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을 저지하며 국회 회의실 등을 점거한 자유한국당이 29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 지역구, 비례대표, 원내부대표단 의원들 소집령을 내렸다. 물리적 충돌이 소강상태였던 주말이 지나고, 여야 4당이 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회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24일 대치가 시작된 이래 선거제 개혁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합의한 법안 발의는 완료됐지만, 이를 처리하기 위한 회의는 사실상 열리지 못하고 있다. 29일 전국단위 아침신문들은 패스트트랙 국면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한겨레는 ‘한국당, 국회 무법 점거 세가지 노림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당의 저항 이유를 △총선까지 시간끌기 어깃장 △웰빙정당 이미지 탈피 △장외투쟁으로 보수 결집 등으로 봤다. 의원 개인 ‘운명줄’이 걸린 선거구 획정안이 자칫 한국당에 불리한 쪽으로 흐르는 것을 막으려는 ‘선제공격’ 성격이 짙고, 주먹밥과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야성’을 키우는 등 처절한 모습을 보여줘 ‘웰빙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복안에, 계파로 나뉘었던 당의 결속력을 높이고 보수진영 전반의 구심력까지 키우는 효과를 노린다고 해석했다.

▲ 4월29일자 한겨레 3면.
▲ 4월29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는 “한국당이 ‘국회선진화법’까지 무시하며 국회를 싸움판으로 몰아가는 이유는 ‘내년 총선을 앞둔 득실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보단 득이 많다고 본다는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구도가 4대1로 만들어지면서 ‘문재인 정부에 맞서 싸우는 정당은 한국당뿐’이라는 모습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4면에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3가지 쟁점을 다뤘다. 민주당에 의해 국회법 위반 등으로 고발된 한국당 의원들 법적 처벌 가능성은 “2012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로 이 조항을 적용해 처벌한 전례가 없고, 양측의 정치적 타협으로 고발이 취하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 그러나 민주당이 고발을 취하해도 시민단체 등 다른 기관이 고발할 가능성이 높아, 법적 판단은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기소돼 5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5년 동안 선거에 나설 수 없고 집행유예나 실형을 받으면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소속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사보임 논란 △25~26일 발동된 경호권과 질서유지권 차이점 설명도 실었다.

▲ 4월29일자 한국일보 3면.
▲ 4월29일자 한국일보 3면.

9개 전국단위 주요 일간지 가운데 한겨레, 한국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 4개사는 패스트트랙 사태와 관련한 한국당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한겨레(‘밥그릇 지키기’가 ‘반독재 투쟁’이라는 자유한국당)는 “자유한국당이 국회 회의장을 틀어막고, 의안과를 점거한 채 집기를 부수며 법안을 탈취 파손하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한 걸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봤다”며 “스스로 만든 법(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한 것도 모자라 ‘정의로운 투쟁’ 운운하며 합리화하는 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동물국회’ 하려면 국회선진화법 왜 만들었나”)도 “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 4당만 합의한 점을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국당은 문제의 개혁 법안을 논의할 때 전당대회 등으로 집중하지 못했는데, 과연 그 책임은 어디에 있나. 바른미래당도 사개특위 위원의 사보임 처리 과정에서의 지도부 리더십이나 민주적 절차인 표결로 결정된 사안에 끝가지 반대하는 소속 의원들의 행태는 비판받을 만하다”고 했다. 다만 “국회가 마비되면 그 부담은 오롯이 정부 여당의 몫이 된다는 점에서 해결책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4월29일자 경향신문 5면.
▲ 4월29일자 경향신문 5면.

한국당 장외투쟁에 비판도 거세다. 경향신문은 5면에 “주말엔 거리서 색깔론 공세…한국당 ‘과거로 간 싸움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사설(국회 짓밟고 ‘헌법수호’ 외치는 한국당의 적반하장)에선 “한국당은 전날까지 연이틀간 국회에서 감금과 육탄전, 드러눕기, 집기 파손 등 온갖 폭력적 수단으로 법안 접수를 막고 회의장을 봉쇄했다. 민주적인 법안 처리 절차를 폭력으로 짓밟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것”이라며 “그러고 난 다음날엔 장외에서 태연히 헌법을 지키겠다고 외치니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사설(“매주 장외투쟁 공언한 한국당, 국회 공전에 책임 더 크다”)에서 “20대 국회 들어 17차례나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한국당 지도부는 아예 국회를 떠나려는 듯 매주 토요일 장외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의회 쿠데타인 패스트트랙을 막기 위해서는 장외투쟁이라는 ‘비상적 대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명분이 없다”며 “자신들도 합의했던 선거제 개혁 논의를 거부하며 시간만 흘려보내다 막상 입법 절차가 시작되자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이성을 지닌 공당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 4월29일자 국민일보 1면 사진기사.
▲ 4월29일자 국민일보 1면 사진기사.

