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종합편성채널 의무전송을 폐지하면 TV에서 종편이 사라질 수 있다며 ‘언론 탄압’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을 비롯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과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29일 ‘문재인 정권 종편을 의무전송 채널에서 제외시키려는 이유?’란 제목의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 발제자와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은 종편 의무전송 폐지로 종편 채널 번호가 수백번대로 밀리거나 사라져 언론자유 침해, 시청권 침해, 방송 다양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김세연 여의도연구원 원장은 “종편이 수백번대 번호로 밀리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이런 무모한 시도를 이 정부가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 언론자유를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막아야 한다”고 했다. TV조선 보도본부장 출신의 강효상 한국당 의원도 “종편이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는 데 대한 하나의 겁박”이라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언론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해당사자인 TV조선·조선일보·매일경제는 29일과 30일 이들의 주장을 전하며 언론자유 침해 소지를 부각해 보도했다.

의무전송은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에 채널을 의무적으로 편성하는 것을 말한다. 종편과 보도채널은 방송법상 의무전송 채널은 아니지만 시행령을 통해 사실상 같은 지위를 확보하면서 시청률과 광고매출을 단기간에 크게 올렸다. 문재인 정부는 비대칭 규제 해소 차원에서 종편 특혜였던 의무전송 특혜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

▲ 종합편성채널 4사 로고.
▲ 종합편성채널 4사 로고.

한국당의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종편 채널 계약 당사자인 유료방송 플랫폼 관계자들은 종편이 100번대 뒤로 밀리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일부 채널이 지금처럼 10번대를 배정 받지 못할 수는 있지만 의무전송 특혜가 없는 tvN이 10번대에 위치한 것처럼 대부분의 유료방송채널과 달리 종편은 자체제작 비율이 높고 제작규모가 커 30번대 뒤로 밀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채널은 시청자 선호를 우선 고려해 배정되는 것으로 임의로 채널을 빼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tvN은 의무전송 없이도 SK브로드밴드에서 3번, 올레TV 17번, 티브로드 16번 등의 앞번호로 편성돼 있다. 

종편 의무전송 특혜 환수 의견수렴 때 종편사마다 의견이 갈린 점도 주목할 만하다. JTBC는 ‘찬성’ 의견을 냈고 MBN은 ‘유예기간’을 달라고 했고 TV조선과 채널A는 ‘반대’ 입장을 냈다. 언제 정권이 교체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특정 정부의 입맛에 따라 종편이 퇴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모든 채널이 반대했어야 한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가 임의로 특정 채널을 뺄 경우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창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진흥국장은 “사전·사후적 장치가 있다. 계약시 표준계약서를 만들도록 해 자의적인 계약을 막고 있고 재허가 심사 때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의견을 들어 평가한다.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 중단은 금지행위로 규정해 제재 대상”이라고 했다.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이 종편 의무전송 폐지에 반발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언론자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이 종편 의무전송 폐지에 반발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언론자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의무전송 폐지로 종편이 TV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전무하기에 이를 전제로 한 시청권 훼손 주장 역시 성립하기 힘들다. 만일 종편 번호 순위가 밀린다고 해도 다른 채널이 그 번호를 채울 수 있기에 시청권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당에서는 의무전송 특혜 폐지를 종편만 골라서 하는 데 반발하고 있으나 채널별 성격을 분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시행령상 의무전송 채널은 종편과 보도채널, 공익채널, 공공채널 등을 말한다. 이 가운데 공익채널과 공공채널의 경우 상업적 환경에서 자생하기 힘든 다양성 채널들로 구성하기에 종편과 비교할 문제가 아니다. 

종편을 지상파처럼 시행령이 아닌 방송법상 의무전송(의무재송신) 채널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의무전송 채널은 KBS1과  EBS 뿐이다. 이들 채널은 채널을 유료방송 플랫폼에 내보낸 대가(재전송료)를 일절 받지 않는데 이 같은 상황은 종편도 원하지 않는다.

반면 연합뉴스TV와 YTN 등 보도전문채널을 특혜 환수 대상에서 예외로 둔 점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두 채널도 종편과 마찬가지로 의무전송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 사실상 ‘이중특혜’를 받고 있는 점은 똑같지만 정부는 종편에 한해서만 의무전송 폐지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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