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불법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 피의자가 브로커를 통해 기사 삭제를 청탁한 정황이 나왔다. 홍선근 머니투데이그룹 회장의 이름까지 등장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관련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는 기사 삭제 조치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2015년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이 672억 원에 달하는 사기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재판을 받은 동안 벌어졌다. 김성훈은 재판을 받는 동안에도 1만 명이 넘은 피해자에게 1조원대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지르면서 2016년 구속기소됐다. 피해자들은 재판 중에도 사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부실한 검찰 수사를 꼽고 있다. 특히 검찰이 김성훈 대표가 사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었던 기사를 막았던 정황을 확인해놓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지난 2017년 구은수 전 서울청장이 IDS홀딩스 유아무개씨를 소개받을 당시 IDS홀딩스가 유사수신업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수사했다. 검찰주사 명의로 작성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4월 15일경 구은수가 김아무개(이아무개 한국당 의원 보좌관)를 통해 유아무개를 식당에서 처음 소개받으면서 유아무개로부터 IDS홀딩스 회장 명함을 건네받을 당시 서울청 관내 중요사건 수사와 관련하여 최종 보고를 받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는바. IDS홀딩스가 불법 유사수신업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다음과 같이 확인하였기에 보고한다”고 돼 있다.

검찰은 유아무개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서 구은수 전 청장이 IDS홀딩스의 불법성을 알고도 부적절한 만남을 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구은수 전 청장은 IDS홀딩스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았고 특정 경찰을 IDS홀딩스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서로 발령받게 해 구속기소된 바 있다.(1심 뇌물 무죄, 직권남용 유죄)

그런데 검찰이 조사한 유아무개의 휴대폰 문자메시지에는 IDS홀딩스 측이 언론사 간부를 접촉해서 불리한 기사를 삭제한 구체적인 정황까지 포함돼 있었다.

검찰 수사보고서의 “IDS홀딩스 관련 불리한 기사 삭제 로비 관련”이라는 대목을 보면 검찰은 유아무개에 대해 “김성훈으로부터 IDS홀딩스 관련 부정적인 기사 무마 등의 청탁을 받으면 평소 알고 지내던 언론계, 정치권 인사들을 통해 해당 언론사 부국장은 물론 언론사 대표까지 만나 지속적으로 술 골프 접대 등을 하면서 기사 무마의 대가로 광고비 명목 등의 금품을 제공”한 ‘거물급 로비스트’로 파악했다.

유아무개가 김성훈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고했던 내용을 보면 기사 삭제 청탁을 위해 로비했던 정황이 확인된다.

지난 2015년 5월 19일 유씨는 김 대표에게 “뉴스원 유아무개 국장, 강아무개 부장 만나서 기분 좋게 김(성훈)대표가 준 술 다 먹고 월요일 강아무개(취재기자), 강아무개 부장 월요일 울 회사에 방문하여 마무리하자고 했어요. 돈 이야기는 안했고 회사끼리 윈윈하기로 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5월 26일 “회장님, 강아무개 부국장과 강아무개 기자 방문은 29일 후로 미루자고 했습니다. 물론 그때까지 기사도 홀딩하자고 했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낸다.

6월 11일에도 “오늘 머니투데이 홍성근(홍선근) 회장하고 운동 중입니다. 기사 어제 다 내리기로 했는데 유아무개 국장이 입원해서 월요일 다 내리도록 합시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6월 17일 ”김대표 오늘 뉴스원기사 내린다합니다“라고 보고한다.

관련 문자를 종합하면 뉴스1 편집국장 유아무개, 부국장 겸 산업부장을 맡고 있는 강아무개, 뿐만 아니라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까지 만나 기사 삭제를 청탁한 정황으로 파악할 수 있다.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은 머니투데이가 세운 자회사다.

▲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 코리아 로고.
▲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 코리아 로고.
당시 뉴스1 강아무개 기자는 IDS홀딩스 사기 사건을 집중 취재하고 있었다. 강 기자는 2015년 5월 8일 IDS홀딩스의 투자설명회를 찾아가 취재했는데 폭행을 당하고 “밤길 조심하라”하라는 협박까지 당한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다. 해당 기사를 썼던 기자가 바로 유아무개가 김성훈 대표에게 보냈던 문자메시지에 등장하는 강아무개 기자다.

