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해 28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는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한 죄밖에 없다’는 애경 주장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가벼운 변명”이라며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 ‘너나우리’를 비롯한 피해자모임 연대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연합’은 28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피해자연합은 “애경은 몇 년 전부터 피해자들에게 제조물책임(PL·Product Liability) 계약을 이유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에서 제3자인 척 해왔다. 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을 것이란 의심 없이 제품을 구매하는 많은 소비자들을 기망하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엄청난 물건을 구매하고 발생된 피해가 아니다. 그저 동네 가게와 마트에서 손쉽게 구매한 흔한 생활용품이었다”며 “만약 법원이 애경 주장을 다시 받아들인다면 이는 애경이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얘기이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같은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사진=유튜브 갈무리
▲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사진=유튜브 갈무리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한 애경산업은 제조업체 SK케미칼과 맺은 PL계약을 강조해왔다. 계약엔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의 원액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과 신체 등에 손해가 발생하면, 이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안 대표의 구속영장을 한 차례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 가운데 하나로 제조물책임 계약을 들었다. 당시 일각에선 형사사건에서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 두 업체 사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계약을 근거 삼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해자연합은 ‘애경이 영장심사에서 피해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할 테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도 강조했다.

너나우리 이은영 대표는 “애경은 9월 국정감사 직전 피해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압수수색이 이뤄질 때까지 관계를 유지하다 안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될 즈음 완전 소통을 단절했다. 당시엔 법적 책임과 별개로 피해지원하겠다더니, 현재는 법적 책임을 먼저 판단 받겠다며 말도 바꿨다. 이 부분을 법원이 확실히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28일 인체에 위해성이 있는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안용찬 애경산업 대표 등 애경산업 관계자와 이마트 관계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30일 안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한달 만이다.

한편 안 전 대표는 첫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 송 전담판사의 고교 동문이자 ‘A급 전관’을 변호인단에 투입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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