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세가지 특정산업을 우선 지원하겠으며, 삼성과 SK 등 특정재벌을 거론하면서 반가운 투자계획이라고 두둔하고 나서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재벌중심의 산업전략으로 추진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날선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분야를 중점육성 산업으로 선정해 우선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들 분야가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 3대 기둥이 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삼성과 SK를 콕 집어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민간투자와 관련해 최근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에 120조원, 삼성이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들어 “국가 경제를 위해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며 “기업투자가 더욱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에서 한 기자는 문 대통령이 선도산업관련 특정 산업 세가지를 언급한 것을 두고 “이게 기존에 지적됐듯이 비메모리 반도체는 삼성, 바이오헬스는 셀트리온, 미래차는 현대차, 재벌 대기업 중심의 어떤 산업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느냐”고 질의했다.

이 기자는 이어 “청와대 내부에서 특정 산업을 대통령이 지칭해서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 상당한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굳이 오늘 수보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특정산업을) 발언한 목적도 궁금하다”며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구성할 때 박영선 의원을 영입하면서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전략을 구성하겠다’라고 천명한 것이 거의 한 달여 밖에 안 됐다. 이 한 달여 사이에 경제 기조가 급격하게 변침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 이 부분도 같이 설명해달라”고 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어떤 것이든 (대통령) 말씀이나 (정부) 정책, 청와대 방향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때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며 “어떤 분을 취재했는지에 따라서 답변을 달리 들으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오늘 말씀한 3대 기둥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세 가지인데, 일부 대기업을 말씀하신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셨는데, 민간 투자가 살아나야 된다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며 “결국 정부 혼자 할 수 없는 부분이고, 그렇다고 해서 중소기업이나 다른 작은 기업들을 저희가 배제하고 간다거나 그러한 언급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아시아뉴스네트워크(ANN) 이사진 접견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아시아뉴스네트워크(ANN) 이사진 접견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 대변인은 “오늘 수보회의에서 말씀하셨던 가장 큰 중심은 경제 활력을 다시 회복시키겠다는 것”잉라며 “경제 활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민간 투자를 활성화 시켜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SK하이닉스나 삼성이 이러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런 것들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는 차원에서 말씀한 것이고, 그 외에도 대기업을 제외한 다른 중소․중견기업들도 이런 투자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이어 “집권 2기 내각 구성할 때 중소벤처기업부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는데, 그때와 지금의 기조가 달라진 걸로, 결과적으로 달라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사정이 있었느냐”고 따져물었다.

고 대변인은 “긴 호흡으로 좀 봐 줬으면 좋겠습니다”며 “언론이나 청와대 대변인실은 하루하루 쏟아지는 일정과 말씀들로 소화를 하고는 있지만, 정책을 세우거나 부처가 정책을 이끌어 갈 때는 큰 호흡으로, 긴 호흡으로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 발표하는 것이 중소기업과 관련된 것이 없다고 해서 그 부분을 접거나 혹은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날 브리핑에서는 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의 국회 일정 무력 저지 상황과 관련해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의 진의와 정도가 어땠는지에 관한 질문도 많았다. ‘대통령이 대치상황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는데, 진전된 언급이나 여야정 협의체 관련 얘기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고 대변인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매우 안타깝다’는 발언에 어떤 해석이 가능한가라는 질의에 고 대변인은 “불법 폐기물도 추경 예산이 국회에 통과돼야 해결할 수 있고, 미세먼지도 마찬가지이듯, 민생분야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 안돼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폭력사태나 자유한국당이 막고 있는 것에 대한 심정 아니냐’, ‘조국 수석이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한국당에 비판 글을 계속 올리고 있는데, 청와대와 공통의 입장이냐’는 질의가 이어졌으나 고 대변인은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수석보좌관회의 때 문 대통령이 빨간 넥타이를 메고 온 것이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 자유한국당 색이니 정치적 메시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고 대변인은 “칠레 대통령 공식환영식 때부터 멨던 넥타이”라고 답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편, 이날 고민정 대변인은 수석봐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불법폐기물 처리 강화 및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당초 처리 계획을 대폭 앞당겨 올해 중 불법폐기물을 전량 처리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전국에 약 120만 톤의 불법폐기물이 적체된 것으로 파악했으며, 불법폐기물을 2022년까지 전량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현재까지 약 17만 톤, 전체의 14%를 처리 완료했다. 하지만 악취로 인한 주민 피해, 토양 및 수질 오염 등 환경 피해, 불법 수출로 인한 국제신인도 하락 등 문제 제기가 지속되어 왔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제출한 추경예산에 반영되어 있는 관련 예산을 활용해 반드시 올해 안에 불법폐기물 처리를 마무리하라”며 “사법기관에서는 쓰레기 투기를 통해 이득을 취한 범법자는 끝까지 추적·규명해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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