유씨는 강 기자가 쓴 기사를 삭제하기 위해 유아무개 국장과 강아무개 부국장, 홍선근 회장을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강 기자가 쓴 기사는 삭제됐다.

김성훈 대표는 2015년 6월 19일 유사수신 사건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는데 언론이 유죄만 강조하고 집행유예를 받은 것을 보도하지 않자 유씨에게 또다시 기사 삭제 청탁을 요청한다.

김 대표는 그해 7월 19일 유씨에게 “기사에 집행유예 선고되었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이건 완전 악의적인 기사입니다. 그쪽에 이 내용 반드시 전달해주십시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그러자 유씨는 “임아무개 ○○경제 경제부차장을 통해서 인터넷기사 내리도록 부탁해놓고, 광고국은 이니셜이기 때문에 내릴 수 없다고 함. 강아무개 이놈을 없애 버려야 되겠음”이라고 답장한다.

문자에 나오는 강아무개는 앞서 IDS홀딩스를 꾸준히 취재해왔던 뉴스1 강아무개 기자를 말한다. IDS홀딩스 측은 강 기자가 타매체에 IDS홀딩스 관련 소스를 전달했다고 판단해 강 기자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씨는 이어 김 대표에게 “오전 중 사회부장이 작업 중입니다. 이게 내부 절차가 필요해서요.,좀 시간이 걸립니다”라고 한 후 “회장님, 인터넷 삭제 결정됐슴다. 내부절차에 시간이 좀 걸렸구요. 이쪽저쪽 삭제되려면 오후에 작업이 완료될 겁니다”라고 문자를 보낸다.

김성훈 대표의 기사 삭제 요청을 받은 유씨가 ‘작업’을 완료했다고 한 후 실제 관련 기사는 모두 삭제됐다. 검찰보고서에는 “문자메지시 내용대로라면 김성훈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기사가 확인이 돼야 하는데 단 한건도 검색되지 않고 있어 기사 무마 로비로 모든 기사가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쓰고 있다.

김성훈 대표와 유씨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는 또다시 홍선근 회장이 등장한다. 유씨는 2015년 8월 7일 “저녁에 뉴스1기사 내려갑니다”라고 김 대표에게 보고하고 하루 뒤인 8일 “뉴스1과 네이버에서는 삭제된 게 맞습니다. ○○○○ 이라는 사이트에서 뉴스1기사를 무단으로 퍼다 쓴거네요”라고 보낸다.

그러자 김 대표는 뉴스1 기사 링크를 유씨에게 보내고 “이거 하나 안 내려갔다. 나머지는 전부 내려갔다. 뉴스원 홈페이지에서 내려야 다른데도 내려진다”라고 하자 세 시간 후에 유씨는 “김대표 조치되었어요”라고 답장을 보낸다. 그리고 10분 뒤 김 대표는 “두군데 정도는 강아무개가 시켜서 게재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라고 유씨에게 보낸다.

이어 김성훈 대표는 “기왕할 때 확실하게 해당업체에 요청해서 기사 내려달라고 이게 확실하다”고 하자 유씨는 “홍성근(홍선근) 회장한테 부탁해보자구요”라고 답한다. 김 대표가 링크 주소를 지정해 보낸 뉴스1 기사는 실제 삭제됐다.

▲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사진=머니투데이방송(MTN) 리포트 화면 갈무리
▲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사진=머니투데이방송(MTN) 리포트 화면 갈무리
미디어비평지 미디어스는 지난 2015년 9월 “IDS홀딩스 고발기사는 왜 사라질까”라는 기사에서 한 인터넷 매체의 대표가 IDS홀딩스 기사 관련 삭제 회유를 받았던 것을 폭로하고 관련 기사가 삭제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구체적인 기사 삭제 청탁 정황이 검찰 수사보고서에서 확인된 것이다.

