 예정된 2층과 4층 등에서 점거를 하며 대치했다. 여야4당 관계자들이 들어설 때마다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헌법수호 독재타도”, “2중대 꺼져라”를 외쳤고 민주당, 정의당 등 당직자들은 “적반하장”, “회의방해 징역5년”을 외치며 맞섰다.

두 특위의 위원장은 29일 밤 10시30분께 질서유지권을 발동했고 이어 회의 장소를 본청 6층 정무위원회 회의실과 5층 문화체육관광위 회의실로 변경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의원들은 반발했다. 10시32분께 나경원 원내대표, 민경욱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과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유승민, 이혜훈, 하태경 등 바른정당계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함께 5층 회의실 앞에 들어섰으나 문은 막혀 있었다. 이들 의원들은 “문열어!”, “독재정권!”을 외치며 문을 두드리며 항의한 끝에 입장했다.

“출입증 없이 어떻게” 유튜버와 기자 설전

이날 회의장소가 시시각각 바뀌고 좁은 복도에 취재진이 몰리면서 현장은 혼잡했다. 특히 29일 밤 10시30분께 5층 사개특위 회의실(문체위 회의장)앞은 문을 열라고 외치는 한국당 의원들을 둘러싸고 취재경쟁하는 가운데 뒤늦게 합류한 의원들과 취재진이 몰리면서 혼잡은 극에 달했다. 인파가 몰려 사다리를 쳤고 사다리 위에 올라선 촬영기자들이 휘청거리기도 했다. 이들은 “사다리 무너져” “한발씩 비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밤 10시43분께 사개특위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취재진이 진입을 시도하자 기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기자들은 “풀단 아니면 들어가지마”, “XX매체 풀단 아니잖아”, “풀단 아닌 사람들 잡아”라고 소리쳤다. 풀단은 혼잡한 취재 상황에서 원활한 취재를 위해 기자들 가운데 대표 취재하는 취재진을 말한다. 다만 풀단에 속하지 않은 여러 언론사에 인터넷 방송 진행자까지 뒤섞여 결국 취재진은 풀단 여부에 관계 없이 입장했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둘러싼 갈등도 있었다. 밤 11시께 사개특위 회의실 앞에서 취재진 간 몸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유튜버는 “야이 XX야, 너 뭐야 나 한국당에서 왔어 인마”라며 욕설을 했고 언론사 소속 한 기자는 “출입도 아닌데 왜 여깄냐”고 반발했다. 

▲ 29일 오후 10시40분경 국회 본청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이 열리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때 풀단만 취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사진=금준경 기자.
▲ 29일 밤 10시40분경 국회 본청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이 열리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때 풀단만 취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사진=금준경 기자.

앞서 밤 9시40분께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방송을 해온 서울의소리 인터넷 방송 취재진을 향해 보수 유튜버들이 “서울의소리 여기 왜 왔냐”, “서울의소리 꺼져라”등을 외쳐 서울의소리 취재진이 현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국회 본청은 출입 매체가 아닐 경우 취재할 수 없지만 의원들 동의 하에 의원 인터뷰 등의 목적으로 임시 출입이 가능하다. 한국당 등 정당에서 의원들이 출입 동의를 하면서 이날 취재진과 함께 인터넷 방송 진행자 등이 국회에서 취재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당 농성장을 취재하던 일부 인터넷 방송 진행자는 한국당 당직자들과 함께 “독재타도”등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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