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를 특정하지 않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방침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자 국내 언론은 한국을 지칭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리킨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州) 그린베이에서 유세 연설에서 “우리는 충분히 (미국에) 돈을 낼 수 있는 부자 나라들을 방어해주고 있다”면서 “우리가 1년에 방위비를 50억 달러를 쓰는 나라가 하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부자 나라’라면서 해당 국가가 더 많은 방위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이 나오자 국내 언론은 한국에 내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했다.

조선일보는 29일자 3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7일 한국을 겨냥해 ‘내년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50억달러를 잃고 있는 한 나라가 있다. 어디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누구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가 50억달러를 쓰는데 장군들에게 물어보니 이 나라는 5억달러를 지불한다고 했다. 그 나라는 부자인데 우리가 방어 비용으로 45억달러를 손해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한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지난 2월 한미가 올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합의한 뒤 ‘한국은 5억달러를 더 지불하기로 동의했다’고 말했던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와 비교해 우리 정부는 787억원 늘어난 1조389원원을 방위비로 분담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한미가 지난해(9602억원)보다 8.2% 오른 올해 1조389억원의 제10차 분담금 협정을 가서명한지 이틀 후인 지난 2월 1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한국이 5억 달러를 더 내게 했다’는 주장을 반복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의 제목은 “트럼프, 한국엔 ‘내년 방위비 훨씬 많이 내야’”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에 불만을 터뜨린 ‘부자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주장이 나왔다.

UPI뉴스는 “아랍권을 대표하는 방송사인 ‘알자지라’와 인도 방송 NDTV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 대상은 한국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라고 보도했다”고 밝혔다.

UPI뉴스는 “두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살만 사우디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방위비를 더 많이 부담하라고 압박했고, 실제로 5억 달러를 받아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을 지켜주기 위해 돈을 엄청나게 잃고 있다(We’re losing our ass defending you, King)”고 말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트럼프 대통령내외가 4월 11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친교 단독회담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트럼프 대통령내외가 4월 11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친교 단독회담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UPI뉴스는 뉴욕타임스의 ‘트럼프가 주장한 사우디와의 배드 딜(Bad Deal). 사실일까?’라는 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국왕과 통화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고 전했다.

UPI뉴스는 “이 같은 외신보도와 전후맥락, 방위비 분담금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겨냥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는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오보의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뜯어보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고 통보(전화 통화 내용)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밝혔다는 점에서 교차 확인이 필요한데 국내 언론이 섣불리 추측성 보도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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