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청이 최근 현대제철 외주 노동자가 숨진 당진공장에 설비 작업중지를 해제했다. 이 가운데 해당 심의 절차가 ‘현장 노동자들의 거부를 외면한 채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속노조는 28일 ‘이 나라에 조장풍은 없다'라는 성명을 내어 “수많은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작업중지 해제를 졸속 승인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조장풍은 악덕 사업주와 싸우는 특별근로감독관의 활약상을 그린 MBC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지난 2월20일 현대제철 당진공장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 이아무개(51)씨가  환승탑 컨베이어벨트에서 도르래에 끼여 숨졌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이튿날 사고가 난 2개 컨베이어벨트에 ‘부분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당시 금속노조 충남지부는 “노동자가 정비하던 컨베이어만 중지하는 건 원인을 개인 일탈로 본다는 방증”이라며 “산업안전법에 따라 전면 중지명령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지난 2월20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고 설비. 사진=민주노총 제공
▲ 지난 2월20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고 설비. 사진=민주노총 제공

천안지청은 지난 26일 ‘작업중지 해제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분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19일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작업중지 해제와 관련한 ‘안전작업계획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개선 내용은 알려주지 않은 채였다. 금속노조는 “현장 당사자들은 무엇이 개선됐는지, 위험이 제거됐는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색 맞추기용 서명을 강요당했다. 노조와 협의도 없었다”고 했다.

고용노동청은 이후 26일 ‘작업중지 해제 심의위원회’를 열어 해제를 결정했다. 이 역시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였다. 금속노조는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회의가 해제 심의가 아니라 비정규노동자 의견을 듣는 자리로만 알고 참석했다. 비정규직지회는 회의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고 안전계획을 세우라’며 거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천안지청은 이들이 회의장을 나선 뒤 30여분 만에 심의위를 열어 작업중지를 해제했다.

금속노조는 “중대재해 발생으로 노동부가 작업중지 명령을 한 벨트컨베이어를 일상적으로 점검하고 수리하는 업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다. 작업중지가 해제되고 설비가 가동되면 그 자리에서 일해야 하는 당사자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며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도록 현장을 제대로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한 노동자들을 연극의 들러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특별근로감독 진행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 의견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는다며 숱하게 문제 제기했지만, 천안지청과 현대제철은 또다시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노동자들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작업중지 해제 절차를 진행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그 과정에 현대제철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선 최근 5년 간 5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지난 12년 사이엔 35명이 각종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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