검찰 수사보고서는 “김성훈은 IDS홀딩스가 유사수신행위 및 사기죄로 2014년 9월 25일 기소되고 2015년 6월 19일 1심 유죄 선고된 일련의 과정에서 수많은 언론사가 IDS홀딩스가 유사수신업체임을 고발하는 기사를 취재하거나 실제 기사게재를 하였으나 언론계 인사와 교류하는 유아무개를 통해 기사 무마의 조건으로 광고비를 지원하거나 심지어 해당 기자를 폭행하는 방법으로 기사가 삭제되도록 사주하였다”고 결론을 냈다.

당시 IDS홀딩스 취재했던 뉴스1 강아무개 기자는 29일 통화에서 “유아무개 국장이 달래면서 IDS홀딩스 입장이 있고 나중에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는 곳이라면서 먼저 기사 삭제 조치를 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현재 뉴스1를 퇴사해 다른 매체에서 일하고 있다.

강 기자는 “1심 판결 전이라 공판을 중심으로 해서 전달한 기사였는데 이미 기사가 지워진 상황에서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이후 IDS홀딩스가 대주주 적격 심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업체를 인수해서 불법 인수 의혹을 제기한 기사를 쓴 다음 김성훈 대표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는데 유 국장이 정보보고만 하고 IDS홀딩스 관련 기사는 돈 터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또한 “아무리 기사는 내린다고 하지만 IDS홀딩스 쪽에서 낸 책을 홍보해주는 광고성 기사를 낸 적이 있어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항의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김성훈 대표와 유아무개 사이 오고간 문자메시지에서 ‘자신을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한 대목과 관련해 “제가 기사를 쓰는 게 막혀 있으니까 다른 매체에 소스를 줬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면서 “취재를 하다가 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김 대표 공판 취재를 하다가 미행이 붙은 적도 있다. 불특정 대상으로부터 ‘가만두지 않겠다’, ‘여자친구도 조심해라’라고 협박을 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강 기자는 유아무개씨가 자신의 상사와 만나 술을 마셨다는 문자메시지에 대해 “황당하다. 문자를 나눈 시점 이후 홀딩스 입장을 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해서 상사와 IDS홀딩스 회사를 방문했는데 유아무개와 이미 알았던 게 아닌가”라며 “당시 김성훈 대표를 만나서 설명도 들었지만 말이 안통해서 나갔고, 유씨가 밥 먹는 자리에서 언론사에 많은 인맥이 있으니 얼마든지 좋은 자리를 소개시켜줄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형사고발이 이뤄져서 말그대로 벌을 받아야할 사람의 말을 들어줘야 한다며 기사를 삭제하는 것은 원칙상 하면 안되는 것”이라며 “당시 유산수신행위 피해 규모가 700억대였는데 저 역시도 이렇게까지 피해가 커질 줄 몰랐다. 제 기사가 삭제되지 않았다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라는 얘기도 들었다. 피해자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

IDS홀딩스 피해자들은 “뉴스1에서 사기 폭로 기사를 삭제하지만 않았다면 피해는 1조원으로 늘어나지 않고 피해자도 1만명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고 사망자도 50명이나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정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피해를 끼친 배임수재 혐의로 홍선근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피해자 변호를 맡은 이민석 변호사는 “IDS홀딩스가 인수한 업체의 광고를 머니투데이 계열사에 줬다는 증언이 있다. 형사고발 뿐만 아니라 기사 삭제에 따른 피해를 산정해 손해배상청구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검찰수사보고서에 등장하는 브로커 유씨는 한 정당의 후원회장까지 한 사람으로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뉴스1 편집국장 유아무개는 통화에서 “기사가 삭제된 건 사실이지만 법적 분쟁 소지가 있었다. 당시 강 기자가 잠입취재간다고 해서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에 연행됐다”며 “주거침입 및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고 법적 분쟁 소지가 있었고 불리한 상황이 돼서 화해를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IDS홀딩스 쪽에서 강 기자의 기사가 악의적이라는 입장이었다. 다른 기사의 경우 좀 지켜보자고 했다. 재판도 진행 중이어서 공격적인 기사라 판단해 내렸다”라며 “후에 광고를 했느니, 협찬을 했느니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당시 상황을 보자고 한 것이랑 금전적인 것이랑 광고는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홍선근 회장은 여러차레 통화 연결과 문자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기사 수정 : 5월 2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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