반면 국민일보는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1면 머리기사 “‘민주’ 내세운 떼정치 결국은 금배지 싸움”에서 “대한민국 국회가 ‘정치의 종언’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여야가 퇴로 없는 대치에 들어간 지난 24일 이래 대화와 협상, 타협은 국회의사당에서 종적을 감췄고 그 자리를 ‘배지’들의 고성과 멱살잡이, 속칭 빠루(쇠지렛대)와 망치 등 반정치적 구태들이 뒤덮었다. 여야 저마다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기득권 유지라는 략적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민주당이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밀어붙인 민주당, 리더십 위기…이런 사태 상상 못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유한국당이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사활을 걸고 반대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았다”며 “한국당의 강수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다소 안이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나흘째 비상대기 상황이 되면서 ‘한국당 전략에 말려든 것 아니냐’ ‘지도부가 너무 끌려가는 것 같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는 해석을 전했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X맨’이라는 말도 나온다.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무리하게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사보임하는 과정이 한국당에 투쟁의 명분을 줬다는 지적”도 함께 덧붙였다.

▲ 4월29일자 중앙일보 8면.
▲ 4월29일자 중앙일보 8면.

조선일보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에 무게를 실었다. 6면 머리기사 “조국 페북에 국회폭력 처벌, 배경곡은 ‘좀비’”는 국회 회의를 방해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선진화법 조항을 페이스북에 게재한 조국 수석 논란을 다뤘다. 사설(“‘동물국회’ 시대로 되돌려 놓고 與는 검찰로, 野는 거리로”)에선 “조국 민정수석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국회 회의 방해 행위를 처벌하는 국회법과 공직선거법, 형법 규정 등을 올렸다. 자신이 힘주어 추진해온 공수처법의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 트랙)이 한국당 저지에 가로막히자 사법 처리를 경고”했다며 “납득할 수 없는 장관 후보자들을 내놨다가 2명이나 낙마한 부실 검증 책임, 청와대 비서관 한 명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민정수석이 책임져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뒤로 숨더니 국회에 손가락질할 기회가 오자 어김없이 나섰다”고 했다.

앞서 28일 밤 조선일보 온라인판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선거제·사법제도 개편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전날 열었던 장외집회를 ‘사치스러움·퇴행성·코메디·밥그릇투정’이라고 한 여당 의원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28일 밤 공유했다가 삭제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文 복지 71%, 남북 55% 진척… 노동·교육 ‘낙제’

문재인 정부가 출범 때 약속했던 주요 국정 과제 세부 항목 가운데 지난 2년 동안 목표를 달성했거나 이행 중인 사안이 54.3%로 나타났다. 노동과 교육 분야는 낙제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고, 경제 분야에서 재벌 개혁이나 갑을 문제 해소 등 ‘촛불 정부’ 정체성이 반영된 국정 과제가 이행 과정에서 대폭 후퇴한 것으로 평가됐다. 서울신문이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꾸린 ‘문재인 정부 2년 국정과제 이행 평가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행 완료 또는 이행 중인 국정과제 비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복지 분야로 이행률이 70.6%에 달했고, 조세와 경제 민생이 66.7%로 뒤를 이었다. 반면 노동은 교육은 39.1%, 노동은 26.3%에 그쳤다.

“세종시로 국회 옮기면 비수도권 5조 경제효과”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수도권에서 7만명 넘는 인구가 지역으로 옮겨갈 뿐 아니라 지방에 30년 동안 5조원의 생산 증가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는 2017년 국회 사무처가 발주해 한국행정연구원이 수행한 ‘국회 분원 설치의 타당성 연구’ 보고서를 입수해 국회, 청와대 등의 세종시 이전으로 인한 균형발전 효과 전망을 보도했다. 보고서는 국회를 세종으로 완전히 이전하면 수도권 인구 약 7만2000명이 지방으로 이동하며, 충청권에서 1만2000명, 영호남권에서 1840명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영장 기각률 1년새 2배...검찰 “죽을 맛”

최근 1년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이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앙일보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검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장 기각률이 2016년 3.1%, 2017년 2.9%, 지난해 6.1%, 올해 1~3월 5.4%로 급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전까지는 특별한 기각 사유가 없으면 거의 100% 영장이 발부돼 필요 이상으로 광범위한 압수수색이 이뤄지기도 했다”(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분석과 “수사 초기에 압수수색부터 해서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 관행은 없어지는 게 맞다”(익명의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평가를 실었다.

청춘 짓밟은 ‘유신정권 긴급조치’...배상 막은 양승태 대법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대통령 명령만으로 국민의 자유 권리를 무제한 제약할 수 있도록 한 권한)는 숱한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유신헌법으로 국민의 숨통을 조인 지도자가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유신시대의 초법적 조치로 겪었던 억울한 옥살이의 피해에 대해 배상받지 못한 이들이 숱하다. 하루라도 빨리 명예를 회복하려는 이들의 앞을 가로막아 온 것은 과거사 정리에 대한 역대 정부의 소극적 태도와 외면, 사법부의 정치적 판결이다.” 한국일보는 유신정권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지연된 정의 시간과 싸우는 사람들’ 기획 연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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